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축산
유럽산 쇠고기 수입? 농가피해와 광우병 대책 마련부터!“쇠고기 수입 허용” VS “수입 앞서 정부 대책부터” 팽팽

최근 네덜란드와 덴마크(이하 유럽산 쇠고기)에서 쇠고기를 수입한다는 소식이 국내 축산업계를 뒤흔들어놓았다. 가뜩이나 축산 자급률이 수직낙하 중인데 웬 말이냐는 거다. ‘광우병’은 또 어떡할 거냐는 말도 나온다. 수입이 는다는 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것이니만큼 한우협회를 비롯한 축산업계의 반발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유럽산 쇠고기 수입은 우리나라의 일만은 아니어서 지난해 여름엔 중국이 프랑스산 쇠고기에 이어 영국산도 수입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수입국과 수출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인지, 영국 정부는 향후 5년 이상 250억 파운드(한화 38조 원)의 쇠고기를 중국에 수출할 수 있다며 반색했고, 중국은 미중 무역 전쟁에 대비해 미국산 쇠고기를 유럽산으로 변경할 수 있다며 내심 안심하는 분위기다.

지난 5월 3일,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는 ‘네덜란드산 쇠고기 수입위생요건(농식품부는 ’수입위생조건‘, 이하 같다)’과 ‘덴마크산 쇠고기 수입위생요건’을 제정·고시했다. 이는 네덜란드와 덴마크 등 해당 국가의 끈질긴 수입허용 요청에 따른 것이다. 30개월 미만 소에 한해서다. 내장·가공품·특정위험물질은 제외된다. 광우병을 대비한 조치다. 하지만 이른바 광우병으로 불리는 증상이 발생하면 수입검역을 중단할 수 있다. 제반 과정이 2개월 정도 걸리는 만큼, 빠르면 오는 7월에 유럽산 쇠고기가 국내에 수입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유럽산 쇠고기가 거의 20년 만에 다시 우리 밥상에 오르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지난 2000년 광우병에 대한 나라 전체의 위기감으로 수입 금지된 지 19년 만인 셈이다. 수입이 금지된 지난 세월동안에도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압박카드로 내세우며 우리나라의 유럽산 쇠고기 수입을 끈질기게 요구해왔다.

지난 5월 3일,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는 ‘네덜란드산 쇠고기 수입위생요건'과 ‘덴마크산 쇠고기 수입위생요건’을 제정·고시했다. 빠르면 7월경 유럽산 쇠고기가 수입될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농업관계자 중 일부는 네덜란드·덴마크산 쇠고기가 수입되더라도 국내시장에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거라고 전망한다. 근거로 일본의 사례를 꼽는다. 2013년부터 유럽산 쇠고기를 수입한 일본은 매년 1천 톤 정도를 수입하는 데 그친다는 게 이유다. 일본은 그렇다고 치자. 더 큰 문제는 네덜란드와 덴마크 쇠고기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국내 축산 농가들이 걱정하는 점은 바로 그 점이다. 다른 유럽 국가들의 쇠고기가 대거 국내로 밀려들어오는 상황을 시뮬레이션 해보면 아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수입되는 덴마크와 네덜란드 쇠고기 뿐 아니라 프랑스, 아일랜드를 비롯한 11개 유럽국가들이 쇠고기 수입 재개 절차를 대기표를 뽑아들고 기다리고 있다. 유럽 10여 개 국가의 쇠고기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밥상에 오르는 건 시간문제다.

유럽산 쇠고기는 가성비도 높다. 가격이 저렴하고 맛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가격경쟁력에 맛까지 갖췄으니, 국내산 한우와 미국산,호주산을 차례차례 꺾고 국내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럽산 쇠고기의 평균 수출단가는 1㎏에 5달러 정도이며 최저가격은 2.7달러 수준. 평균 수출단가가 미국산 쇠고기(7.06달러)의 70% 수준에 불과하다. 5.73 달러인 호주산 쇠고기에 비해서도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는 2018년 농업전망보고서에서 유럽산 쇠고기의 국내 수입은 향후 10년간 최대 1조 1900억 원의 피해를 축산농가에 줄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커졌으면 커졌지 작아질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2조~3조원 이상의 피해를 줄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 네덜란드, 덴마크 등 유럽산쇠고기 19년 만에 수입 재개, 그 여파는?

사실 국회는 지난 3월말부터 네덜란드산. 덴마크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안에 대해 심의를 계속해왔다. 국회가 왜 앞장서서 유럽산 쇠고기 수입을 추진할까 싶지만, 심의를 연기하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된다. 그러면 농업 뿐 아니라 다른 연관분야에도 막대한 타격이 기다리고 있다. 불가피했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현행 법에 따르면, 정부가 소 해면상뇌증(광우병) 발생 국가(과거에 발생했던 국가 포함)의 쇠고기를 처음으로 수입할 때, 수입위생조건을 반드시 심의해야 한다. 그래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황주홍 위원장(민주평화당)은 지난 3월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가 제출한 ‘네덜란드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안’과 ‘덴마크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안’에 대한 위원회 심의결과를 보고해야만 했다. 황주홍 위원장은 거듭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강조하며 “위원회 심의가 지연되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될 수 있다. 만일 패소하면 EU 전체에 대한 쇠고기 수입을 한꺼번에 허용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축산업계와 농업단체들의 반응이 뜨겁다 못해 폭발 직전이다. 전국한우협회(김홍길 회장)은 정부에 대책부터 마련하고 수입을 결정하라고 성토했다. 성명에서 "FTA로 인해 관세가 줄어들었다. 그러다보니 지난해 쇠고기 수입은 38만 톤으로 수직상승했다. 국내 시장은 계속 잠식당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한우산업 보호대책은 전무하다"라고 말했다. 한우협회장은 또 "한우농가들이 더 이상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달라. 정부의 한우산업 안정화 선(先)대책을 촉구한다"라고 덧붙였다.

주목할 점은 또 있다. 바로 한우협회장이 언급한 광우병 관련 사항이다. 그는 "덴마크는 2009년, 네덜란드는 2011년 이후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덴마크, 네덜란드 모두 유럽연합(EU)에 속한 국가로 회원국 간의 국경방역이 소홀하다. 철저한 위생안전 점검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한우협회에 따르면 올해 2월 폴란드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으며 이 쇠고기가 여러 나라에 유통되는 등 광우병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것.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네덜란드·덴마크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축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농연중앙연합회는 “네덜란드·덴마크산 쇠고기는 미국산.호주산보다 저렴해 국내 축산농가에 미치는 영향은 그 어느 때 보다 클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농연은 이어 국내 육류시장에서 수입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늘고 있는 문제는 축산업계를 넘어 농업계 전체의 문제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힜다.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은 “수입쇠고기의 점유율 증가는 지속적인 육우고기 수요확대로 돌파해야 한다. 소비자들의 육우 구매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육우는 수입 쇠고기의 국내시장 잠식을 막는 마지막 보루이다. 학교급식과 판매점 확대로 육우고기 소비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덜란드와 덴마크 쇠고기가 수입되면서 유럽산 육류 수입확대로 이어질지 축산계의 우려가 크다. 국산 축산물의 경쟁력과 마케팅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여 소비자의 입맛을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4월 23일부터 25일까지 렛츠런파크에서 열린 한우숯불구이축제 현장 모습 [사진=한우협회]

◇ 한우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축산업 전체 뒤흔드는 광우병 괴담 경계해야

지난해 축산물 수입량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자급률은 자동적으로 낙하했다. 쇠고기와 돼지고기 수입량은 각각 41만 5천 톤과 46만 3천 톤이었다. 문제는 축산강국과의 관세철폐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점. 수입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2026년에는 수입 쇠고기시장의 절반이 넘는 미국산이 무관세로 수입된다. 호주산쇠고기는 2028년에 무관세 수입예정. 관세 철폐 이후엔 미국산.호주산 쇠고기의 국내 판매가격이 현재보다 각각 17.6%, 21.1% 정도 하락할 거라는 게 관계기관의 추정이다.

입맛도 걸림돌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수입쇠고기에 대한 거부감이 소비자들에게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8년에 ‘한우와 수입 쇠고기의 품질 대비 가격에 대한 인식 조사’를 했는데, 소비자의 86%가 한우고기는 비싸다고 응답했다. 반면에 64.4%의 소비자가 수입쇠고기의 가격이 적당하다고 대답했다. 한마디로 한우가 수입쇠고기에 비해 가격경쟁력 면에서 현저하게 밀리고 있다는 뜻이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수입 축산물을 싸구려 비지떡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통계를 교훈삼아야 할 시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는 만에 하나의 가능성도 점검해야 한다. 특히 쇠고기는 더욱 그렇다. 광우병 공포가 휩쓸고 지난 일들을 기억하고 있다. 보통 일이 아니지 않은가. 광우병을 경계하는 우리의 자세는 크게 2가지로 요약될 수 있겠다. 하나는 광우병을 미리 차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광우병에 대한 공포심이 국가공동체를 뒤흔드는 걸 막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인간광우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 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2018년 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병관리본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는 국내에서 ‘프리온 질환(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 의심 증상으로 검사를 받아 이상사례로 판정된 게 2016년 69건에서 지난해 109건으로 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 의원은 “관련 법률을 개정해 프리온 질환 의심 증상으로 숨진 사람에 대해 부검을 통해 인간광우병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맞다. 그래야 한다. 쉽게 넘길 일이 아니다.

또 하나. 정확한 정보가 중요하다. 섣부른 광우병 괴담은 나라 전체를 흔들어놓기에 위험하기 짝이 없다. 우리 축산업 전체가 공멸하는 길일 수도 있다. 네덜란드와 덴마크 산 쇠고기 수입을 놓고 한국한우협회와 관련단체들이 제기하는 광우병 위험 주장은 충분히 논의하고 검토할 가치가 있다. 하지만 그게 괴담이나 공포생산의 진앙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과학적으로 철저하게 검증하는 게 최선이란 걸 잘 알 것이다.

유럽산 쇠고기 수입을 놓고 우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우의 가격경쟁력확보와 광우병 위험 차단이 바로 그 두 마리 토끼다. 아무쪼록 차분하고 지혜로운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길 기대한다. 정부의 분발을 촉구한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병로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icon최신기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