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사각지대는 있다. 하지만 같은 일이 너무 자주 일어나는 공간은 사각지대라고 하기 어렵다. 그 일을 누구나 알고 있고 목격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그 공간에는 응당 필요한 조치가 취해져야만 한다. 최근 SNS를 통해 보여진 우즈베키스탄 노동자 폭행 모습을 담은 동영상은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지난 5월 충남에서 발생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진 이 사건은 사건 발생 직후 피해자의 지인이 신고해 경찰이 수사했으나 피해자인 우즈베키스탄 노동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이미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소한 이유로 외국인 노동자를 폭행하고 멸시하는 듯한 말을 하는 동영상 속 남자의 모습은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누군가 옆에서 말리지 않았다면 더 심한 폭행도 이루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잘 알다시피 우리 농촌엔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농번기엔 외국인 노동자를 단기간 입국시켜 일손으로 활용한다. 예전엔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엔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국적 노동자들도 국내에 오고 있다. 이들의 하루 일당은 대개 6만원 선이어서 내국인보다 2~3만원 이상 저렴하다고 한다. 그래서 농가에서는 외국인노동자들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런데 앞서 언급했듯이 단기간 입국해 일을 하고 다시 출국하는 외국인노동자를 대하는 우리나라의 제도와 시스템이 우선 너무 졸속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도 제도와 시스템의 기반위에 반듯하게 세워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마침 농어촌 농번기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국내 체류 기간을 현행 90일(석달)에서 150일(다섯 달)로 확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종회 민주평화당(전북 김제·부안) 의원이 주인공이다.

김 의원은 농어촌 인력난의 실질적인 해소를 위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체류기간을 연장하는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농어촌 지역의 인력난 해소의 목적으로 체류하려는 자로서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150일 이하의 체류기간을 신청한 경우에는 그 기간 동안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하지만 외국인노동자의 처우개선과 인권을 지키는 일을 하나하나씩 해나가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간간이 터져나오는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폭행,성추행,임금미지급 등의 사건들이 법과 시스템의 개선 안에서 모두 해소되길 바란다. 아울러 다시는 재발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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