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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돌아도 수입하는 ‘쌀’, 쌀가공식품 산업의 미래는?쌀 소비 계속 줄어드는 현실, 쌀의 미래가 불안하다

쌀로 만든 쌀가공식품의 다양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래서 매년 이곳저곳에선 쌀로 만든 식품을 전시하는 행사가 다채롭게 열리고 있다. 최근에도 있었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회장 김남두)는 지난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우리쌀 가공식품 특별 전시회’를 개최했다. 떡류, 주류, 스낵류 등을 종류도 다양한 쌀가공식품은 보는 이들의 찬사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같은 자리에서 쌀가공식품산업 활성화 정책 세미나도 열렸다. 쌀가공식품산업 활성화를 통해 쌀 수급불균형을 해소하자는 목소리인 셈이다. 밥쌀용 쌀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쌀가공식품으로 사용하는 쌀 소비량(주정 제외)은 2009년 22만2천톤에서 2018년 56만8천톤으로 매년 증가하는 트렌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서삼석 의원은 “쌀가공산업이 발전하고 있지만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대부분이어서 어려움이 크다."면서 "정부는 미래지향적인 정책으로 쌀가공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쌀가공식품산업 활성화가 쌀의 미래를 결정할까?

쌀가공식품 산업의 활성화가 논의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는 분명 쌀 소비량의 감소추세와 연관이 있다. 국내 1인당 쌀 소비량은 1985년 128.1kg에서 2018년 61.0kg으로 30여년 만에 거의 2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사람들은 그만큼 쌀 대신 다른 걸 먹는다는 뜻이다. 그러다보니 정부의 쌀 재고량(회계연도말 기준)은 2014년 141만7천 톤에서 2018년 154만 2천톤으로 늘어났다. 쌀 재고관리비용만 2018년 한해 동안 3천억원이 넘었다. 엄청난 금액이다.

그렇다면 쌀 소비를 늘리는 특단의 대책이 있을까? 뾰족한 수는 없어 보인다.쌀 소비를 늘리자는 취지에서 정부가 앞장서서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결과가 미미한 수준인 것. 실제로 지난 5년간 쌀 소비촉진을 위해 100억원 넘게 쓰고도 정작 1인당 쌀 소비량은 매년 줄어들었다 . 지난해 10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하 농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놀랍기만 하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쌀 소비 활성화 사업'으로 2014년부터 2018년 9월까지 약 5년간 139억 2천만원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정원은 농어업·농어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따라 2012년 세워진 농식품·농어촌 정보화 촉진, 농어촌 문화 가치 확산·홍보를 담당하는 준정부기관이다. 2018년 농정원 자료에 따르면 '쌀 및 쌀 가공식품 긍정 인식률'은 2015년 91.6%, 2016년 93.1%, 지난해 94.2% 등 매년 높아지고 있고, '쌀 및 쌀 가공식품 구매 의향률' 역시 2015년 80.9%, 2016년 83.2%, 지난해 85.4%로 올라가는 추세다.

이에 대해 박완주 의원은 "농정원은 긍정 인식률, 구매의향률이 증가하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정작 현실 경제에서 국내 쌀 소비량은 매년 감소하고 있는 건 왜 그런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쌀 소비에 대한 인식개선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이라면서 "농정원은 홍보사업의 성과를 자체 설문 결과가 아니라 연도별 쌀 소비 증감률로 설정해서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맞는 말이다. 쌀 소비는 줄어드는데 마음만 굴뚝이라는 설명이 영 어색하다는 뜻이다.

쌀가공식품 산업의 활성화가 논의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는 분명 쌀 소비량의 감소추세와 연관이 있다. 국내 1인당 쌀 소비량은 1985년 128.1kg에서 2018년 61.0kg으로 30여년 만에 거의 2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진은 지난 8월 라이스 위크 중 열린 '쌀가공품 Top 10! 쿠킹파티' 모습 [사진=쌀가공식품협회]

◇ 쌀소비량은 줄고, 쌀 가공식품 긍정 인식률-구매의향률은 느는 역설

그렇다면 쌀 가공식품 산업계의 현실과 목소리는 어떤지 한번 살펴보자. 이에 대해 확인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가공용 쌀이 정부 재고미를 처분하는 산업이라는 인식에서부터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쌀의 고부가가치 창출과 쌀 소비촉진을 위해서는 우선 ‘가공용 쌀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쏟아져 나왔다.

김정호(경남 김해시을)·서삼석(전남 영암·무안·신안) 의원과 한국쌀가공식품협회는 지난 19일 쌀가공식품산업 활성화 정책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쌀가공 식품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쌀 가공식품을 통해 쌀을 소비하라고 홍보하더니, 이제는 올해 쌀이 부족하니까 업계가 알아서 민간에서 조달하라고 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의 ‘쌀가공산업 육성정책’에 따르면 2013년~2017년 연간 가공용 쌀 소비량 45만 5천톤 중에서 정부 양곡은 22만 2천톤이다. 즉, 정부 양곡이 전체 가공 원료의 50%인 셈이다. 따라서 정부 양곡 수급 상황에 따라 업체 가공용쌀 조달에 비상불이 켜지는 구조인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정부의 대책이 근시안적이라는 것이다. 중장기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뜻이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쌀 가공식품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공공급식·군(軍)급식으로 소비를 늘려나가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류기형 공주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학교급식, 공공기관, 군부대 등 집단 급식을 통해서 쌀빵, 쌀국수 등의 쌀 가공식품 섭취를 위한 조례를 제정해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 어떤 쌀은 남아도는데, 쌀가공식품용 쌀은 부족한 현실

그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세계무역기구(WTO) 쌀 관세율 검증 협상이 513%로 확정됐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는 지난 12일 관세율에 이의제기를 했던 5개국가와 검증 종료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쌀 관세율 513%, 쌀 저율할당관세(TRQ, 5% 관세) 총량을 유지하게 됐다고도 말했다.

사실 우리나라 쌀 시장은 지난 2015년부터 전면개방 됐다. 이는 곧 관세 513%만 물면 누구나 외국산 쌀을 수입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이번 관세율 협상으로 513% 라는 관세는 다음번 농업협상 때까지 계속 유지된다. 정부는 513%라는 관세가 우리 쌀 시장을 지켜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513%의 자율 쌀 수입시장 외에 우리 농업계는 5% 의 낮은 관세로 수입되는 TRQ 쌀 의무부담을 지고 있다. 1인당 쌀 소비량은 계속 줄어드는데, 쌀 생산을 매년 줄여나가라는 압박(?)인 ‘생산조정제’까지 짊어지고 있는 우리 농민과 농업계 입장에서는 5%의 쌀수입의무부담은 심각하기만 하다. 내년부터는 TRQ 쌀의 대부분이 5개 국가의 쌀로 채워진다. 국별 쿼터 물량은 ▲중국 15만7,195톤(40.4%) ▲미국 13만2,304톤(34%) ▲베트남 5만5,112톤(14.2%) ▲태국 2만8,494톤(7.3%) ▲호주 1만5,595톤(4%)으로 배정된다.

쌀 시장 전면개방으로 국내 쌀시장의 불안감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비록 513%의 관세장벽이 있다고 해도 쌀도 자유무역 품목이 된 것이기 때문이다. 쌀 소비는 줄어드는데 쌀 수입장벽은 무너진 현실에서 쌀소비를 늘리는 것만이 능사일까? 곰곰 생각해볼 일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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