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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의 반도체 종자산업, 식량안보 버팀목 돼야국산품종 자급률 포도 4%, 배 13.6%, 양파 28.2%, 장미 30% 수준의 대한민국

"농사꾼은 굶어 죽어도 종자 씨주머니를 베고 죽는다"라는 옛말이 있다. 옛날 일이라서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팩트체크를 해볼 수는 없지만 , 충분히 사실일 거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농업중심 사회에서 씨앗만큼 소중한 건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렇다고해서 오늘날에는 씨앗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란 걸 잘 알리라 믿는다. 오히려 현대사회에서는 종자의 중요성이 예전보다 더 커졌으면 커졌지 결코 작아지진 않았다. 바로 식량안보라는 명제 때문이다.

과거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무렵, 우리나라 굴지의 종묘사들이 외국기업에 팔림으로써 수많은 우리 종자들이 외국 소유가 되어버렸다. 우리가 우리 종자에 대한 로열티를 외국 종묘회사에 지불하고 재배하는 지경에 이른 것. 대표적인 게 바로 청양고추, 금싸라기 참외, 불암 배추 등인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외국 기업에 넘어간 우리의 품종은 무려 2천 여개에 이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에 대한 위기감은 국정감사에서도 나타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이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9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농작물 종자 로열티로 지급한 금액은 매년 140억원씩 총 14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섯이 49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장미가 316억원으로 그 다음이었다. 작물별 국산품종 자급률은 포도 4%, 배 13.6%, 난 18.2% , 양파 28.2%, 장미 30%, 국화 32.1% 등으로 나타났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양파는 해외에 종자구입비로 2018년 175억원을 지급했고, 버섯의 경우 지난해에만 로열티로 42억원을 썼다. 토마토는 지난해 135억원 어치의 토마토 종자를 해외에서 수입해왔다. 정운천 의원은 “농촌진흥청이 국내 품종 개발에 막대한 R&D 예산을 집행했지만 국내 품종 자급률은 여전히 낮다. 농업인 소득증대, 종자산업 육성을 위해 신품종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극히 당연한 지적이다.

우리가 즐겨먹는 한라봉과 천혜향 등 대부분의 품종이 일본산이다. 지난 2018년 감귤 국산화율은 2.3%에 불과하다. 97.8%가 외국 품종인 셈이다. [사진=픽사베이]

◇ 국산품종 자급률 포도 4%, 배 13.6%, 양파 28.2%, 장미 30% 수준의 대한민국

문제는 그 종자들을 다시 우리 것으로 찾아올 길이 거의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종자(씨앗)이 국가 간 분쟁이 일어났을 때, 식량 주권과 안보를 지킬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997년 우리나라 장미 재배 농가들은 독일과 일본으로부터 로열티를 내라는 요구를 받고 크게 휘청거렸던 경험이 있다.

독일의 세계적인 장미 육종회사 코르데스가 당시 국내 장미재배면적 65%에 달하는 자사의 전 품종에 대해 지적재산권을 행사한 것이다. 코르데스는 상표사용료로 장미 한 송이 당 1달러씩을 요구했다. 또한 일본의 경성장미원은 한국에서 생산해 일본에 수출하는 자국 품종들에 대해 송이 당 5∼6원의 로열티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모두 제대로 된 국산 장미품종이 없어서 벌어진 일이었다. 결국 외국회사에 로열티를 지불하고서야 장미를 재배할 수 있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런 일은 요즘도 일어나고 있다. 왜 이리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느냐고 물어도 , 현실이 그렇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난해 12월 제주도 감귤 농가에서도 로열티 문제가 발생했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품종보호 출원한 ‘미하야’와 ‘아스미’에 대한 판매 중단 및 로열티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 이에 우리 농림축산식품부가 나서서 유권해석을 함으로써 일단락됐지만 , 가슴 철렁한 일이었다. 문제는 우리가 즐겨먹는 한라봉과 천혜향 등 대부분의 품종이 일본산이라는 데 있다. 지난 2018년 감귤 국산화율은 2.3%에 불과하다. 97.8%가 외국 품종인 셈이다.

 

◇ 제주 감귤 97.8%가 외국품종, 감귤 국산화율은 2.3%에 불과

국내에서는 대표적인 종자기업인 아시아종묘, 농우바이오, 팜한농 등 토종 종자회사들이 종자산업의 부활을 알리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다. 점점 종자주권을 향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기능성 품종 개발에도 연이어 성공하고 있다.

농우바이오는 국내 1위의 채소종자 전문기업이다. 농우바이오는 고추 무 수박 배추 참외 등 채소류의 종자를 개발 생산 판매하며 국내 채소 종자시장 점유율 26%를 자랑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가 대주주이며 수출 비중이 60% 에 이르는 글로벌 종자회사이기도 하다. 농우바이오는 최근 5 년간 매출액의 16.5% 수준의 꾸준한 R&D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특히 국산화율이 낮고 생산량이 많은 양파와 파프리카 등에 집중하고 있다.

농우바이오는 올해 TY시스펜이라는 황금빛 기능성 대추 토마토 품종을 선보였다. 항산화 물질 라이코펜 함유량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맛도 우수해 상품성도 좋다. TY시스펜은 육종단계부터 상품출시까지 농우바이오와 농협이 원스톱으로 기획, 판매해 충남 부여 일대 단지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미니 대추 토마토 ‘TY하이큐’도 주력품종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기존 대추 토마토가 당도가 높으면 저장성이 다소 떨어졌던 점을 개량해 평균 9~10브릭스로 단단한 경도를 유지하도록 개발됐다.

팜한농은 LG그룹 소속 농화학 기업이다. 팜한농은 올해 주력품종으로 토마토품종 ‘TY열강’, ‘TY타이푼’과 고추품종 ‘더강한청양’을 꼽았다. TY열강은 안정적인 고온기 재배 전용 토마토 품종이다. 특히 생육 후기까지 단단한 경도를 유지하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팜한농은 이와 같은 신품종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영농교육·현장컨설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팜한농 내 종자부서와 비료·작물보호제 부서의 협업도 추진하고 있다.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작목반, 재배농가를 대상으로 한 홍보·컨설팅 활동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아시아종묘는 남북 종자 교류에서부터 기능성 풋고추 개발 등으로 유명한 국내 굴지의 종묘기업이다. 특히 류경오 대표는 남북관계, 동북아.동남아시장, 유럽시장 등을 망라해 전세계로 뻗어가는 우리 종자산업을 기획하고 추진하기로 유명하다. 아시아종묘는 최근 도시농업백화점을 활용해 우리 종자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농업백화점 채가원을 최근 오픈했다. 아시아종묘는 올해 차별화된 소형·기능성 품종 판매에 주력한다. 소형 품종으로는 단호박 품종 ‘미니강1호’가 대표적. 미니강1호는 미니 밤호박으로 무게 400~500g으로 장기간 수확이 가능한 품종.

아시아종묘는 혈당 강하성분이 다량 함유된 ‘미인풋고추’로도 유명한 회사다. 미인풋고추는 재배가 수월한 다수확 대과 품종. 기능성작물이기도 하다. 아시아종묘는 최근 소비자들이 소포장 소비와 건강 증진 성분 함유량 높은 농산물을 선호한다는 트렌드를 겨냥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종묘는 당도가 20브릭스에 이르는 ‘초당옥수수’의 공급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초당옥수수는 파종 후 80일경부터 수확 가능한 품종으로 이삭이 굵고 착립률이 우수하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세계적 수준의 종자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종자안보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품종 개발이 우선이라고 한결같이 말하고 있다. 사진은 2018년 국제종자박람회에서 해외바이어와 수출바이어와 상담하는 모습 [사진=국제농업박람회조직위]

◇ 아시아종묘, 농우바이오, 팜한농 등 국내 대표 종자기업의 약진 돋보여

국산 종자 시장은 5~6천억원 규모. 세계 종자시장 규모는 372억∼450억 달러 정도. 최근 몇 년 새 활발하게 진행 중인 종자기업 인수·합병(M&A)은 우리 입을 쩍 벌어지게 한다.독일의 바이엘의 미국 종자기업 몬산토 인수. 2017년 다우케미컬과 듀폰의 합병. 중국화공그룹은 2016년 스위스 신젠타를 인수했다. 인수규모는 400억 달러에서 1500억 달러에 이른다.

한국은 이들 종자 선진국보다 시장 규모, 자금력, 기술력에 있어서 열세라고 인정해야 맞다. 2017년 기준 국내 종자시장 규모는 5920억원. 같은 해 394억달러(약 46조 원) 규모였던 세계 시장의 1.3% 수준이 이런 사실을 말해준다.

점차 늘어가고는 있지만 국내 종자기업의 수출액도 아직은 걸음마 수준. 2017년 우리의 종자 수출액 5854만 달러는 주요 종자 강국과 비교하면 수십분의 1 수준이다. 네덜란드(20억 달러), 프랑스(18억 달러), 미국(17억 달러) 등에 이어 세계 30위 정도의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나마 국내 종자업체 중 매출액 40억원 이상 기업은 농우바이오, 팜한농, 아시아종묘, 더기반 등 20여 개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세계적 수준의 종자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종자안보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품종 개발이 우선이라고 한결같이 말하고 있다. 국가적 지원을 토대로 우리 종자기업들의 약진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게 중론인 것이다. 종자안보는 최근 진행중인 한일무역분쟁이나 미중무역전쟁의 격랑 속에서 나날이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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