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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수급안정을 위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할 일농식품부와 가락시장(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과 농협도 농수산물 유통 개혁에 앞장서야

어려운 질문 하나! 최근 생산량 증가로 가격이 폭락한 농산물은 뭘까? 사실 해당 농민을 제외하면 정답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싶지만, 그래도 굳이 묻는 이유가 있다. 먼저 정답부터 공개하자면, 바로 마늘과 양파다. 아마 대부분이 몰랐을 이 사실을 언급한 이유는 바로 대다수 국민들의 무관심 때문이다. 농업, 농민 그리고 농산물에 대한 '관심 없음',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위기 말이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며 국회의원 한 사람이 나섰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전남 영암·무안·신안)의원이 양파와 마늘에 대한 수급 종합대책 마련을 촉구하자고 깃발을 든 것이다. 농민의 고통 받는 것을 앉아서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비분강개가 느껴진다. 서의원에 따르면, 올해 양파는 13%, 마늘은 20%가 예년에 비해 생산량이 늘어나 양파 15만 톤, 마늘 6만 톤 정도가 남아돌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시장격리조치는 양파 2만 4천 톤, 마늘 1만 1천 톤에 불과하므로 수매비축, 출하정지, 대북지원, 대체작목 개발, 휴경제 도입 등으로 농민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는 게 서삼석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또 농산물최저가격보장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민들은 농민들대로 화가 단단히 나 있다. 정부의 마늘, 양파 추가 수급안정 대책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고 나선 것. 농림축산식품부의 대책이 이미 늦었다며 시장격리 물량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에서도 농산물 가격 폭락과 관련한 성명이 나왔다. 이 지역 농민들은 “컨트롤 타워가 없는 게 문제인데, 지역농협에서는 계약을 하지 않은 농가의 잘못이라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마늘 비계약 물량 처리 문제가 농협과 계약하지 않은 농가의 잘못 때문인가?” 라고 꼬집었다.

최근 생산량 증가로 양파와 마늘의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농민들은 폭락의 원인이 농민만의 잘못인지를 되묻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 마늘-양파 가격 폭락이 과연 농민들 때문인가?

수요와 공급 사이에 유통이 있다. 공급자가 농민이고 수요자가 전체 국민(특히 도시민)이라고 가정할 때, 유통자는 이 둘 사이에서 유통 마진(이익)을 챙긴다. 유통자는 크게 가락시장 같은 도매시장과 대형마트, 산지수집상으로 나뉜다. 물론 지역 농협도 있긴 하다. 

찬찬히 다시 살펴보자. 도매시장, 대형마트, 산지수집상, 농협 중에 공적인 성격을 지닌 곳은 어디인가? 바로 도매시장과 농협이다. 그런데 이들 도매시장과 농협이 과연 농민들에게 공정한지 곰곰 생각해보자. 이들 도매시장과 농협은 농민의 이익과 도시민의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며 공정하게 일하고 있을까?

선뜻 그렇다고 긍정적으로 대답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래서인지 최근엔 주요일간지 중 하나(중앙일보 6월 3일, 4일자 6면)가 가락시장(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농수산 유통 행태를 ‘참 이상하다’라며 꼬집는 기사를 연속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일간지 보도를 인용하자면, 가락시장 도매법인 6곳 중 4곳이 농산물 유통과 전혀 관련이 없으며, 심지어는 이들 도매법인에 농식품부 퇴직 관료들 (이른바 낙하산)이 와서 일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정말 그런가? 그렇다면 큰일이다. 이런 게 적폐 아닌가 싶은 것이다.

농협은 또 어떤가? 앞서 언급한 제주 농민들의 성명에 나타난 것처럼, 농협과 계약하지 않은 농민들의 잘못이라며 농민을 탓하고 있단다. 말도 되지 않는 소리다. 농협과 가락시장 같은 도매시장이 제대로 공정하게 제 할 일을 해왔으면 농민들은 벌써부터 ‘제값 받고 농산물 팔기’에 성공했을 것이다. 하지만 농촌에 살면서 가장 중요한 ‘제값 받고 농산물 팔기’가 되지 않는 관계로 농민들은 농촌을 떠난다. 그나마 남아있는 농민들은 농사지서 버는 돈(농업소득) 1년 1천만원을 벌면서 40년 가까이 살아오고 있다.

 

◇ 농식품부와 도매시장(가락시장 등)과 농협은 강 건너 불구경인가?

사실 농산물 가격 폭락은 정부와 관계기관의 책임이 훨씬 크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과 도매시장 그리고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의 책임이 자체 수급조절을 하지 못한 농민들보다 더욱 크다. 이들이 일찌감치 농산물 생산전망 정보를 꼼꼼하게 공유하고 농산물유통시스템을 개혁했더라면 오늘날의 농산물 가격폭락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설령 발생한다 치더라도 그 가격 폭이 훨씬 좁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엔 농산물의 수급조절을 통한 가격 대책이 전무한 것인가? 그건 아니다. 당연히 그런 일을 하는 조직이 존재한다. 우리 정부는 ‘농산물수급조절위원회’라는 것을 설치해 운영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여기의 사무국(수급관리처)를 맡고 있다. 

농산물수급조절위원회는 농산물 수급정책과 관련된 자문 및 이해관계자들의 이견을 조정하는 기구인데, 2013년에 꾸려졌다. 지금까지 총 50회 가까이 열렸다. 여기서 합의를 통해 마련된 '배추, 무, 마늘, 양파, 건고추' 등 5개 품목이 수급조절매뉴얼로 운영된다. 선제적이고 예측 가능한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이해관계자란 앞서 언급했던 생산자, 소비자, 유통인 등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라는 조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운영하는 농산물수급조절위원회의 사무국, 즉 수급관리처를 맡고 있는 사실상의 책임기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aT가 하는 일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아니 전혀 모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게 가락시장인지 아니면 서울 양재에 자리잡은 어마어마한 큰 건물 이름인지도 사실 잘 구분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도대체 aT는 무엇을 하는 곳일까?

aT는 우선 농산물 수급안정이 첫 번째 하는 일이다. 수매비축, 수입비축, 양곡관리, 수급유통정보 제공 등을 통해서다. 두 번째로는 유통조성. 직거래 활성화, 산지조직화.규모화, 도매시장 운영개선, 유통전문인력 양성 등이다. 세 번째로는 수출진흥. 해외시장 개척, 수출유망상품 육성, 수출기반 조성, 수출정보 조사제공 등이다. 넷째로는 식품산업육성. 식품산업기반강화, 전통식품 육성, 중소외식기업 육성, 식품외식 정보제공 등이다.

하는 일도 참 많다. 농산물의 수급안정에서부터 유통조성, 수출진흥, 식품산업육성에 이르기까지 농산물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책임지고 있는 곳이다. 조직 또한 어마어마하게 방대하다. 4본부 16처.실, 4사업소, 11개 국내지역본부, 15해외지사를 거느리고 7백 명이 넘는 인원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지난 6월3일부터 4일까 수원 농식품유통교육원에서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공사 기능과 역할 강화를 위한 'aT 혁신토론회'를 개최했다. 국민에게 신뢰받고 농민에게 사랑받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되길 고대한다. [사진=aT]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제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이런 대규모의 조직인 aT가 하는 일 중 둘째 가라면 서러운 일이 바로 정부비축사업이다. 국내농산물을 수매비축 또는 수입비축을 통해 시장 가격 동향에 따라 탄력적으로 방출해서 수급 및 가격안정을 도모하는 일이란 뜻이다. 수매비축 9품목으로는 고추, 마늘, 양파, 땅콩, 콩, 배추, 사과, 배, 무가 있고 , 수입비축 8 품목으로는 고추, 마늘, 양파, 생강, 참깨, 땅콩, 콩, 팥(녹두) 등이 있다. 앞서 가격 폭락으로 농민이 고통 받는 양파와 마늘을 수매와 수입을 통해 가격안정 시키는 곳이 바로 aT, 즉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라는 것이다.

비축수급정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비축농산물을 최적의 상태로 보관해야만 한다. 2013년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 발족과 함께 비축기지의 현대화 및 광역화 작업을 추진해왔다. 노후기지 보관능력을 높이고 상시 비축량 확대를 위해 1169억 원을 투입해 40년 이상 경과된 비축기지를 4개 권역으로 현대화·광역화하는 계획을 짰다. 

12개 비축기지를 5대권역으로 분산 배치하고 수도권(4개소)를 제외한 지방의 8개 비축기지를 4개권역(충청,호남, 대경, 부경)으로 통합건설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신비축기지 건설로 물류 경쟁력과 사업효율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정말로 그렇게 되길 기대한다.

충청권 비축기지는 충북 청주시 청원군, 호남권은 전남 장성군 장성읍, 대구경북권은 대구 동구, 부산경남권은 부산신항 배후 물류단지에 공사를 완료했다. 이 비축기지들은 단순 저장·보관 뿐만 아니라 지역 친화적 비축물자 운용으로 유통 효율성을 확대하는 역할도 해낼 전망이다. 이로써 지역경제 동반 성장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농산물 유통의 미래기반 시설로 활용할 터전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aT는 수급민감품목인 배추, 무, 고추, 마늘, 양파 등이 가격상승했을 때 비축물량을 방출하고 수입부족품목인 콩,팥,참깨는 연중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를 방출이라고 하는데, 전자입찰을 통해 대상물량이 소진될 때까지 최고가순으로 낙찰하는 방법, 즉 공매를 통한다. 가격은 동일품질 농산물 도매가격의 70% 이상 수준이며 , 대상은 유통업체, 도매시장 상장법인 등이다. 배추와 무는 도매시장 현물상장도 한다. 실수요업체 및 대형유통업체에 직공급하는 직배도 진행중이다.

그렇다면 이렇듯 엄청난 일을 하는 aT는 농산물 수급조절을 통한 가격안정을 위해 제대로 일하고 있는 것인가? 아직은 부족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aT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농식품부, 농협, 도매시장 등과 힘을 합쳐야 할 일들이다.

하지만 농산물수급조절위원회의 사무국, 수급관리처를 맡고있는 aT는 농민들에게 가장 민감한 농산물가격조절을 피부에 와닿게 수행하는 곳이다. 그런 aT에서 비축을 맡고 있는 관계자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비축사업 운영 효율화를 도모하겠다. 아울러 양질의 농산물을 제공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기업으로 나아가겠다.”

그는 신뢰를 언급했다. 아직은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는 고백으로 봐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아무쪼록 국민에게 신뢰받고 농민에게 사랑받는 그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되길 고대한다. 농업 관련 공기업의 존재 이유를 제발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게 좀 보여 달라는 것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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