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소득 5천만원 시대가 임박했다는 말은 농협이나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나 장관들이 행사장에서 자주 언급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을까?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고 피부에 와 닿는 소득은 그렇지 않은데 왜 관련기관들은 한사코 농가소득 5천만원 이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는 걸까?

이런 분위기에 일침을 가하는 행사가 열려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6월 12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는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농촌·농업 현안 세미나’가 열렸다. 황주홍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이 주최하고, 농협중앙회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후원한 행사에서 쏟아져 나온 말들은 ‘농가소득 5천만원 시대 임박’이란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토론자로 나선 양승룡 고려대 교수는 “2018년 농가소득이 4,207만원으로 전년 대비 10% 상승했다고 하는데 이 흐름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지에 대한 대한 냉철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 또한 농사로만 벌어들이는 농업소득이 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지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맞는 말이다. 농업소득은 거의 20년 넘게 1천만원 안팎을 유지하며 가다서다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교수는 또 통계의 착시에 빠져선 안 된다는 뼈아픈 충고도 날렸다. 양 교수는 “농가소득 5,000만원을 얘기하고 있는데, 3,000만원도 벌지 못하는 농가들이 80%”라고 지적했다. 양교수의 주장이 맞다면 농업계는 신기루를 바라보며 살고 있는 것 아닌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누구를 위한 구호인지 곰곰 생각해볼 일이다.

섣부른 농가소득 5천만원 시대 임박이라는 구호제창에 앞서 먼저 농촌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젊은 사람들이 농촌에 와서 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문화와 환경과 시스템부터 먼저 갖춰나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게 없이 돈 이야기만 하면 그런 걸 바로 ‘공염불’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농가소득 5천만원이라는 말을 남용하지 않길 바란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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