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중요하다. 이름을 바로잡는 게 천하를 바로잡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그래서일까? 아프리카돼지열병이라는 말을 연일 뉴스에서 듣는 일이 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박멸되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 병을 아예 다르게 부르자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한돈자조금(회장 하태식)은 최근 ‘아프리카 돼지 열병’의 명칭을 African Swine Fever를 줄여 쓴 'ASF'로 변경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하고 나섰다. 비록 사람에게는 무해한 돼지열병이지만 병명 앞에 붙는 '아프리카'라는 용어가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한돈농가가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한돈자조금협회가 정부에 공식요청한 내용을 살펴보면 ▲가축 질병 명칭을 'ASF'로 변경 ▲각 부처에서 언론사, 관련 업계, 학계 등에 ASF로 변경.사용해 줄 것을 협조 요청, ▲법적 용어를 ASF로 변경해 줄 것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한돈협회의 이러한 건의는 취지만으로는 좋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면 너무 근시안적인 시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아프리카라’는 단어를 사람들이 두렵게 받아들여서 소비가 위축된다는 섣부른 단정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생겨날 수 있는 미묘한 차별이나 갈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아프리카라는 단어가 부정적이고 두려운 것이라면, 우리는 앞으로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들과 아프리카에 사는 동식물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더 하고 싶은 말은 차고 넘치지만 한돈농가와 한돈자조금협회의 고충을 알기에 더 이상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말을 바로잡으려면 제대로 면밀하게 성찰한 뒤에 바로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우를 범하지 말자는 뜻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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