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알프스 분위기가 나는 곳이 있을까? 목초지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을 볼 수 있는 곳이 있기는 한 걸까? 힌트가 하나 있다. 올해로 개최 30년을 맞는 한국홀스타인품평회가 오는 10월 이곳에서 열린다. 홀스타인이 뭔가? 네덜란드가 원산인 대표적인 젖소 아닌가. 젖소들의 품평회가 열린다는 것은 그만큼 젖소들이 살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있는 자연친화적인 곳 아니겠는가. 그런 곳이 우리나라에도 있다는 사실이 잘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있다. 이곳은 어디인가?

이 글을 읽는 순간 경기도 안성팜랜드가 떠오른다면 당신은 여행을 꽤 다녀본 전문여행가라고 해도 좋을 수준.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호밀밭을 구경할 수 있다는 점도 동시에 떠오를 것이다. 이곳은 애초 1969년 우리나라가 산업화시대로 접어들던 시기에 축산진흥책의 하나로 조성되었다. 당시엔 이곳을 한독농장이라고 불렀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볼 수 있듯이 독일 파견광부와 간호사들의 헌신에 힘입어 당시 서독대통령이 이곳 한독농장에 50만불의 기술원조를 했던 것이 시초가 됐다. 그래서 우리나라 최초로 낙농시범목장이 설립됐다. 무려 48만평의 초지가 조성됐다. 당시엔 구경조차 힘들었던 트랙터 등 현대화된 농기계도 이곳에 들여왔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홀스타인 200두를 도입해 키우기 시작했다.

세월이 흘러 1987년 한국형 젖소를 개량했고, 자체증식함으로써 낙농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세계 4위 수준의 우유 생산량을 이룩할 수 있었다. 2천년대에 들어와서는 한우 시범사육장으로 지정되어 국내 실정에 맞는 사육모델을 제시하는 기준으로 역할해냈다. 이곳이 바로 안성팜랜드다.

◇ 체험형 축산 테마파크, 안성팜랜드

현재는 농협에서 운영하고 있는 안성팜랜드. 이곳에서는 방문객들이 농축산업을 좀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가축을 테마로 관람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이 진행된다. 가축한마당은 실외공연장에서 비둘기, 오리, 돼지, 면양, 말 등 가축의 행진과 보도콜리의 프리즈비, 어질리티 공연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축놀이자랑은 개, 염소, 닭, 면양이 훈련된 장기를 보여주며 고객이 눈을 가리고 오감체험을 직접 해볼 수 있다. 그 밖에도 돼지레이싱, 양몰이, 양털깍기, 알·쓸·신·가등의 다양한 가축공연이 준비되어있다. 공연 외에도 가축 먹이주기, 체험승마 뿐 아니라 피자만들기, 치즈오감체험 낙농체험도 가능하여 가족단위의 고객이 많이 찾고 있다.

또한 말 산업 홍보 및 저변 확대를 위해 일반인 대상으로 말 일자리 체험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초등학생에서부터 대학생까지 대상으로 하는 이 체험 교육프로그램은 말이론교실(말 직업소개, 말 관련산업이론교육) , 말직업체험(말굽관리,말관리,마굿간 청소) ,승마체험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하루 90명까지 지원을 받아 진행된다.

농협이 운영하고 있는 안성팜랜에서는 방문객들이 농축산업을 좀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안성 팜랜드]

◇ 봄에는 유채와 호밀, 가을은 코스모스 장관인 안성팜랜드

수도권에서 차로 달려 1시간 이내 도착가능 한 곳에 넓은 경관이 조성된 곳은 안성팜랜드가 유일하다. 약 26만㎡에 달하는 넓은 목초지에 봄에는 냉이축제를 시작으로 안성호밀밭축제 유채꽃 주간, 여름은 라벤더로 보랏빛으로 물들며, 가을은 코스목동축제로 코스모스, 핑크뮬리, 팜파스 등이 조성된다.

특히 봄, 가을에는 끝도 없이 펼쳐진 꽃을 구경하기 위해 많은 관람객이 방문 하는데 2018년도 말을 기준으로 누적관람객 200만을 돌파했다. 경관이 너무 아름다워 봉준호 감독작 ‘옥자’,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 등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 장소로 이용되었다.

또한 10만평 초원에 초록 파도가 물결치는 호밀밭은 쉽게 찾아보기 힘든 절경이다. 안성팜랜드에서 펼쳐지는 진녹색의 호밀밭은 우리가 막연하게 그려보던 장관이다. 호밀밭 사이로 난 길에서 초원을 배경으로 찍는 사진은 언제나 화보가 된다. 호밀은 가을에 파종해 겨울을 견뎌내는 식물이다.

이 때문에 아직 쌀쌀함이 채 가시지 않은 봄, 가장 먼저 우리에게 푸르름을 선사한다. 그래서 지금이 안성팜랜드의 호밀밭 초원 즐기기 가장 좋은 시기다. 안성팜랜드는 매년 '안성 호밀밭 축제'를 연다. 안성팜랜드의 광활한 호밀밭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축제 기간 동안 15만 명의 관람객이 이곳을 다녀갔다.

지난 40여 년간 한국 축산업을 선도하며 시대적 요구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를 거듭한 ‘안성팜랜드’는 이제 축산업의 6차 산업화를 선도하고 있다.

김태환 농협 축산경제 대표이사는 “도시 인근에서 찾아보기 힘든 탁 트인 전경과 이색적인 가축체험으로 많은 분들이 지친 마음을 달래러 찾아온다”며 “일반인에게는 멀게 느껴지는 농축산업을 보다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 하겠다”고 강조했다.

송영국 기자  syk@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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