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주치마의 어원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행주산성에서 왜군을 물리친 부녀자들의 용기에서 행주치마라는 말이 시작됐다고 여긴다. 행주산성의 행주가 바로 그 때 그 앞치마였던 게 오늘날의 행주치마가 되었다는 스토리를 좋아하는 것이다. 때는 바야흐로 행주대첩이 있었던 15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5백년도 넘은 그 때 일이 지금까지 회자되는 건 구한말 일제강점기의 아픈 기억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행주치마는 오늘날에도 한 도시의 로컬푸드 브랜드로 사용되고 있는데, 그 도시가 바로 행주산성을 품고 있는 고양시. 이곳에서 생산된 우수한 농산물과 축산물이 2019년에도 행주치마라는 이름을 걸고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고양시는 '꽃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우리 집 앞 눈은 내가 쓸고양~” 등등의 고양이 캐릭터와 문구를 활용한 도시마케팅으로 입소문이 자자하지만, 누가 뭐래도 고양하면 대한민국 사람들은 꽃박람회부터 떠올리게 마련. 어느새 꽃박람회는 대한민국 최고의 축제이자 고양시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도 4월 26일부터 5월 12일까지 호수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고양국제꽃박람회에는 수백 만 명의 관람객이 줄을 지어 찾아올 것이다. 대한민국 유일의 화훼 전문 박람회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일 것이다. 올해는 화훼 산업 활성화를 위해 화훼특구로 지정된 고양시 원당화훼단지와 함께 투트랙(이원)으로 개최된다.

정부도 고양의 꽃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수도권 화훼종합유통센터’ 건립 공모사업에서 고양시가 최종 낙점됐다. 국내 화훼생산량의 14%를 차지하며 우리나라 화훼산업을 선도해온 곳이 고양시이기에 당연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 매년 일산호수공원에서 열리는 고양국제꽃박람회와 나란히 화훼산업을 도약시킬 경매장까지 갖춰짐으로써 고양시는 세계적인 꽃의 도시가 될 자격도 갖추게 되었다.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 충북 음성화훼유통센터와 함께 대한민국의 3대 화훼종합유통 도시가 된 것.

◇ 임진왜란과 행주치마의 고장, 꽃의 도시로 거듭난 고양시

고양시에는 이름도 특이한 가와지볍씨 상징물이 곳곳에 있는데, 한반도에서 최초로 재배된 볍씨이기 때문. 무려 5,020년 전의 볍씨가 1991년 일산 신도시 개발 당시에 대화동 인근 가와지마을에서 발견되었다. 이는 신석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한강 부근에서 벼농사가 지어졌음을 증명하는 귀중한 자료. 그래서 고양시 농업기술센터에는 가와지볍씨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학생들의 견학과 일반인들의 관람코스로 제법 이름도 나 있다.

고양시 농업기술센터는 지난해 12월 연말을 맞아 ‘고양가와지볍씨와 어린이 팜 놀이 축제’를 열었다. 5,020년 전 가와지볍씨와 농업을 주제로 어린이들의 놀이 체험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마련해서 호평받았다. ▲농산물 트리 만들기 ▲알록달록 농산물 색깔주스 만들기 ▲팜 포토존 ▲가와지볍씨와 팜 카페테리아 등등 농업을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흥미진진하게 꾸려놓은 프로그램이어서 행사를 찾아온 어린이들로 성황을 이루었다.

가와지볍씨가 박물관의 표본으로만 존재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고양시는 지난해 10월 고양시 대표 품종으로 재배중인 ‘가와지1호’ 쌀 800킬로그램을 미국으로 첫 수출했다. ‘가와지1호’는 경기도농업기술원과 고양시가 개발한 고유 쌀 브랜드. 찰지고 밥맛이 좋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고양국제꽃박람회는 고양을 대표하는 축제이자 국내 최대의 화훼 전시 행사다. [사진=고양시]

◇ 5천년 전 벼농사의 증거 가와지볍씨, 가와지 이름 달고 미국에도 수출

가와지볍씨의 고장답게 고양시 농업기술센터는 음식 전문가 양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푸드 플래너 육성을 위한 전문가 육성 및 체계적 교육을 진행중인데,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자료 수집 및 조리법 표준화 연구 등 배우고 닦는 분야가 전문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고양시 농업기술센터는 농산물가공지원센터도 운영중인데, 다양한 농산물 가공품을 상품화해서 로컬푸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식품가공을 통한 농업인 창업보육 및 지원이라는 목적도 지니고 있다. 제조가능품목으로는 잼류, 분말류, 장아찌류 등이 있다.

고양시 농업기술센터는 2019년도 농산물 가공창업반 교육도 추진중이다. 이번 교육은 고양시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가공농가의 창업을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농산가공 정예인력을 육성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총 10주 과정인데 각 분야 가공 전문가를 초빙해 전문적인 교육이 진행된다. 교과과정은 ▲가공저장식품 이론과 실제, ▲농산물 가공 제조기술의 이해, ▲농산가공 우수사례, ▲식품위생법 이해 등이다. 수요자 맞춤형 교육이라는 특징도 지녔다.

고양시는 또 지난해에 관광두레 사업지 10개 지자체 중 하나로 선정됐다. 관광두레사업이란 공동체 사업을 추진하는 개인(두레PD)이 지역 주민과 함께 지역 관광사업체를 창업해서 운영하는 걸 지원하는 사업. 관광두레 사업으로 선정되면 3년간 교육, 컨설팅, 경영개선 등을 위한 5천만 원의 지원을 받는다.

고양 관광두레사업체는 ▲고양시농업기술센터 가와지볍씨 박물관에서 가와지볍씨 및 꽃을 소재로 한 압화액자, 도자기 체험의 ‘고양레이디 영농조합법인’, ▲행주산성에서 행주대첩을 배경으로 무기,의상 만들기 및 체험을 위주로 한 ‘행주의 바람 협동조합’, ▲떡과 주먹밥에 꽃과 새싹을 넣어 테마로 추진하는 ‘고양한입쏙쏙 협동조합’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양시는 이래저래 농경문화의 원조 도시라는 상징성을 지속적으로 살려나가는 도시 마케팅을 진행중인데, 고양시 농업기술센터의 역할이 무척이나 지대하다. 가와지볍씨의 고양, 꽃박람회와 화훼도시로서의 고양, 행주대첩과 행주치마의 도시 고양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고양이 캐릭터의 도시 고양시는 도시와 농촌을 잇는 복합적이고 지혜로운 도시로 거듭나는 중이다. 그 중심에 고양시 농업기술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송영국 기자  syk@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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