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팜 성공, 기술 뿐 아니라 법과 제도 등 뒷받침 필요.. 표준화-데이타 중요
- 우선 농업계의 지지 받아야... 은퇴농에 대한 생계 보전책 등 세심한 정책 선행돼야

[편집자주] 

지난 정부에서 간척지를 활용해 대규모 스마트팜 단지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농업계의 반대에 의해 좌절된 적이 있다.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프로젝트에는 대기업 참여가 불가피 한데 수출 목적으로 재배한 작물이 국내에 유입되면 농산물 폭락의 원인이 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그럼에도 이번 정부도 스마트팜을 국정 100대 과제에 두고 재차 추진 중이다. 양분되어 있던 스마트팜 관련 민간 단체도 올해 10월 하나로 통합됐다. 통합 조직인 한국스마트팜산업협회를 이끌 박현출 회장은 농촌진흥청장, 서울시농식품유통공사 사장을 거친 농업 전문가다. 무엇보다도 농업-농촌의 현실과 정부 정책의 기조를 잘 알고 있는 그를 만났다. 농업의 미래가 스마트팜에 있다고 단언하면서 이로 인해 소외될 수 있는 농업인들에 대한 배려와 부작용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농업계의 해묵은 숙제인 농산물 유통에 대한 의견도 들어봤다. 미래 비전을 제시하면서 현실도 돌아볼 줄 아는 패기와 노련함을 겸비한 전문가다운 식견이 돋보였다.

- ‘한국스마트팜산업협회’가 출범했다. 의의를 3가지 정도로 압축해서 설명해 달라.

온실의 온도, 습도, 광량, 양액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사람이 원격으로 온실의 창문을 여닫거나 습도를 조절하는 방식의 초기의 스마트 팜은 우리나라도 유리온실이 본격 보급된 90년대 중반 이후로부터 상당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 전개될 스마트 팜은 수집된 데이터를 기초로 해서 정밀 제어 시스템이 생육 환경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방식에 중점을 두게 될 것이다. 

온실이나 식물 공장의 경우, 각종 센서를 통해 현재 상태를 실시간으로 정확히 측정한 다음, 자동 제어 시스템에서 작물별 생육 조건에 맞춰 미리 설정한 제어값에 따라 생육 환경을 자동으로 조절하며, 최종 산물의 생산량과 품질까지 포함된 빅 데이터를 분석해서 더 발전된 환경 제어 솔루션을 만들게 될 것이다. 노지 스마트 팜의 경우에는 토양 수분이나 양분을 실시간으로 측정해서 관수 또는 배수 시스템을 자동으로 작동시키거나, 병충해 센서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즉각적인 방제 조치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한국스마트팜산업협회는 기존의 두 개 협회를 통합해 출범했다. 한국농식품ICT융복합산업협회와 한국스마트팜협회가 통합 총회를 거쳐 지난 10월 17일 농림축산식품부 인가를 받았다. 분산된 조직이 하나로 통합됨으로써 스마트 팜 산업이 본격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고, 통합협회가 스마트 팜 산업의 대표성을 확보해 그동안 스마트 팜 확산을 위해 갖추어야 할 여러 가지 제도적으로 미흡한 분야에 대하여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고 볼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민간 중심의 산업 표준화를 촉진하고, 스마트 팜 전문 인력의 육성, 스마트 팜 사후 관리 체제의 구축, 스마트 팜 기업 간의 상호 교류·협력과 정부와의 소통을 강화하여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부품업체, 소프트웨어 및 제어 시스템 개발업체, 스마트 팜 경영체 등이 긴밀히 협력해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해외 플랜트 수출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었다. 또한 스마트 팜에 대한 정책 자문을 활발하게 추진하여 스마트 팜 산업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 향후 중점 사업이 마련되어 있을 것 같다. 추진 중이거나 계획 중인 주요 사업은?

우리나라에서 스마트 팜 산업이 확산되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과 함께 여러 가지 제도적인 기반을 동시에 갖추어 나가야 한다. 스마트 팜에 적합한 ICT 기술 연구 개발과 실용화, 단체 표준과 국가 표준 등 표준화의 촉진, 효율적인 사후 관리 체계의 구축, 교육·품질·검인증 등 관련 정책 지원 사업들을 관련 기관 간 협조틀 통해 상호 유기적으로 보완·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협회는 앞으로 스마트 팜 산업화 촉진을 위하여 정부 및 관련 기관과 협력하여 스마트 팜 사후 관리 체계 구축과 표준화의 촉진, 교육 및 실태 조사, 스마트 팜 기업체의 효율적인 관리 방안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스마트 팜 업체가 영세하여 부품이나 장비가 고장나면 적기에 수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수리비도 비싸 사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앞으로 다수의 기업이 참여하는 공동 사후 관리 시스템이 마련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민간 중심의 스마트 팜 산업 표준화 촉진 기반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 표준화에 대한 홍보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협회 소속으로 산업표준위원회를 설치하여 기업체와 전문가가 협력함으로써 산업 표준화 과제를 발굴하고 단체 표준 제개정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또한 중장기 표준화 방향을 제시하여 현장 중심의 표준화가 진행되도록 할 것이다.

스마트 팜 전문가 양성을 위한 아카데미 교육 사업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스마트 팜 교육 기관으로 지정을 받아, 온라인 교육 방식으로 직장인과 일반 시민, 귀농 희망자 등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실적 인증도 해나가도록 하겠다. 관계 기관과 협의하여 스마트 팜 기업체 운영 실태와 스마트 팜 농장 기술 현장 적용 실태, 스마트 팜 해외 수출 현황을 조사하여 기술·정책 자료와 통계 자료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

스마트 팜 업체가 난립하면 기술과 경험이 취약한 업체들이 과당 경쟁을 일으켜 부실 시공을 할 우려가 있으므로 스마트 팜 업체의 시공 능력 기준을 정하여 정부 사업의 적정 시공과 안정적인 사후 관리가 보장되도록 검토해 나가겠다. 

- 시대 흐름이나 시대 정신이라는 게 중요하다. 박현출 회장은 스마트 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해온 것으로 안다. 왜 필수인지 일반 대중에게 쉽게 설명한다면?

좁은 국토에서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대한민국은 식량 안보에 매우 취약한 상태이다. 또 국토의 2/3는 산지이고, 농지라 해도 중산간 경사지에 위치한 농지가 더 많은 실정이다. 앞으로 지구 인구 100억 명 시대와 기후 변화 위기의 시대에 농산물 자급율을 최대한 높이고, 나아가 해외 수출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스마트 팜 산업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스마트 팜은 현재 시설 채소와 시설 축산 분야에서 발전하고 있지만,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점차 다른 작물로 확산될 것이다. 또 노지 농업에서도 앞으로는 데이터를 기본으로 하는 정밀 농업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기후 변화 위기를 맞아 식물 공장이 중요한 식량 공급 기지 역할을 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대한민국의 높은 기술력과 자본 조달 능력을 잘 활용하면 토지와 기후의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농업 강국으로 발전할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스마트팜산업협회가 지난 10월 정식 출범했다. 박현출 초대 회장은 스마트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농업계의 지지 받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은퇴농에 대한 생계 보전책 등 세심한 정책 선행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박현출 회장.

- 과거에도 대규모 스마트 팜 조성 사업은 추진됐다가 무산된 적이 있다. 최근엔 정부가 스마트 팜 혁신 밸리를 조성 중이다. 정부의 이런 정책 추진에 대해 한국스마트팜산업협회는 동조하는 입장인가 아니면 좀 결이 다른 방향성을 지니고 있나? 같은 점과 다른 점을 설명해 달라.

데이터를 기초로 자동 제어를 하는 방식의 스마트 팜은 이제 시작 단계라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동식물별로 정확한 생육 조건을 규명하고, 이러한 조건에 따라 환경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 장비 등이 구축되어야 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생성된 빅 데이터를 분석하여 다시 환류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혁신 밸리는 스마트 팜의 확산을 위한 인프라 성격이 강한 것으로 판단한다. 각종 시험을 해볼 수 있는 실증 단지나 청년 농업인에게 창업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 또 임대형 단지를 만들어 초기 투자를 줄이면서 스마트 팜을 경영해보도록 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협회에서는 업계나 현장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전달하므로써 혁신 밸리가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부는 한때 간척지 등에 수출 농산물 생산용 대규모 온실 단지를 짓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해당 농산물이 수출되지 못할 경우 국내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일시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 수출 시장 확대는 향후 스마트 팜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한국 농업계가 반드시 풀어야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 고령화 농촌에서의 스마트 팜 추진 프로젝트는 농촌 살리기가 아닌 농촌 소멸과 산업 단지화를 유도하는 일이라는 역설도 존재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농촌은 현재 추세가 계속될 경우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그대로 소멸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농업기술과 장비, 기계 등이 계속 발전하기 때문에 농업 경영자는 과거에 비해 줄어들 수밖에 없다. 1인당 경영 면적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농업인의 숫자를 유지하기 위해 과거 농사 방식을 답습할 수도 없다. 젊은이를 농촌에 불러오기 위해서는 도시 가구 이상의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적절한 규모의 농장이 필수적이며, 이러한 농장에는 스마트 기술이 반드시 적용되어야 한다. 

스마트 팜이 가져올 결과는, 단기적으로는 고령농의 은퇴를 앞당기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지만, 멀리 보면 농촌에 젊은 농업인을 불러와 농촌 사회에 활력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물론 은퇴 고령농에 대해서는 별도의 소득 안정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농업 인구는 현재도 농촌 인구의 1/4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금년부터 총인구가 줄어드는 시기를 맞고 있다. 앞으로 농촌은 농업 이외 다양한 관광 및 레저 상품 등을 개발해서 도시민과 함께 하는 방식으로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 스마트 팜 활성화로 예상되는 우리 농촌의 이익은 뭔가? 산업적인 면과 농업.농촌이라는 공동체 측면 2가지 모두를 고려해서 답변한다면?

스마트한 농장이 아니라면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들어올 수 없다. 스마트 팜이 활성화되면 농업을 직업으로 하고자 하는 젊은 층들이 많이 들어올 것으로 생각한다. 젊은 농업 경영인이 스마트 팜을 운영해서 세계를 향해 농산물을 수출하게 된다면, 우리의 농업 생산 규모를 지금보다 훨씬 크게 확대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스마트 팜 장치 산업부터 농산물 수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후방 산업이 발달해 농촌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소멸을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해 농촌을 살릴 길을 찾을 것인가,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는 문제라고 본다.

- 가락시장의 농산물 유통 혁신도 스마트 팜으로 가능하다고 보나? 가락시장 무용론이 나오고 있기도 한데.

스마트 팜이든 재래식 농장이든 농산물 유통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농업 소득 자체가 불안정해져 안심하고 농업을 경영하기 어렵다. 한국 농산물 가격의 변동 폭이 큰 것은 농업인이 협동조합을 통해 출하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시장에 농산물을 출하하기 때문이다. 선진국 농업인은 협동조합을 통해 공동 출하하기 때문에 농산물 수급 조절이 용이하다. 우리나라도 형식상 협동조합을 통해 출하하는 경우가 있으나 대부분은 공동 출하가 아닌 개별 출하 형태이다. 엄밀히 말해 협동조합에서 운송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업인의 개별 출하를 부추기는 중요한 원인이 가락시장 경매 제도에 있다. 경매는 농산물 공급이 부족하던 시절 농업인에게 유리한 제도였으나, 지금처럼 공급 과잉 시기에는 농업인에게 매우 불리한 제도다. 경매 방식은 무조건 물량을 먼저 출하한 다음 가격을 정하게 되는데 공급이 넘치는 시기에는 제값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경매 회사만 돈을 버는 구조인셈이다. 가락시장에 도매상(시장 도매인) 제도가 도입되어 출하자와 미리 가격을 협의해서 거래한다면 불필요하게 많은 물량을 도매 시장에 보내 울며 겨자 먹기로 헐값에 파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가락시장은 그 거래 방식을 시대에 맞게 바꾼다면 앞으로도 농업인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한국스마트팜산업협회의 10년 뒤를 예상한다면?

향후 10년은 스마트 팜 산업의 활로를 결정할 중요한 시기이다. 작물별, 축종별로 최적의 생육 또는 사육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경을 정밀 제어하는 기술을 발전시켜야 하며, 전문 인력 육성 및 수출 시장의 확대 등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협회가 관련 당사자의 노력을 결집시킬 수 있기를 희망하고, 그렇게 된다면 한국 농업은 엄청난 부활의 기회를 맞게 될 것으로 본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