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 양파재배농가와 대파농가들이 밭을 갈아엎고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 자신들이 키운 농작물을 불태우는 장면 말이다. ‘왜 저럴까?’라는 궁금증도 있었겠지만, ‘얼마나 사정이 절박하면 저럴까?’ 싶은 그 장면 앞에서 우리는 농민들의 고단함과 외로움을 목격하곤 했다. 바로 생산과 유통의 불균형 또는 제값을 받지 못하고 농산물을 떠넘기듯 해치워야하는 불합리 때문이란 걸 아는 사람은 알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아는 사람만 아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사정이 조금씩 나아질 기미가 보이는 것 같다. 앞서 언급한 양파,대파, 마늘 등의 노지채소에 전국단위 품목단체 결성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매년 거듭되는 공급과 유통에서의 소외감이 노지채소 농가들로 하여금 전국단위 조직을 결성하게 한 것이다. 최근엔 전국양파생산자협회가 사단법인 승인을 받았고, 전국배추생산자협회, 전국마늘생산자협회 등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는 모양새다. 전국대파생산자협회도 창립준비중이란 소식도 들린다. 한마디로 ‘정부가 안 하면 우리가 한다’는 각오와 다짐으로 농가들이 한데 뭉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농산물 수급정책, 특히 하우스 품목이 아닌 노지채소들에 대해 농민들의 권한은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참여할 길이 거의 없었다는 게 사실일 것이다. 농협도 있고 작목반도 있고 유통업 조직도 있었다곤 하지만 농민들의 권익을 보장받기엔 큰 한계를 노출했던 게 사실. 그래서 드디어 노지채소 전국단위 품목단체 창립이 줄을 잇고 있는 것. 수천명 정도로 이루어진 이들 노지채소 품목단체(농민연합회)의 창립으로 서서히 제 목소리를 내게 된 농민들의 앞날이 조금은 밝아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은 낙관하기 이르다. 농림축산식품부나 기업유통조직 등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이들이 아직은 새싹을 틔운 묘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름드리 나무 아래에서 햇볕을 받지 못해 고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부터 이들 품목단체 농민연합회를 따뜻하게 바라보며 관심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혹시라도 농식품부가 타성에 젖어 변화를 꺼려한다면 농민들과 이들 품목단체 연합회는 분노를 넘어 폭발할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쪼록 이들 노지채소 농민연합회가 무럭무럭 성장하길 기대한다. 농식품부의 분발도 기대해본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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