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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을 빛내는 사람들 “농업이 국민적 관심사가 되어야”짐 로저스, 루시드 폴, 샘 킴 등이 먹거리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농업과 농민에게 관심을 갖자는 권유는 언론에게도 시청자.독자들에게도 반전과 낯섦이 되어 빅뉴스가 되곤 한다. 이는 당연한 일일까 아니면 신기한 일일까? 각자의 관점과 가치관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농업과 농민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건 분명 신기한 일일 수밖에 없다. 맞다. 우리는 지금 농민과 농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뉴스가 되어버리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농업을 뜻밖(?)의 뉴스로 만드는 진원지나 소스는 대개 나라 밖 유명인의 발언이나 농산물 가격 변동 그리고 자연재해 등이다. 가장 최근에 접했던 이러한 빅뉴스는 짐 로저스라는 외국의 큰 손 투자가로부터 나왔다. 워렌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적인 투자가로 불리는 짐 로저스가 2014년 방한해 “MBA(경영학 석사)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 싶다. 당장 농대(농과대학)으로 가라”고 말했던 걸 기억할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 언론들은 짐 로저스의 말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대서특필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당시 기사의 분위기는 이랬다. “세상에나! 아무도 관심 없는 농업에 관심을 가지라고? 그것도 세계 3대 투자가 중 한 사람이 그런 말을 했어? 농업에 미래가 있다고? 이런 신기한 일이 다 있나.” 

짐 로저스는 올 초에도 한국을 찾아 KBS ‘오늘밤 김제동’ 등 방송과 신문에 등장해 “전 세계적으로 농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북한의 농업도 눈여겨보고 있다 ”라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이 한마디에 북한에 다양한 종자를 꾸준히 제공해왔던 아시아종묘 등 농업관련주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짐 로저스는 올초에도 한국을 찾아 KBS ‘오늘밤 김제동’ 등 방송과 신문에 등장해 “전 세계적으로 농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북한의 농업도 눈여겨보고 있다 ”라고 밝힌 바 있다. [사진=KBS 오늘밤 김제동 영상 캡쳐]

◇ ‘외국인 거물 투자가의 언급 정도는 있어야 농업은 뉴스가 된다?’

어떤가? 곰곰 기억을 되살려보자. 우리가 농업관련 빅 뉴스로 기억하는 가장 최근의 것이 어떤 건지 따져보자. 아마도 머릿속에 ‘배추값이 금값, 양파값 폭락과 농민 시위, 구제역 발생 살처분, 쌀값 상승’ 등등이 스쳐갈 것이다. 아닌가? 사실 그거 아니고서 우리 언론이 농업과 농민을 뉴스로 취급하는 게 더 있었던가? 아무리 따져봐도 그 외엔 더 떠오르는 게 없을 것이다. 이 점이 바로 농민과 농업의 입장에서는 서글픈 거다. 그래서, 우리 농업은 이처럼 외국인의 색다른 시각이나 단편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에피소드에 의해서만 전례없는 빅뉴스를 생산해내고 있다. 안타깝지 않은가?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가 있다. 그건 바로 지난 4월 말 대통령 직속 농특위(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된 박진도 전 충남대학교 교수. 박진도 농특위원장은 취임하자마자 이렇게 역설했다. “지금처럼 국민의 무관심이 지속되면 우리나라 농업엔 미래가 없다. 이번 농특위의 핵심과제는 농업을 국민 모두의 의제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는 또 이렇게 설명했다. “나만의 이익이 아니라 당신의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국민이 가질 수 있도록 농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다. 비농업계와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박진도 농특위원장이 이렇게 말한 데는 다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의 이력을 보면 더욱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부탄이란 나라를 알고 있을 것이다. 국민행복지수라는 것을 만들어 구성원 전체의 행복을 관리하고 있는 나라로 TV 뉴스와 다큐멘터리에 단골로 등장하는 나라다. 박진도 위원장은 바로 이런 점에 관심을 갖고 천착해온 인물이다. 그가 쓴 책들의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다. 박위원장은 <부탄 행복의 비밀>,<그래도 농촌이 희망이다>,<한국자본주의와 농업구조>,<위기의 농협, 길을 찾다> 등의 책을 통해 농업, 행복, 희망을 전파해온 전문가 중의 전문가인 것이다.

◇ 농업을 국민 모두의 관심사와 의제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박진도 농특위원장

우리는 박진도 농특위원장의 말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 농업과 농민이 외국인 큰 손의 언급이나 농산물 가격 변동 때문에만 뉴스의 주인공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최근엔 우리나라에서도 '삼시 세끼', '풀 뜯어먹는 소리' 등의 TV방송예능 프로그램을 비롯해 SNS와 유튜브 등에서 농업도 조연이 아닌 주연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진지하고 묵직한 농정개혁의 목소리는 지난 세월 동안 수많은 단체와 인물과 관계기관들에 의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박진도 위원장의 지적처럼 그 목소리들은 농업.농민이라는 카테고리에 갇혀 일반인들의 관심사로 부각되지 못해 온 게 사실. 그런 의미에서 농업과 농민이 TV예능에 등장하고 , 연예인들이 농사를 짓는 모습을 보여주고, 유명인들의 농업체험이 세간의 관심사가 되는 일은 미래를 위해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다. 농업이 미래라면, 그 미래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해주는 이들은 곧 미래농업의 징검다리이며 디딤돌이기 때문이다.

사실 TV 예능 프로그램이 농사와 농민을 브라운관에 보여준 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과거 MBC '무한도전'은 벼농사 특집으로 유재석 등 연예인들이 대거 참여해 논농사를 짓는 1년 프로젝트도 내보낸 적이 있다. 이후에도 간간이 이런저런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가장 최근에 사람들의 이목을 잡아끈 것은 아마도 스타PD 나영석이 만들어 차승원, 유해진, 이서진 등을 앞세운 '삼시세끼'(tvN)일 것이다. 농촌편 어촌편을 따로 만들어 시청자들을 TV앞에 앉힌 나영석의 기획력은 박진도 농특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농업(어업)을 전 국민적 관심사’로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또한 종편 MBN의 효자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는 또 어떤가? 수많은 중장년들에게 자연에 사는 법과 농사짓기와 유유자적한 삶의 태도를 일러주는 고품격 방송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이외에 '풀 뜯어먹는 소리'는 '중딩 농부 스타‘ 한태웅을 탄생시켜 농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한껏 끌어올렸다. 박나래, 박명수, 정형돈, 김숙 등이 농사짓기에 동참한 풀 뜯어먹는 소리는 벌써 1편과 2편에 이어 3편이 시리즈로 방송중이다.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아는 지,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개호)도 지난해 가을 농식품 창업콘테스트의 전 과정을 MBC와 함께 ‘창농불패’라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시청자들을 찾아갔다. 시절이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박진도 농특위원장은 취임 후 “지금처럼 국민의 무관심이 지속되면 우리나라 농업엔 미래가 없다. 이번 농특위의 핵심과제는 농업을 국민 모두의 의제로 끌어올리는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사진은 지난 4월 30일 농특위 민간위원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는 박진도 위원장 [사진=농림축산식품부]

◇ 농사짓는 연예인, 농업 관련 연예인들이 시청자들을 붙잡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과는 조금 다르게 직접 농사를 지으며 연예활동을 병행하거나 아니면 아예 귀농해서 농사를 짓는 가수, 탤런트, 개그맨 등 연예인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가수 루시드 폴은 지난 2016년에 제주도에서 직접 농사지은 귤을 홈쇼핑에서 완판해 화제가 됐다. 루시드 폴은 제주도 감귤 농사 때문에 ‘알쓸신잡’ 섭외를 거절했다는 점으로도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지난 2014년 제주도로 이사를 한 이후에 루시드 폴은 가수 활동과 감귤 농사를 병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최근엔 미스코리아 출신의 한성주 전 아나운서가 국내 한 대학에서 원예치료사로 일하고 있다는 소식에 원예치료사라는 직업이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녀의 국내 복귀도 큰 뉴스였지만, 직업 또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기 때문. 한성주가 원예치료사로 일한다는 뉴스에 사람들은 농업, 치유농업도 덤으로 함께 알게 되는 효과도 있었다. 연예인과 유명인의 농사짓기와 농업관련 직업 갖기는 이처럼 파급력이 크다.

이밖에도 농사를 짓고 연예계 활동을 병행하는 사람들은 더 있다. 한 지붕 세 가족이라는 옛날 프로그램에서 순돌이 아빠로 널리 이름을 알린 탤런트 임현식은 이미 농사짓는 사람, 즉 농민으로도 유명하다. 연기 인생 45년을 넘긴 그는 경기도 양주 시골집에서 농사를 지으며 산다. 물론 요즘도 TV프로그램에도 자주 모습을 비춘다.

광고모델에서 톱스타로 변신했던 이종원도 농삿일을 하며 밭을 일구며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 탤런트와 요식업을 병행하기도 했던 그는 상추밭에서 잡초를 뽑고 배추와 고추와 가지를 키우며 산다. 아예 귀농한 개그맨도 있다. 2007년 MBC개그맨 공채시험에 합격한 뒤에 개그맨 ‘갈갈이’ 박준형과 함께 ‘파라오’라는 코너에서 호흡을 맞췄던 유대은은 개그맨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는다. 논농사를 짓고 소 20마리를 키운다. 블랙베리·복분자 도 키우며 농사짓는 재미에 흠뻑 빠져있다고, KBS 개그맨 윤석주도 농부가 됐다. 농업경영체 등록도 하고 판을 키워가는 통큰 농부를 지향하고 있다.

방송에서 농사를 언급하는 연예인들도 무척 늘어났다. 지난해 겨울 방송된 MBN '기부 앤 테이크, 사세요'에서는 엠블랙 미르가 출연해 “나는 재능없는 연예인 1위다. 굳이 재능이라고 한다면 농사일 것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시골에서 농사를 도왔다.”라고 말해 뉴스가 됐다.

해외 사례도 있다. 미국에서는 연봉으로 수백억원을 받는 미국프로풋볼(NFL) 선수 제이슨 브라운이 농부로 인생 2막을 연 사연이 2014년에 미국 전체의 화제가 됐다. 트랙터를 몰며 고구마 수확을 하는 그의 모습이 TV로 보여졌다. 그는 CBS 인터뷰에서 "땅에서 무언가가 톡 튀어나오는 것을 본 순간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웠다. 이런 성공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매년 수확한 농작물을 구호기관에 기부하며 살고 있다.

그런가하면 양복을 빼입고 트랙터와 이앙기를 모는 일본인 청년농부도 해외토픽에 등장한 바 있다. 일본 동북지역 야마가타현 가와니시 마을에 사는 29살 사이토 기요토(斎藤聖人)가 주인공. 나비 넥타이에 중절모를 쓴 그를 사람들은 ‘슈트농가 사이토군’이라고 부른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희 집안은 300년 넘게 농사를 지어왔습니다.” 우리 농촌에서 그런 사례를 별로 찾기 힘든 것과 달리 , 사이토 기요토씨는 가업을 잇기 위해 농사를 짓고 있다는 말이다.

최근엔 스타 셰프 샘킴도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레스토랑 메뉴의 식재료를 자신의 손으로 길러내기 위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린다. [사진=샘 킴 페이스북]

◇ SNS. 유튜브 스타들과 유명인들도 농사지으며 농업을 알리고 있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지름길이 TV와 신문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모바일 시대인 지금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농업계에도 SNS 바람이 불어 닥쳤다. 귀농인 중에서도 청년농부 들의 SNS 활용도가 높다고 여겨진다. 포털사이트 인터넷 카페와 페이스북을 넘어 최근엔 밴드와 유튜브가 대세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농업계 밴드로는 회원수 2만 명에 가까운 ‘흙과 비료와 벌레 이야기’, ‘시설딸기 적정기술 공부방’, ‘농자재광장.병해충정보’ 등이 있다.

유튜브도 대세인 것은 이제 농민들도 안다. 작물 재배방법을 현장의 농민으로부터 제공받는 다는 점이 매력적이라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구독자 14만명의 ‘성호육묘장’에서부터 구독자 4만 명의 ‘날라라농부’에 이르기까지 조회수 1천만을 훌쩍 넘는 유튜브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추세다. 사과, 체리, 비료, 농약 등 뭐든 궁금한 게 있으면 찾아볼 수 있다. 옛날의 농촌지도소와 농업기술센터의 역할을 이들이 해내고 있다. 더불어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구독자 숫자는 점점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농사에 대한 전문성은 기본이다.

최근엔 스타 셰프 샘킴도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19년 차 이태리 요리전문가 샘킴은 드라마 '파스타'의 실제 모델이라고 알려져 인기가 높은 셰프. 그는 자신의 레스토랑 메뉴의 식재료를 자신의 손으로 길러내기 위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린다.

전직 장관도 농사를 짓는다. 이동필 전 장관이 주인공이다.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박근혜정부 초대 농식품부 장관이었다. 3년 6개월간 재임해 역대 최장수 농림부 장관이란 기록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고향으로 내려가 농사를 지었다. 경북 의성에서 농사를 짓던 이장관은 "농촌에서 살아보니까 농촌이 쇠락해 가는 게 눈에 보였다.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라며 다시 공직에 도전, 경상북도 5급 사무관으로 일하며 농촌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국회의원 정운천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 키위의 산 증인이자 '참다래 아저씨', '벤처농업계의 이건희' 로 불리는 스타 농업인이었던 정운천 의원. 그는 대학 졸업 후 바로 시골에서 키위 재배를 시작해 1988년 농어민 후계자가 됐다. 이후 1991년 국내 1호 농민주식회사 ㈜한국참다래유통사업단을 출범시켰고,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 일했다. 이후 국회의원이 된 그는 농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주며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농업계의 큰 인물로 빼놓으면 안 되는 인물이 있다. 김성훈 전 장관이다. 우리나라 농업정책에 대해 그리고 공무원.관료들에게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농업계의 미스터 쓴 소리’로 불린다. 그는 ‘모든 농정 프로젝트를 다 없애고 그 예산과 재정을 농민에게 나눠주면 더 나을 것’이라는 주장도 서슴없이 펼쳐낸다. 농촌과 농민에 대한 애정이 듬뿍 실린 그의 말에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한다. 그가 나타나면 농업계는 긴장한다.

어떤가? 농사짓고 농업에 관심을 갖고 애정을 쏟는 이런 사람들의 면면 때문에라도 농업에 호기심과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가? 이젠 TV프로그램 뿐 아니라 연예인도 농사를 짓고 가수와 개그맨도 텃밭을 일구고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전직 장관도 마찬가지다.

지금이 어쩌면 바로 박진도 농특위원장의 말처럼 농사짓는 일이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될 절호의 기회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농업과 농민들에게 한번만 더 애정 어린 눈길을 보내자. 역지사지(易地思之)해 보자. 그게 농업을 살리고 농민을 살리는 길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아니, 그게 바로 나 자신과 우리 모두를 살리는 길이 될 수 있다. 그 점을 많은 유명인들과 뜻 깊은 이들이 몸소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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