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강은 세계에서 가장 큰 강이지만 쇼핑몰 아마존은 가장 큰 온라인 장터다. 10월 24일 기준 시가 총액은 1035조원으로 미국 나스닥에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세 번째로 비싼 회사다. 창업자이자 최고 경영자 제프 베조스는 재산이 무려 121조 원.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세계 최고 부자 지위를 두고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다. 이 아마존이 한국 농식품 판매자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자기네 시장에서 물건을 잘 팔수 있도록 도와준다면서.

지난 25일 양재동 aT 센터에서 농식품 해외전문가 초청 설명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아마존코리아 송제승 사업개발팀장이 연사로 나와 아마존에서 농식품 파는 법에 대해 설명했다. 미국뿐아니라 전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아마존. 1년동안 1번이라도 제품을 구매한 적이 있는 고객이 3억명이나 된다고 한다. 특히 연 회비 119달러 (약 14만원)을 내고 2일 내 무료 배송 등 혜택을 받는 특별 프로그램인 아마존 프라임 (Amazon Prime) 회원만도 1억명이다. 실로 엄청나게 큰 규모의 시장이다.

주목할 것은 회원들의 연령대를 보면 35세 이상이 60%를 넘는다는 점이다. 18~34세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 온라인 쇼핑몰들과 비교해 다양한 고객 세그먼트를 가지고 있다. 농식품의 주요 소비 계층인 자녀가 있는 가정에 접근하려고 한다면 흥미를 가지고 연구해 볼 대목이다. 또한 아마존이 자랑하는 FBA(Fulfillment by Amazon)는 판매자들의 제품을 아마존의 자체 물류 창고에 보관해주고 주문이 들어오면 자체 물류망을 이용해 고객들에게 배송해주는 직배송 프로그램이다. 소정의 보관료와 배송비를 내야 하지만 제품만 이상 없이 창고에 집어 넣으면 알아서 팔아주고 배송까지 해주니 판매자는 제품을 잘 만들고 잘 팔수 있는 노력에만 집중하면 된다. 참 편리한 서비스다.

송 팀장은 “아마존을 단순한 판매 사이트로만 보지 말고 브랜드 노출하고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통합 마케팅 채널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아마존에서 성공 요소로 미국 내 상표등록을 꼭 추진하고, FBA 서비스를 활용하고, 팔릴 수 있는 가격을 구성해서 구매 고객으로부터 ‘평판’을 얻는 일부터 하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아울러 “농식품의 경우, 선적과 통관, 보관과 판매까지는 시간이 걸리므로 아무래도 유통기한이 긴 라면, 과자, 김 같은 제품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aT가 시의적절하게 최신 유통 트렌드를 소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반 공산품들도 이제는 직구와 역직구와 같이 국경을 넘나는 온라인 쇼핑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와 같이 현지의 대리상을 찾고 계약에 의해서 대량으로 물건을 보내는 방식의 무역 거래를 이제는 아마존 같은 온라인 유통 공룡들이 해주고 있다. 앞으로 농식품의 수출도 물류 체계와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국경이 허물어지는 크로스 보더 이커머스 (Cross Boarder E commerce)가 보편화될 날도 머지 않아 보였다.

지난 25일 양재동 aT 센터에서 농식품 해외전문가 초청 설명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아마존코리아 송제승 사업개발팀장이 연사로 나와 아마존에서 농식품 파는 법에 대해 설명했다. 미국뿐아니라 전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아마존. 1년동안 1번이라도 제품을 구매한 적이 있는 고객이 3억명이나 된다고 한다. 사진은 아마존이 추진하는 무인매장 아마존 고 (amazno go) [사진=아마존 홈페이지]

그런데 이날 의문이 든 게 있었다. aT와 미국 회사가 손을 잡고 우리 농식품을 팔아보자고 머리를 맞대고 있을 때 농가 소득 5천만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큰 소리 치고 있는 농협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가? 이제 농업의 활로는 생산보다 유통에 있음을 농협도 잘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

지난 10월 23일 카길애그리퓨리나는 양질의 국내산 축산물을 안정적이고 가치 있게 공급하기 위해 축산 농가와 중소 육가공 업체를 연결하는 축산물 유통 서비스를 확대, 강화한다고 밝혔다. 카길애그리퓨리나는 축산 농가의 출하와 유통을 책임지게 되고 축산 농가는 본업인 사육에 집중하게 되어 양질의 축산물 생산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게 업체측 설명이다. 양질의 축산물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육가공 업체의 경우 이번 유통 서비스를 통해 양질의 축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이 업체는 축산물 유통업에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인물을 책임자로 영입하는 등 전문 인력과 조직을 재정비했다고 전해진다. 민간 사료 업체가 나서서 “축산 농가들께서는 열심히 가축만 키우시면 됩니다. 저희가 판매까지 다 해드리겠습니다”하고 나선 셈이다. 결과는 두고 봐야 할 일이고 의도도 어떤 것인지 살펴봐야겠지만 어찌됐든 참 기특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제 물건을 팔기 위해 고객 물건을 잘 팔아 주겠다는 정도는 돼야 고객 만족의 명함이라도 내밀수 있다.

지난 농해수위 국감장에서 한 장면. 농산물 유통 혁신의 해법으로 올해부터 시작된 온라인 경매 시범 사업의 실적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완주 의원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로부터 제출받은 '사업 시행 이후 온라인 경매 실적'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9월까지 거래는 8일에 불과했다. 온라인 경매를 통한 거래 물량은 총 18톤으로 거래 금액은 5천만 원에 그쳤다. 지난 2018년 전국 도매 시장 거래량이 626만1646톤(국산)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대비 0.0003% 수준에 그쳤다. 유명무실, 거의 안한 것이다.

온라인 경매는 기존의 시장 반입-진열-경매-운반-배송 등의 복잡한 단계를 거치는 오프라인 방식에서 벗어나 산지 보관-온라인 경매-배송으로 유통 단계를 축소하여 농산물의 효율적 수집·분산 강화 등 물류 효율성 제고하고자 마련된 시스템이다. aT에서는 올해 시범 사업의 성과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2020년도부터 대상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해명했지만 현재의 실적이라면 사업 확대 가능성은 어려워 보인다. 박완주 의원은 “작년 국정 감사에서 온라인 경매의 예상되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시범 사업 진행 전 사전 준비에 철저할 것을 aT에 당부했지만, 우려했던 바가 현실이 됐다.”고 지적했다. 뻐 아픈 지적이다. 좋은 계획도 실행을 제대로 못하면 빚좋은 개살구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으므로.

농산물과 식품은 상품의 특성과 유통 경로가 다소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짧은 시간 내에 생산자에게서 소비자로 전달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농민들도 중소가공업체들도 만드는 건 이제 자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잘 안되는 게 유통과 마케팅이다. 어떻게 내 상품을 알리고 소비자들에게 빨리 전달해서 판매 마진을 키울 것인가가 문제인 것이다. 이에 대한 대답을 생산자에게 찾으라고 한다면 농협은 해체해야 옳다. 존재 이유가 그 것이기에. 

“온라인 쇼핑몰이, 민간 사료 업체가 오죽 답답하면 농식품 유통에 팔을 걷어 붙였을까“라는 혀를 차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파격적인 방법을 내놔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썼던 방법이 효과가 없었다면 싹 집어 치우고 새로운 방식으로 일을 해야 한다. 작년에 했다고 국감 때 지적받았던 보여 주기식 행사, 선심성 대책으로는 내년에도 돌아올 것은 욕 밖에 없다. 게다가 WTO 개도국 지위 포기로 농업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헬게이트’가 열리지 않았나? 시간이 얼마 없다. 이대로 가다간 농민이 먼저 죽고 다음은 농협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아니, 그 전에 농민들의 손에 의해 해체될지 모를 일이다. 고객을 받들어 모시고 공존의 방법을 밤낮으로 찾아가지고 오는 아마존이나 카길과 손잡는게 더 나을 테니까.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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