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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와 축산업 발전의 조화를 꿈꾼다축산업에 대한 오해와 이해는 인간과 동물복지의 균형점 찾기에서 시작

최근 한 방송에서 보도됐던 경주마들의 도축 직전 학대 영상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도축되기 직전에 폭행당하는 경주마들의 모습은 우아하게 바람을 가르던 경마장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동물복지라는 말과 동물보호법이라는 단어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마음이 아프고 쓰리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누구라도 그러할 것이다. 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고통을 느낀다는 점을 알기에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였을까? 스위스 정부는 지난해 동물보호법을 고쳐서 바닷가재를 산 채로 끓는 물에 넣어서 요리하는 관행을 금지시켰다. 기절시킨 뒤에 요리하라는 것. 고통을 느끼는 바닷가재의 입장을 생각하고 배려하자는 뜻이리라. 이탈리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산 바닷가재를 요리 전 얼음과 함께 두는 것이 불법이라고 법원이 판결했다.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이와 같은 조치는 새우·게·가재를 비롯해 문어·낙지·오징어 역시 고통을 느낀다는 과학적 연구결과에 바탕을 둔 것이다.

◇ 동물보호법의 적용범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사실 동물이나 해산물에 대한 과학적 사실들이 속속 밝혀지기 이전에 우리는 아예 그들의 입장을 고려하지도 않았고 고려할 수도 없었다. 그나마 영화 '라스트 모히칸'(1992년 作) 에서 사슴 사냥을 마친 주인공이 총 맞아 죽은 사슴 옆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에서 잔잔한 감동을 느꼈던 게 거의 전부 아니었던가.

영화 속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형제여, 그대를 죽여서 미안합니다. 우린 그대의 용기와 속도와 힘을 정말로 존경합니다. 경의를 표합니다.” 라고. 그렇다면 왜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사냥한 동물을 향해 용서를 구했을까? 맞다. 동물이나 자연이 정복 대상이 아니고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지혜와 배려 때문 아니었을까? 영화 속 그 장면이 새삼스럽다.

올해는 잘 알다시피 기해년(己亥年), 돼지의 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 해를 12가지 동물 중 하나로 여기고 비유하며 살아왔다. 꽤 오래 된 관습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초, 우리가 그간 돼지에 대해 지녀왔던 편견을 깨자는 신선한 보도자료가 나와 관심을 끌었다.

농촌진흥청이 주인공. 내용 중 몇 개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몰랐던 사실들이 쏟아져 나온다. ▲‘돼지는 더러운 동물이다 : 아니다. 공간만 충분히 확보해주면 돼지는 잠자리와 똥.오줌을 가릴 줄 아는 나름 깔끔한 동물이다.’ , ▲‘돼지는 멍청한 동물이다 : 아니다. 돼지의 지능은 개(IQ 60)보다 높은 IQ 75∼85 정도. 사람으로 치면 3∼4세 아이의 지능과 비슷하다.’

어떤가? 놀랍지 않나? 더 놀라운 사실도 있다. 사실 국내 돼지 생산액은 2017년 기준으로 약 7조 3천억원이나 된다. 우리나라 농업생산액 가운데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바로 돼지다. 농업 전반으로 확대해보면 축산업의 비중은 상상 이상이다. 우리나라 농업생산액의 약 41%를 소,돼지 등 축산업이 차지하고 있다. 2017년 축산업 총 생산액은 20조 1227억원.(농업생산액 총액은 약 48조원) 주요 축산물의 1인당 연간 소비량을 살펴봐도 2017년 기준 소 11.3kg, 돼지고기 24.5kg, 닭고기 13.3kg, 유제품 79.5kg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나아가 파생되는 산업의 규모까지 생각하면 축산업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동물에 대한 배려 vs. 동물에 대한 편견.학대. 둘 사이의 간극을 좁혀야

이렇듯 축산업이 우리 전체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가운데, 최근 불거진 경주마 도축 전 학대 뉴스를 비롯해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반려동물이 가족보다 더 기쁨과 즐거움을 안겨주는 존재라는 국민인식조사도 나와 있다. 반려동물 뿐만 아니라 축산업 전반에 대한 시각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공장식 축산에 대한 지적이다.

도 아니면 모 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동물을 보는 관점 역시 그와 비슷할 수 있다. 특히나 반려동물이 아닌 축산업과 가축을 바라보는 시각은 배려, 사랑과 편견, 학대라는 양 극단에 걸쳐져있다. 그런데 그 간극이 너무도 넓고 깊다. 그 간극을 줄이려는 노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시작 단계인 듯하다.

최근 (사)나눔축산운동본부(김태환·김홍길 상임공동대표)와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최윤재 회장)는 지난 4월 29일과 5월 2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축산업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란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주로 축산업에 대한 옹호와 방어 중심의 모임이다.

이 자리에서 나온 내용은 '축산물의 안전성과 건강', '친환경 축산의 현황과 발전방향', '축산업에서 동물복지 현황과 발전 방향'에 대한 주제 강연과 종합 토의 등이었다. 목표는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해소였다. 나눔축산운동은 국민에게 사랑받는 축산업을 만들어보려고 축산업계가 힘을 모아 펼치는 일종의 캠페인이다. 주로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는 데 노력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동물복지에도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생산성과 돈으로만 환산되는 관심을 ‘동물에 대한 복지’에도 쏟아보자는 일이어서 그 의미가 남다른 데가 있다.

하지만 이날 나온 동물복지에 대한 내용은 거의 원론적인 수준에 가까웠다. 채식 확산과 공장식 축산에 대한 비판이 ‘조직적인 안티축산 운동’으로 전개되는 데 대해 언론을 활용해 대응해야 된다는 식이었다. 그나마 ‘안티축산’도 합리적인 부분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방어논리를 개발해야 된다는 그런 내용도 포함됐다. 그럴 수 있다. 우리 농업 총생산액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축산업 관계자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그건 바로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현실을 너무 산업적 차원에서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 국립축산과학원장은 올해 목표를 ‘첨단 축산’, ‘지속가능한 축산’, ‘복지축산’, ‘안전 축산’ 이라고 설정했다. 정부와 농특위와 대통령과 축산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동물복지와 지속가능한 축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사진=농촌진흥청]

◇ 대통령의 농장형 축산과 채식 언급, ‘농특위’의 의제로 논의돼야

최근의 가축(산업동물)을 대하는 분위기는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키우는 농장가축에 대한 동물복지는 경제성과 해당 가축의 스트레스 최소화라는 두 개의 목표를 고루 달성해야 한다! 방향성이 그렇다는 뜻이다. 요약하면, 생산이 원활해서 사람에게 부족함 없이 고기를 공급하되, 해당 동물이 살아있는 동안은 고통 없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연합(EU)는 산란계 케이지 사용을 금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동물복지 축산물을 사는 것이 동물을 위한 것이라는 윤리적 소비활동 역시 확산 추세다. 우리나라는 2011년에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가 포함된 법 개정이 진행됐다.

2019년 돼지의 해에 동물복지를 심각하게 고려하게 만든 흥미로운 일이 있었다. 지난 설 연휴 기간 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동물복지에 관련한 책을 읽었다는 사실이 보도된 것이다. 이에 많은 사람들은 대통령이 동물복지 관련 서적을 읽고 그 소감을 연초에 이야기 한 것은 당장 2019년에 ‘동물복지’에 대한 어젠다(의제)가 논의될 당연한 이유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실제로 책을 읽고 난 뒤 대통령은 “공장형 사육을 농장형 사육으로 바꿔야 하는 건 분명해 보인다”라는 말을 남겼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정확한 말이다. 또한 현재의 축산업 역시 그런 패턴으로 추진되고 있다. 아니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말 뿐이다.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힘을 실어주는 실질적인 조치는 거의 없다. 동물의 권리를 주장하고 윤리적 접근을 강조하는 다른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 시행착오 속에서 시민과 소비자들의 동참은 서서히 진행돼왔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립축산과학원 관계자는 “도덕과 윤리의 범위가 반려동물,전시동물에 이어 산업동물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동물복지 사육시설에 대한 설치비용 증가는 반드시 해결해야할 점이다. 농가의 소득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김홍길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한우협회장) 역시 “동물복지 관련단체가 말하는 유럽형 동물 복지는 엄청난 정부 예산이 필요하다. 초지조성, 사육면적 증대 등이 선결조건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우리의 재정과 현실에 맞는 동물복지를 설계해야 한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마침 지난 4월 25일 고대하던 ‘농특위’가 출범했다. 아직은 시작단계라서 시스템을 꾸리는 일에 집중하고 있겠지만, 박진도 위원장의 말대로 농특위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은 ‘농업을 전 국민적 관심사로 끌어올리는 일’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농특위가 해야 할 일이 바로 이런 동물복지와 농가소득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 나아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바탕을 마련하는 모습, 또한 마침내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된 이런 사안의 해결방안을 법과 제도로 이끌어내는 모습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 인조고기 출현과 확산으로 위협받는 축산업, 동물복지에 더 관심 쏟는 계기 돼야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고기'라는 단어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인조고기를 고기로 부르면 안 된다는 축산업계의 주장에 따른 것이다. 이는 사람이 만든 고기(인조육, 배양육)의 맛이 진짜 고기와 점점 같아지는 추세에 따른 위기감 표출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눈을 가리고 맛을 평가하는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인조고기와 진짜고기를 구분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조사결과는 인조고기의 확산을 예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자. 이처럼 인조고기 또는 대체고기의 상용화가 확산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바로 환경과 동물복지와 관련된 인식 변화를 꼽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조고기 햄버거용 패티 생산은 진짜 고기 생산에 비해 경작지를 96%가량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온실가스도 10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어든다고 한다. 중년 이상이 되면 다들 걱정하는 콜레스테롤 함량도 거의 0%에 가깝다고 한다.

이런 상황은 분명 축산업계에 좋은 소식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올해 초 국립축산과학원장은 올해 목표를 ‘첨단 축산’, ‘지속가능한 축산’, ‘복지축산’, ‘안전 축산’ 이라고 설정한 것이리라. 복지축산이 빈말은 분명 아닐 것이다. 아무쪼록 정부와 농특위와 대통령과 축산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동물복지와 지속가능한 축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물론 농업분야 중 축산업에 한해서 그렇다는 말이다. 농가소득 증대, 농촌 살리기, 스마트 농업, 농어민 복지 향상 등등 다른 할 일도 엄청 많다는 걸 잘 안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농특위는 이런 일을 하라고 만든 것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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