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노인들이 많다는 건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농민들의 평균연령이 60대 중반이라는 점도 처음 들었을 때는 충격적이었지만 이제는 그리 놀랍지 않다. 전 국민적 무관심이 그런 결과를 낳았다는 것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하지만 그래도 농사는 지어야 한다. 노인과 농촌을 위한 나라는 없다 하더라도 묵묵히 땅을 가꿔 감자를 캐고 고추를 따는 농민들이 있기에 우리는 먹거리 걱정을 안 하며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노인들이나 여성들이 그 힘든 농사일을 몸으로만 해낼 수 있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기계나 장비의 힘도 빌리고 외국인노동자의 힘도 빌려야만 한다. 그래야 농촌이 최소한으로나마 유지된다. 사실이다. 그런데 농촌진흥청이 감자 생산 기계화를 목적으로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기계가 말썽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농촌진흥청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시제품 수준이고 바로 합당한 조치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여 좋은 취지의 사업이 시작과 동시에 농가들에게 환호를 받았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와중에 강원도 홍천군농업기술센터는 농촌인력 감소 및 노령화에 따른 기계화사업 추진 목적으로 국비 4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홍천의 주 생산품목인 감자와 콩을 밭갈기, 밭고르기,  수확에 이르기까지 기계화를 통해 생산한다는 취지다. 밭농사와 논농사를 놓고 기계화가 진행된 상황을 발표한 홍천군의 자료를 살펴보니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홍천군에 따르면 현재 논농업 기계화율이 98%, 밭농업 기계화율이 58% 수준이라고 한다. 홍천군은 앞으로 계속해서 밭농업 농기계 이용률이 높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때마침 지난 2월에 국회에서도 '농기계 산업 혁신 포럼' 창립식 및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과 한국농업기계학회, 농협관계자가 대거 참석한 이 자리에서 “농민이 편하게 농사짓는다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편농(便農)’의 현대적 해석이 바로 농업 기계화”라는 발언이 나왔다. 이어 “최근들어 위기상황인 국내 농기계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원천핵심기술의 개발, 밭 농업기계의 개발, 부품 표준화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말도 쏟아져 나왔다. 남북교류 분위기와 동남아시장 공략 등의 제안도 관심을 끌었다.

고령화 농촌의 현실에 맞는 제대로 작동하고 사용하기 편한 밭농사 농기계 보급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밭농업 기계화율이 논농업 기계화율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현실에서 농촌 인구는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국내 벼농사 기계화율은 2016년 97.9％이며 밭농사 기계화율은 58％에 머물고 있는 수준. 이 중 파종·정식작업 기계화율은 9％, 수확작업은 24％에 그치는 수준이다. 정부는 밭농사 기계화율을 2022년까지 75％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분발을 촉구한다.

고령화 농촌의 현실에 맞는 제대로 작동하고 사용하기 편한 밭농사 농기계 보급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사진은 동양물산의 고추수확기 연전시 모습 [사진=동양물산]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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