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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바디스 농협 유통, 이마트냐 마켓컬리냐 그것이 문제가 '아니'로다[유통발상] 농산물 유통 문제 해법을 위한 발칙한 생각

이마트의 적자행진이 일단은 멈췄다. 이마트는 지난 14일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자회사를 합친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116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에 비해 40.3% 줄어든 수준이다. 앞선 2분기에는 299억원의 적자를 냈던 것과 비교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이마트의 미래를 걱정하는 전망도 많다. 이마트의 걱정거리는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온라인’ 유통이 문제다. 전체 유통 시장에서 온라인의 약진은 하루 이틀의 이야기가 아니다. 제품의 품질을 계량화하기 편한 제품이나 유통 기간이 긴 제품들은 이미 온라인 판매가 대세가 된지 오래다. 문제는 최근 신선식품에서도 온라인 판매가 늘면서 이마트를 포함한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의 실적도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마트의 최근 3년간 주가를 보면 최저가는 최고가 대비 1/3 수준이다. 3분기 들어 반등하지만 전체적으로 우하향 추세다. 비단 이마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유통업계의 원조 지존인 롯데쇼핑도 올해 3분기 연결 영업이익이 876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무려 56%나 감소한 수치다. 작년이 수퍼 호황이라서 기저효과 때문에 올해 실적이 나빠진 반도체 업계와는 차원이 다르다. 매출과 이익이 급전직하, 이게 현재 우리나라 대형 유통 업계의 고민거리다.

그렇다고 온라인 유통 업체들이 돈을 벌고 있는 것도 아니다. 신선식품 온라인 유통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마켓컬리. 이 업체도 영업손실 규모는 2015년 54억원에서 2016년 88억원, 2017년 124억원, 지난해 337억원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지마켓과 옥션을 운영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를 제외하고는 이익을 내는 기업이 없다. 최저가 경쟁과 지속적인 마케팅 비용이 주요 원인이다. 이제 온-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유통업체들은 더 싸게 팔고, 더 많은 돈을 광고하는데 쓰고 있다. 대한민국 유통의 판은 전쟁터가 된 셈이다.

이런 와중에 농협이 유통 계열사들을 통합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린다. 업계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하나로유통, 농협유통, 충북유통, 대전유통, 부산경남유통 등 5개 유통 자회사의 통합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덩치를 키우고 비용을 절감해 이마트, 롯데마트와 같은 대형 유통 업체들과의 경쟁에 나선 것이다. 

이외에도 농협하나로마트는 네이버와 업무 협약를 맺었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지역 농축협, 농업인 생산 기업, 농업인 조합원의 온라인 판로를 지원하고 소비자가 우수한 품질의 국산 농축산물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쇼핑 편의를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입점을 희망하는 지역 농축협과 농업인에게 입점 교육, 판매 방법, 마케팅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농협하나로유통과 네이버쇼핑은 11월 18일 서울 마포구 농협하나로유통 본사에서 국산 농축산물 온라인 판매 확대 및 농업인 판로 지원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김성광 농협하나로유통 대표 이사(오른쪽)와 이윤숙 네이버쇼핑 대표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농협]

농협의 유통 전략은 ‘덩치는 키우고 온라인은 강화한다’로 요약할 수 있다. 방향이 옳다. 이번에는 꼭 성공해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기 바란다. 하지만 그것이 성공한다고 해도 이마트, 롯데마트를 따라하기에 다름이 아니다. 그들 업체들은 오히려 현재 사업의 근본이 흔들린다고 걱정이 태산이다. 사람을 매장으로 오게 만드는 모객 효과와 매출을 ‘신선식품’ 그러니까 농산품으로 올리고 있었기에 더욱 그렇다. 그 시장도 온라인으로 이렇게 빨리 옮겨갈 줄 몰랐다고 업체 경영진들은 한탄하고 있다. 

최근 WTO 개도국 지위 포기와 RCEP 체결 등으로 더 높아질 국내 농산물 개방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먹는 입(수요)는 한정되어 있는데 먹거리(공급)는 더 많아졌고 여기에 유통 업체들까지 가격 파괴 수준의 할인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이런 약탈적 상황이 지속되면 가장 죽어나는 것은 누구일까? 영세한 제조업자, 즉 농민이다. 

농민이 없는 농협은 생각할 수 없다. 농민이 돈을 벌게 해주는 게 농협의 존재 이유다. 그런 점에서 이 어려운 유통 판에서도 기본으로 돌아가 농민을 중심에 놓고 전략을 짜보는 것도 좋다. 유통업체로써 농협의 가장 큰 차별점은 공급자의 접점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태생이 농민을 위한 조직이라서 그렇다. 이것은 소비자 접점을 중심으로 회사를 키워온 다른 유통 공룡들과 비해 강력한 경쟁력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네이버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산지 농민들에 대한 온라인 판매 교육을 시작한 농협하나로유통의 시도가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하지만 실행으로 들어가면 얘기는 영 다르게 돌아갈 것이다. 농민들이 하루 종일 농사일로 지친 몸을 이끌고 컴퓨터에 앉아서 고객들의 주문을 확인하고, 클레임에 답을 해주고, 택배를 포장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농협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예컨데 일정 규모가 되는 영농조합이나 지역농협이 손을 잡고 온라인 판매 인력을 함께 양성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인재들은 도시에 많다. 그래서 농촌 지역까지 가서 매일 업무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만약 제품 선별과 포장은 현지에서, 온라인 판매 업무는 도시 지역에 농협중앙회 자회사나 도시농협의 사무 공간을 할애해 준다면 유능한 젊은 직원 채용도 가능할 것이다. 이른바 원격 근무다. 

지금까지 해왔던 관행을 깨고 새로운 사업 구조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혁신은 언제나 아프다. 살가죽을 벗겨내야 하니 말이다. 그러나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혁신하지 않으면 아픈 게 문제가 아니라 아예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우리 농업계가 딱 그렇다. 유통 혁신으로 우리 농업에 비전을 제시하는 농협의 활약을 기대한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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