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의 소박한(?) 희망이 ‘농산물 제값 받고 팔기’라는 걸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사실이다. 땀 흘려 가꾼 농산물이 중간 유통마진으로 40% 정도 사라지고 나면 그야말로 ‘남는 게 없는’ 일을 뙤약볕 아래에서 1년 내내 했다는 자괴감만 남는단다. 하지만 몇 십년 동안 농산물 유통 구조는 고쳐지지 않는다. 바다에서 나는 수산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정감사에 드러난 바에 따르면, 명태·고등어·갈치·참조기 등 주요 수산물의 판매가격 중 절반 이상이 유통비용이라는 것. 무려 6단계에 이르는 복잡한 유통구조를 지닌 게 수산물이라는 점을 소비자 중에 누가 알고 있었을까? 지난 2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정운천 의원(바른미래당)이 해양수산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그렇다. 이 자료에는 명태·고등어·갈치·참조기·오징어 등 5개 품목의 유통비용과 수산물 판매가격이 나와있다.

살펴보면, 2018년 기준 평균 유통비용이 무려 수산물 판매가격의 52.3%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 51.8%에 비해 0.5%포인트 정도 높아진 수치. 유통비용 52.3%에 비해 생산자인 어업인(어민)에게 돌아가는 비율은 47.7%였다. 결국 1만원 가격의 생선 한 마리를 소비자가 샀을 때, 어민들에겐 4770원이 돌아가고 나머지 5230원이 유통마진으로 유통업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놀랄 일이다. 그쳤다. 유통마진이 발생하는 것을 유통단계별로 살펴보면, 소매단계 27.3%, 도매단계 13.4%, 산지단계 11.6%의 순으로 나타났다. 소매단계에서 상당액의 유통마진이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전문가들은 수산물 유통비용 과다발생의 이유를 복잡한 유통구조로 꼽고 있다. 생산자 어민 - 산지 위판장 - 산지 중도매인 - 도매시장 - 소비지 중도매인 - 소매상 - 소비자 로 이어지는 복잡한 유통구조가 결국 생산자인 어민과 소비자 양쪽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못한 가격을 안겨준다는 것이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제기한 정운천 의원은 “수산물이 여러 조건을 감안하더라도 농축산물에 비해 복잡한 유통구조를 지니고 있다. 수산물직거래촉진센터를 설치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농산물이든 수산물이든 유통개혁 없이는 농민과 어민 그리고 소비자들만 울며 겨자먹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 걸 그냥 두고 봐야만 할까?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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