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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방이 '이천 햅쌀 라떼'로 대박낸 이유쌀 가공식품에 접목한 지역이름 마케팅, 가능성 보여

올해 초 쌀가공식품 역사에 새로운 기록이 탄생했다. 쌀로 만든 식품이 이렇게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 게 처음이라서 다들 입이 쩍 벌어졌다. 요즘 유행하는 말을 반복하자면, 지금까지 이런 일은 없었다. 내용은 이렇다. 국내에 진출해있는 한 다국적 커피프랜차이즈 업체가 신년을 맞아 1월1일 국산쌀을 넣은 음료를 출시했는데, 2달만에 무려 100만 잔 이상 팔려나간 것. 이름에 지역명과 쌀이란 명칭이 고스란히 들어갔는데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그 이름은 바로 ‘이천 햅쌀 라떼’와 ‘이천 햅쌀 프라푸치노’. 업체는 스타벅스, 일명 별다방이다.

농촌이라면 왠지 꺼려하고 하위문화 취급하는 분위기와 쌀이라고 하면 흔해 빠진 먹을거리이자 남아도는 잉여농산물로 손사래를 치던 소비자들의 마음에 갑자기 혁명이라도 일어난 걸까? 식품과 문화 전문가들은 세계최고 커피 프랜차이즈 기업의 이름값과 영리한 마케팅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그게 다는 아닐 것이다. 하루아침에 뽕나무밭이 바다가 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부분의 도시민들이 이름을 듣기만 해도 관심을 접는 농촌과 쌀로 만든 제품 아니던가.

농촌과 농업을 사랑하고 관계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주목할 점이 바로 그 지점이다. 두 달만에 2백만 잔이 팔려나간 커피음료의 이름을 잘 살펴봐야한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 프랜차이즈 커피업체의 제품이라고 하지만, 거기에는 햅쌀이라는 명칭과 경기도 이천이라는 지명이 들어가 있는 것을 유심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거다. 쌀가공식품으로 볼 수 있는 쌀 함유 커피음료가 제품명에 지역이름을 넣고도 소비자들의 입맛과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기념비적인 성공사례로 연구하고 벤치마킹해야하지 않겠느냐는 거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이천 지역명을 넣은 쌀 음료 '이천 햅쌀 라떼'를 신메뉴로 개발했다. 금년 1월 출시한 이 메뉴는 2달만에 100만잔 판매를 기록했다. [사진=스타벅스 코리아 페이스북]

◇ 쌀가공식품의 새역사를 연 이천 쌀 함유 커피음료에서 배워야 한다

국내 쌀 가공식품 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으로 약 4조원 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엔 7조원대로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전망이기도 하다. 정부도 쌀가공산업이 농촌과 농업을 견인할 기대주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더불어 그래야만 한다는 사실 또한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그리 큰 감동을 받지 않고 일상에서 소비하는 전통떡과 퓨전떡 그리고 즉석밥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표상품이나 초히트상품이 없다. 좀 가혹하게 말해 그저 그런 상품들이 도토리 키재기를 해오고 있는 형국이라고 해도 지나치지만은 않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그나마 즐겨먹는다는 쌀과자마저 수입이 수출보다 7배나 많은 게 2019년 현재의 대한민국 쌀가공산업의 현실이다. 관세청의 수출입무역통계 쌀과자 부문을 들여다보면, 지난해 2018년 쌀과자 수입은 약 5천 4백톤 정도이며, 수출은 7백 60톤 정도인 것으로 드러난다. 무려 7배나 수입이 수출을 앞지르고 있는 것이다. 돈으로 환산하면 쌀과자 수입액은 약 2천 3백만 불, 수출은 약 6백 80만 불인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1천6백만 불의 무역수지 적자인 셈이다.

전 국민이 아니 그나마 쌀과자를 좋아하는 국내소비자들의 이런 선택을 두고만 봐야할까. 쌀가공식품의 대표주자의 하나로 꼽히는 쌀과자마저 이런 상황이라면 쌀가공식품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과 기업은 분발해야만 할 것이다. 국산 쌀 소비 증진을 위해 늘 큰 목소리를 내고있는 정부의 노력이 좀 더 지혜롭고 정밀해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매년 수입되는 쌀과자를 국산쌀과자로 대체하기만 해도 농민과 농가의 소득안정에 의미있는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쌀가공식품 산업 전반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누군가 또는 무언가가 앞으로 치고 나가면 따라하는 게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 쌀과자 수입이 수출보다 7배나 많은 현실, 쌀가공산업은 제대로 가고 있나?

그 본받고 따라해야할 누군가와 무언가가 외국 커피프랜차이즈 기업이란 점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배울 점은 배워야 한다. 산업화 과정에서 보여준 대한민국 기업과 인력의 파워는 다름 아닌 모방을 통한 창조 아니었던가. 한국영농신문은 지난해 말부터 쌀가공식품산업의 발전을 기대하며 굵직한 기사들을 게재해왔다. 지난해 12월엔 ‘쌀가공산업, 농업살릴 구원투수 될까?’라는 제목으로 국내 쌀가공산업의 현주소를 정리해 보도했다.

본보는 당시 기사에서 쌀가공식품의 성공사례로 영광 모싯잎 송편과 지자체들의 쌀과 떡을 조명한 바 있다. 양평의 친환경쌀로 만든 쌀가공식품의 국제식품산업전에서의 좋은 반응도 다룬 바 있다. 쌀 소비를 위한 관계기관과 기업의 노력도 조명했다. 농협과 오리온이 지은 대규모 쌀과자 공장이 바로 그 주인공. 경남 밀양에 완공된 공장이 축구장 5개를 합친 것 보다 크다는 점과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 수출에 기여하고 농가소득 안정에 도움을 주리라는 기대감 또한 피력한 바 있다.

또한 쌀가공식품의 살아있는 역사로 꼽히는 칠갑농산 이능구 회장도 언급했다. 칠갑농산은 전 세계 53개 국에 연간 약 60억원가량의 쌀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이다. 스토리와 문화를 입힌 제품은 그곳이 대한민국이든 다른 나라든 소비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길 수 있다는 점은 상식이다. 거기에서 히트상품과 프리미엄상품이 탄생한다는 것도 마케팅 분야의 정설이자 다수설이기도 하다. 그런 점을 파고들어야 한다.

칠갑농산 이능구 회장의 자서전 제목 <나는 쉬운 길을 선택한 적이 없다>에서 나타나듯, 쌀가공식품으로 세계 53개국 수출시장을 개척하는 일이 쉬울 리는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 쌀가공식품 산업이 이전에 가보지 않은 길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성장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사실이다. 앞서 언급했던 대로 2020년에는 7조원을 넘어서는 큰 시장이 펼쳐지는 분야가 바로 쌀가공식품 분야인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 본받고 배울 곳이 있다면 어느 분야에서라도 배워서 적용해야 한다. 이천햅쌀라떼 뿐 아니라 국내 종묘기업들이 개발해서 시판중인 당뇨에 좋다는 기능성채소, 함암배추 등을 벤치마킹해서 ‘기능성’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 쌀가공식품 산업발전을 위해 쌀의 새로운 기능 또는 추가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칠갑농산은 국내산 생쌀과 1등급 밀가루 등의 고급 원료만을 사용한다. 동종업계에서 신뢰성 있는 쌀 가공식품 전문 기술력을 축적한 회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16 창립 26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이능구 회장 [사진=칠갑농산]

◇ 키 크는 쌀. 다이어트 쌀 등 ‘기능성 쌀’로 만든 쌀가공식품은 어떨까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은 지난해 기능성 쌀로 ‘고아미2~4호쌀’과 ‘도담쌀’을 개발해 이를 가공하는 기술을 연구중이라고 밝혔다. 농촌진흥청과 고려대학교가 함께 이 쌀로 동물실험을 해봤더니, 식후 혈당이 일반 쌀과 비교했을 때 무려 37.5%나 감소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쉽게 말해 천천히 소화되고 소화율도 낮아 배가 부른 느낌이 오래 간다는 것이다. 당뇨환자들의 귀가 솔깃할 소식 아닌가.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은 또 이 쌀로 쌀과자를 만들어서 테스트를 했더니, ‘도담쌀’로 만든 과자가 식감이 좋고 소비자들의 호응 역시 높았다고 밝혔다. 영아와 유아 및 환자식으로 적합하다는 것. 그래서 농진청은 지자체와 힘을 합쳐 이 쌀을 계약재배해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바람직한 일이다.

희망적인 소식을 더하자면 우리나라는 키 크는 쌀도 있다. 농촌진흥청 작물과학원은 지난해 밥만 먹어도 키가 크는 이른바 ‘기적의 쌀’을 개발했는데, 이 쌀은 성장 촉진 ‘라이신’ 함량이 다른 쌀에 비해 무려 33%나 많다고 알려졌다. 쌀과자 등 쌀가공식품 원료로도 쓰일 예정이며 쌀로 만든 키 크는 약(성장보조제)로도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기능성 쌀은 더 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설갱’이라는 기능성 쌀도 선보였다. 홍국균을 배양해 발효시킨 쌀인 ‘설갱’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능이 입증됐다. 콩으로 메주를 만드는 것처럼 쌀을 쪄서 홍국균을 접목시키는데 쌀값이 무려 1킬로그램에 9만원을 넘는다. 쌀눈이 큰 현미도 개발됐다. 쉽게 말해 거대배아현미인데, 암과 당뇨는 물론 고혈압까지 예방해 준다고 알려져있다. 물론 쌀값이 일반 쌀에 비해 4~5배 비싸다. 김밥 전용 쌀 품종도 나와있다. 농촌진흥청 남부작물부가 개발한 ‘만미벼’라는 품종인데, 밥이 식었을 때도 밥맛이 부드럽고 찰기가 있는 쌀이다. 한마디로 김밥과 초밥 원료로 적합하다.

어떤가? 쌀의 신세계를 보는 것 같지 않은가?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실제로 쌀소비를 늘리고 쌀의 기능성을 개발하는 작업은 오래전부터 진행되어왔다. 큰 성과 또는 가시적인 성과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 소비자들이 잘 모를 뿐이다. 이러한 기능성 쌀로 만들어가는 쌀가공식품의 미래는 어둡지만은 않아 보인다. 오히려 밝고 희망차다고 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쌀가공식품 수출 전망도 희망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쌀 가공식품 수출은 4억 5천만 달러로 나타났다. 쌀가공식품협회도 매년 국내 최대규모의 쌀 가공식품 종합 전시회를 열고 업체들을 독려중이다. 여기서 대한민국 대표 쌀가공품 TOP10을 선정해서 널리 알리는 일도 맡고 있다.

◇ 지역이름을 넣은 농산물 마케팅도 적극 추진할 필요

서두에서 쌀과 지역이름의 절묘한 조합으로 초히트제품을 만들어낸 다국적 커피프랜차이즈기업의 사례를 언급했다. 앞선 내용들이 쌀에 방점을 찍었던 것이라면 ,지역 이름을 넣어 펼쳐지는 마케팅도 활발하다는 것도 주목해야할 점이다. 특히 지역이름 마케팅은 편의점업계가 주도하고 있는데, 지역이름이 들어간 제품을 살펴보면 톡톡 튀는 재미와 깨알같은 정보가 어우러져있음을 알게 된다.

200만 개 넘게 팔렸다는 제주해녀 해물맛 라면, 독도사랑 새우맛 라면을 비롯해 강릉교동반점 짬뽕, 순창고추장찌개라면, 해남 자색 고구마 라떼, 우도 땅콩 라떼 등등이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지역이름 마케팅이 지역을 살리고 지역특산품도 널리 알리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역이름을 잘만 활용하면 소비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된다는 점을 TV예능프로그램 ‘골목식당’의 사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지역명 마케팅이 지역 특산품 판매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 연계 상품은 소비자들에게 친근감을 높이고, 만족도를 높인다"며 "지역 농가와 협력할 수 있어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쌀가공식품 산업에도 이제는 새로운 바람이 불어야 한다. 즉 기능과 스토리를 입힌 초히트상품이 나타나고 이를 통한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쌀은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수천 년을 먹어온 안전이 입증된 농산물이자 식품이다. 더구나 요즘 관심사로 떠오른 글루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식품이기도 하다. 조사자료를 보면, 글루텐 없는 식품(글루텐 프리 식품)시장 규모는 2015년 약 46억 달러, 2020년엔 약 7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이 바로 절호의 기회 아닌가.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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