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로 가장 타격을 받는 분야는 어디일까? 정답은 많은 사람들의 상상을 벗어나 있다. 바로 농림어업 분야다. 한 민간경제연구원이 지난 15일 발표한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산업별 체감 생산 활동 제약 정도에서 농림어업 분야가 8.4%로 1위를 차지했다. 이 수치는 전체 평균 6.7%를 1.7%가량 웃도는 것이어서 농업분야가 받는 피해정도가 심각하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농림어업에 종사하는 농민,임업인,어업인들이 야회활동이 많을 거라는 점은 쉽게 상상이 가는 부분이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는 과수농가의 연간 야외노동시간이 1512시간이며 채소농가가 1285시간에 달한다고 적시되어 있다. 결국 야외에서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농림어업인들이 미세먼지의 최대피해자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그런데 지난 2월에 시행된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는 농업과 농민에 대한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찾아봐도 없다. 미세먼지 취약계층 범위에 농민이 들어가 있지 않은 것이다. 이쯤 되면 농업홀대라고 주장해도 반박하기가 불가능해 보인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다. 또한 이 특별법이 입법예고 됐을 때 농림축산식품부가 어떠 의견도 내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욱 충격적이다. 농민과 농업을 위해 존재하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농민이 소외되고 차별받는 상황에서 강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농림축산식품부 공무원과 이개호 장관은 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고 나라의 녹을 먹고 있는 것인가? 그래서 철밥통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고 개인의 영달을 위한 장관자리라는 비아냥이 있는 것이란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국회에서 팔을 걷고 나섰다. 처리를 기다리는 농업 관련 미세먼지 법안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것이다. 살펴보면, ▲김종회 민주평화당 의원(전북 김제·부안)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과 ‘농어업인의 안전보험 및 안전재해예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해 농작업 수행과정에서 황사·미세먼지로 인해 발생한 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하도록 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 서귀포)은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미세먼지 취약계층에 농민을 포함하는 내용을 담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하지 않는 일을 국회가 함으로써 그나마 농민들이 미세먼지로부터 보호받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이에 대해 농업단체 관계자들은 미세먼지로 인한 농업·농민의 피해가 심각한데도 농민들이 소외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서둘러서 농업 관련 미세먼지 법안들을 최우선 처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행정부는 손을 놓고 있고 입법부만 뛰는 현실을 농림축산식품부는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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