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을 놓고 열리는 공청회나 토론회는 숫자도 많고 참석자 면면도 훌륭하다. 매년 그래왔다. 그런데 왜 가락시장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는가? 왜 오히려 사모펀드를 비롯한 큰 자본의 유입 등으로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는가? 그래서 최근에도 어김없이 가락시장 문제점 해결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여전히 시장도매인제 하나를 놓고 몇 년 째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말만 무성한 토론회였을까?

그런데 이번엔 좀 더 날 선 이야기와 구체적인 방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대로만 진행하면 서울시도 욕을 안 먹고, 농식품부도 제 할 일 한다는 말을 들을텐데 진짜로 그럴지는 아무도 모른다. 바로 이런 점이 농업관련 정책의 ‘백년하청’타령의 시작점이다. 늘 농민들만 애가 탄다. 토론회 내용을 큰 줄기만 간추려 보자.

▲시장도매인제 도입 논의가 시작된지 10년이 됐다. 찬반이 대립하는 거야 당연하다. 하지만 가장 큰 책임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이쪽저쪽의 눈치만 보는 농림축산식품부에 있다. ▲왜 경매를 주관하는 도매법인들은 매년 수십억 씩 앉아서 돈을 버는데, 출하자 농민들에겐 왜 박한 이익만 남나? ▲도매법인이 상장수수료 7%를 징수하고 중도매인이 분산과정에서 유통마진으로 10~17%의 마진을 남긴다. 이렇게 최대 24%가 경매제 유통비용이다. 고쳐야 하지 않겠나? ▲시장도매인제는 경매 단계가 없기 때문에 산지로부터 농산물을 받으면 바로 소비자에게 공급이 가능하다. 시장도매인들은 농산물을 거래할 때마다 생산자와 가격 협상을 하고 수급조절을 할 수 있다. 공급과잉으로 인한 헐값 넘기기를 막을 수 있다.

▲ 경매제에 따른 가격 변동 완화를 위해 정가수의매매제라는 게 있다. 하지만 취지가 무색하다. 시장도매인들은 농산물을 거래할 때마다 생산자와 연락해 가격 협상을 하고 수급과 출하물량을 조절할 능력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홍수출하로 터무니없는 헐값을 받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도매시장은 농가를 산지유통에 휘둘리지 않게 하기 위한 공공시설이다. 하지만 경매제도는 농가의 소득보다는 물량 확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공의 역할을 상실한 것이다.

자, 어떤가? 이쯤 되면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되지 않겠는가? 누구를 위해 가락시장은 존재하는가? 도매법인과 종사자들만을 위한 가락시장이라면 지금 사라져도 아무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안 그런가?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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