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워낭소리, 우골탑, 얼룩 송아지...  한우는 우리 삶과 역사 속에서 희노애락을 함께 한 동물이다. 최근 가격 폭락과 수입육 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돈 농가와 달리 한우 농가는 수년 간 호황을 누려왔다. 철저한 수급 조절과 대중 속으로 들어가는 소비 촉진 행사의 영향이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일본 화우 시장도 비상이 걸렸다. 일본 정부는 전폭적인 지원으로 일본소 '화우'를 지켜내고 있다. 주요 원인은 인구 감소로 인한 시장 축소 때문이다. 한우에게도 곧 다가올 재앙이기도 하다. 우리 소 '한우' 지킴이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을 만나 한우 시장을 성장시킬 대책과 비전을 들어 봤다. 

Q : 한우협회가 당면한 2019년 현안이 많다고 알고 있다. 3대 현안이 있다면 무엇인가? 그리고 이를 해결하고 추진할 방법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는가? 설명 부탁한다.

A: 한우사육두수를 선제적으로 하기 위한 저능력 미경산우 비육사업과 한우가격 안정제 도입(비육우가격안정제, 송아지생산안정제), 한우협회 OEM 배합사료 생산‧공급을 들 수 있다. 저능력미경산우비육사업과 OEM배합사료 생산‧공급은 현재 진행하고 있으며, 한우가격 안정제 도입은 지속적으로 정부와 국회를 설득해 나갈 방침이다.

Q : 한우 사육마릿수가 300만 마리에 육박하면서 한우값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축산업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선제적인 수급조절을 진행하는 게 현실적 대안이라고들 하는데 한우협회 차원에서의 대응책은 마련되어 있는지?

A: 선제적 수급조절을 위해 저능력 미경산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경산우를 비육시켜 출하함으로써 송아지 생산을 미연에 방지할 뿐 아니라 저능력우를 도태함으로써 개량까지 유도할 수 있다. 여기에 미경산 한우 시장이라는 고급육 시장을 열어나갈 수도 있다.

그동안 미경산우에 대해 제값을 못받는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의 한우산업은 제대로만 키우면 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미경산우 분야이다. 신규 한우소비시장 창출과 더불어 수급조절의 효과까지 있으니 많은 농가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올 해 첫 시행을 하면서 1만두의 암소를 미경산우로 출하하고, 향후 추이를 보면서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나간다면 수급 및 신규 시장 창출에 큰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Q : 돼지고기 가격 폭락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다. 한우도 최근 자급률이 30%대로 떨어지는 등 한우산업의 위기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미국산 소고기는 연 1조원 어치 이상 수입되고 있는 현실에서 한우협회는 자급률 제고를 위해 어떤 차별화 방안을 추진중인가?

A: 자급률이 무조건 높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한돈산업 역시 과도하게 늘어난 사육두수, 즉 생산량 대비 소비량이 증가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입육의 영향을 받아 일어나는 현상이다. 한우 역시 마찬가지이다. 과거 자급율이 높던 2011-2012년은 가격폭락으로 지육 경락가격이 1만1천원 이하로 떨어지고, 한우농가들이 줄도산을 하는 등 큰 피해를 겪었다.

자급율 증가는 소비량 증가가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늘려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지속적인 소비량 증가가 담보되어야 생산량이 늘어났을 때 진정한 자급율 증가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쇠고기 산업 역시 한우 자급율을 높이자고 무분별하게 생산량을 늘려서는 한우농가 피해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생산량은 수요에 맞게 증가되어 가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본다. 그래서 한우숯불구이축제와 같은 직거래 행사를 통해 한우 수요를 확대하는 것에 집중하고, 시장을 서서히 늘려나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수입육의 증가, 미허가 축사 문제, 인구감소로 인한 소비 위축 등은 한우 시장에 큰 위협 요소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 회장은 올해 출범한 한우정책연구소를 통해 한우산업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Q : 화우는 일본산 소고기로 세계적으로 명성이 드높다. 프리미엄 이미지도 씌워져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신토불이라는 슬로건을 제외하고, 한우와 화우를 비교한다면 어떤 장단점이 있나? 한우의 프리미엄화에 관한 질문으로 이해해달라.

A: 화우는 일본산 프리미엄 소고기이자, 전세계로 수출되는 소고기로 유명하다. 화우는 일본 국민들의 입맛에 맞게 세분화한 등급제로 마블링이 섬세하다. 그러나 최고등급 화우는 중산층이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의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또 화우 교잡우 시장이 별도로 형성되어 있는 등 우리와 다른 부분이 많다. 그러나 한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프리미엄화가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일본 화우의 프리미엄화가 어디에서 기반을 두었을까를 생각해보면, 일본 정부의 대대적인 투자로 인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화우를 기르는 농가를 위해 비육우 안정제, 송아지가격안정제, 수출지원책 등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바탕이 되어 있다.

그러나 고령화로 인해 사육농가가 현격히 줄어들면서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속에서도 사육농가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화우 소비 인구 감소로 인한 대응으로 수출시장 개척을 선택하게 된 부분도 없지 않다.

우리나라의 한우도 1등급 이상 출현율이 73%를 기록하고 1+등급 이상 출현율이 42.6%가 되는 등 단기간에 고급화를 이룩해왔다고 자부한다. 한우가격이 비싸다고는 하지만 명절이 되면 소비량이 급증하는 등 시장의 독특한 특성도 현재 한우시장에는 장점이라고 본다.

또한 한우자조금이나 협회에서 진행하는 할인행사 지원 등을 감안하면 그래도 일본에 비해서 더 많은 대중의 사랑을 광범위하게 받고 있는 축산물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소비 트렌드가 언제까지 지속해서 유지될지 낙관할 수만은 없다. 점차 명절 의미가 퇴색하고 있고, 시장의 변수도 환경문제, 채식주의 등 다양해지고 있다. 한우 역시 이런 변화에 대응하면서 프리미엄화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Q : 한우 마케팅의 스토리텔링 전략이 있다면 설명해달라. 사육방법, 먹이의 차별화, 고기 부위의 맛, 소고기의 영양과 건강 등등 수없이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는데....

A: 다른 나라 소의 경우 교잡 등을 통해 개량한 반면 한우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유일한 유전자원이다. 반만년 우리민족과 함께 희노애락을 겪으며, 농경시대에는 일소로, 공업화시대에는 우골탑으로, 현재는 우리민족의 고단백 영양자원으로 많은 쓰임을 받고 있다.

한우는 수입육과는 달리 콜레스테롤이 낮아 혈관건강에 이로우며, 불포화지방산이 높아 몸에 안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 동맥경화, 심장병 예방에 좋은 올레인산이 풍부하며, 피로회복과 통풍예방 효과에 탁월한 안세린이란 영양소가 수입육에 비해 3~4배 많다.

Q : 최근 한우협회 차원에서 한우협회 전용사료를 생산·공급하고 있다. 사업 추진 배경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설명해달라. 그리고 사업추진 현황은 어떠한가? 시장점유율을 몇 %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인가?

A: 수입육의 공세속에 소비자는 한우가 비싸다고만 하고, 한우생산비를 효과적으로 낮출 대책은 미비했다. 생산비의 절반가량은 사료가격이 차지하고 있다. 소값은 떨어져도 사료가격은 계속 올라 농가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켜왔다.

한우협회 OEM사료는 생산비 절감을 위해 출시됐다. 한우 1두당 50만원 가량 절감이 가능하며, 저렴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료에도 영양측면에서 떨어지지 않는 품질로 배합을 구성했다. 또한 합리적인 가격과 투명한 원가 공개로 농가가 자유롭게 사료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음에 큰 목적을 두고 있다.

시장점유율의 경우 큰 목적을 두지 않았고 사료업계에 경종을 울리고 시장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물량을 늘려나갈 생각이다. 사용하고자 하는 농가도 많아 지역마다 물류창고가 확보되는데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Q : 한우협회와 한우농가의 발전을 위해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나 건의하고 싶은 방안들이 있다면 허심탄회하게 말해달라.

A: 한우산업이 수년간 호황을 누려왔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미허가 축사 문제, 축산 분뇨 등 환경문제, 수입육과의 경쟁 등 안정적인 환경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우농가 개별이 해결할 수 없는 수많은 난제들이 있었고, 그 속에서 고군분투 하면서 근근이 이어오고 있는 것이 현재 한우산업의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우협회는 한우농가 개인이 할 수 없는 일들을 발굴하고 이슈화, 대응책을 모색함으로써 존재 의미가 있다.

지난해 농어업포럼 한우분과 위원들과 일본 화우산업 시찰을 다녀왔다. 화우산업을 배우러 갔다가 정부의 전폭적인 화우 대책과 농촌지원대책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런 전폭적인 지원이 인구감소로 인한 소비층 감소, 농촌인구 감소 때문이라는 것을 보고 앞으로 우리나라 역시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의 걱정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런 상황이 닥치기 전에 한우협회가 해야 할 일은 한우산업을 더 견고히 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일일 것이다. 협회는 올 해 첫 발을 뗀 한우정책연구소를 통해 한우산업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데 집중할 것이다. 

김찬래 기자  kcl@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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