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개구리와 우리말’이라는 에세이는 고교 교과서에도 실렸을 정도로 유명한 글이다. 외래와 토종을 구분하자는 뜻보다는 우리 것의 소중함을 인식하자는 온기와 지혜가 담긴 글인데, 요즘 환경부가 왕우렁이를 대하는 태도에 새삼 최재천 교수의 글이 떠오른다.

최근 환경부는 친환경 농법에 사용되고 있는 왕우렁이를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친환경 농업 단체들과 농민들이 “무슨 소리냐?”며 반발하고 있다.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되면 교육 목적 등을 제외하고 사육, 재배, 이식, 양도와 유통이 금지되는데 대한 반발인 것이다.

왕우렁이가 뭔가? 우리나라 친환경농법의 국가대표 같은 생물 아닌가? 요즘도 대형마트나 농협 하나로마트에서는 우렁이농법으로 재배한 친환경 쌀이라는 광고가 넘쳐흐르는 마당에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 됐다는 느낌이 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환경농업단체연합회, 한국유기농업학회,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는 성명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환경부의 독단을 규탄하고, 즉각 ▲이 조치를 철회하라는 것. 환경부 관계자는 반대의견이 이처럼 거셀 줄은 미처 몰랐다며 정해진 게 아직 없으므로 관련단체의 의견을 모아나가겠다고 말했다.

농민들과 관계자들은 이런 게 바로 공무원들이 책상에서 머리만 굴려 벌이는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렁이가 탁상에서 악당이 되어버렸다. 이런 게 바로 우리나라 농업의 현실이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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