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상황에서 우리 종자기업들이 외국기업에 인수합병되거나 팔리는 바람에 청양고추 등의 작물이 더 이상 우리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양파도 종자의 거의 대부분을 일본에서 사다가 재배해서 먹는다는 것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대한민국 여자 컬링대표팀과 일본 여자 컬링대표팀이 불러일으켰던 ‘딸기 원산지 논란’도 따지고보면 우리 종자가 없거나 부실해서 빚어진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문제(?)의 딸기는 이제 국산품종인 것으로 확인되었고 공인되었다.

그런데 이런 종자무역에서의 불균형 또는 적자는 2019년 현재에도 진행형인 모양이다. 국산 신품종 보급이 지지부진하면서 연간 종자 무역 적자가 약 800억원을 넘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영암‧무안‧신안)이 지난 7일 농촌진흥청로부터 제출받은 '5년간 국산 품종 점유율 및 무역수지 현황 자료'에 따르면 그렇다. 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 과수와 화훼작물의 국산 품종 점유율은 각각 15.8%와 32.8%에 그쳤다. 나머지는 외국에서 수입해서 쓰거나 재배하고 있다는 뜻이다. 품종별 국산점유율을 보면 과수작물인 복숭아 34.5%, 참다래 24.6%, 사과 19%, 배 13.6%, 포도 4%, 감귤 2.3% 순이었다. 감귤이 겨우 2.3%의 국산종자 비중이라는 점은 본보가 지난 호에서도 강조한 바 있다. 채소 중에서 양파의 국산종자율은 28.2%에 그쳤다.

최근 한일 무역분쟁으로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노노재팬 이라는 사이트도 만들어졌던 건 사실 일본 때문이라는 게 중론. 그런데 종자수입금액을 살펴보면 국가별로 일본산 종자 수입금액이 중국 다음으로 많았다.

굳이 일본이 아니더라도, 중국이 아니어도 , 우리가 우리 종자를 지키고 다양화함으로써 종자주권, 식량주권 나아가 식량안보를 굳건히 해야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분발을 기대한다. 백두대간 수목원에 씨드볼트라는 거대한 종자보관창고를 만들어서 유지하는 이유도 다 우리 종자를 지켜내기 위함일 것이다. 관련기관의 분발을 기대한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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