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초 국회에서 ‘도매시장 내 경쟁체제 구축’을 위해 시장도매인제·상장예외품목 및 정가·수의매매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쉽게 말해 농산물 유통구조를 혁신하자는 뜻이다.

농업관련 통계를 인용하면, 2017년 주요 34개 농산물의 평균 유통비용률은 거의 40~50%에 달했다. 즉 유통마진이 농산물소비자가격의 절반이었다는 말이다. 박완주 의원은 이런 현상을 공영도매시장의 유통구조가 개선되어야할 이유로 꼽았다.

잘 알다시피 가락시장은 국내 최대 농산물 도매시장이다. 공영이며 운영주체는 서울특별시(시장 박원순). 가락시장은 1985년 개설된 이래 경매제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왔다. TV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경매 풍경을 지금도 가락시장에선 볼 수 있다.

그런데 경매제가 단점이 없을 리가 없다. 점차 단점이 부각되고 대형 도매법인들의 독과점 행태가 드러나면서 시장도매인제,상장예외품목, 정가·수의매매 등 다양한 가격 정책을 대입한 농산물거래제도가 도입됐다. 그런데 시행은 잘 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 전국 33개 공영도매시장 중 상장예외품목은 7곳, 시장도매인제는 3곳에서만 실시중이다.

박완주 의원은 “시장도매인제, 상장예외품목, 정가·수의매매 확대 등 유통구조 혁신이 필요하며, 거래물량과 가격을 지금보다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맞는 말이다. 최근 양파와 마늘 등 농산물 가격이 폭락했다. 농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그런데 바로 농산물 가격이 형성되고 기준점이 세워지는 곳이 바로 가락시장이다. 앞서 언급했듯 경매제의 단점이 이런 경우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이다.

경매제의 큰 단점은 현재의 양파값처럼 가격이 낮게 형성되면 농민들이 피해를 전적으로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가격 결정에 농민들이 참여하지 못하고 가락시장에 농산물을 보내놓고 가격이 잘 나오기를 바라는 수동적인 을(乙)의 입장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경매를 주관하는 도매시장법인들은 독점권을 보장받으며 큰 이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갑(甲)중의 갑, 수퍼갑(甲)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엔 사모펀드도 가락시장의 도매법인을 인수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투자와 투기의 모호한 경계선 상에서 서울시 산하 공영농산물시장인 가락시장이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 그동안 누가, 왜 어떻게 공영도매시장의 혁신을 가로막고 있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가락시장의 개선, 개혁에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호응하며 찬성입장임을 밝힌다. 그게 농민과 소비자 모두를 위하는 길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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