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규창 본지 전북지사장

하늘나라 옥황상제가 국무회의를 열어 축산업과 섬유업의 부진을 질타했다. 그러자 해당 장관이 축산책임자 견우와 섬유제조책임자인 직녀가 사랑에 빠져 모텔에만 처박혀있어 국가 경제를 도탄에 빠트렸으니 탄핵해야 한다고 고해바친다. 한 성질 하는 옥황상제가 사랑으로 불타는 두 사람을 은하수로 경계를 삼아 멀리 떨어지도록 좌천을 시켜버렸다.

두 사람의 애절한 사연이 뉴스를 탔고 이들을 안타깝게 여긴 까치와 까마귀 단체에서 매년 음력 7월 7일 밤인 칠석날 머리를 모아 은하수를 가로지르는 오작교(烏鵲橋)다리를 만들어 두 사람을 만나게 했다. 두 사람의 발에 밟혀 까치와 까마귀는 머리가 벗겨지고 이날 내리는 비는 두 남녀가 흘린 눈물이다. 칠석날 전후에는 부슬비가 내리는 일이 많다.

이는 견우와 직녀가 서로 타 고 갈 차량을 준비 하느라고 세차를 하기 때문이다. 이 비를'세차우(洗車雨)'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칠석날 저녁에 비가 내리면 견우와 직녀가 상봉하여 흘리는 기쁨의 눈물이라고 하며, 이튿날 새벽에 비가 내리면 이별의 슬픈 눈물이라고 한다.

이때의 비를 '눈물 흘리는 비'를 '쇄루우(灑淚雨)'라고 한다. 음력 7월 7일, 칠석날의 견우와 직녀의 설화는 중국 에서 발생하여 우리나라와 동아시아 에 전승되었다. 중국의 괴담을 기록한<재해기齋諧記>에 전한다. 이 이야기는 7월 7일 저녁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동서로 갈라졌던 견우성과 직녀성이 만나는 자연적인 현상에서 성립되었다.

칠석에는 농사 절기상으로는 세벌 김매기가 끝나고 술과 떡, 안주를 준비하여 놀고 풍물 판굿이 열리는 호미걸이로 휴식을 취했다. 여름 장마비에 흙탕이 된 우물을 청소하여 우물고사를 지내며, 아기의 수명장수를 기원하면서 백설기를 쪄서 칠성제를 지냈다.

칠석날에 내리는 빗물은 약물이라고 하여 이 물을 받아서 목욕을 하면 땀띠, 부스럼 등 피부병에 좋다고 한다. 칠석날에는 걸교라고 하여 여자들이 길쌈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직녀성에게 빌기도 했다. 칠석의 절식으로는 밀국수와 밀전병이 있다.

우리 민족은 북한 동포와 남한동포는 만나고 싶어도 휴전선이라는 은하수가 가로막혀 있어 만날 수가 없는 현대판 견우와 직녀다. 올 추석 이산가족 상봉추진소식이 간절하다.

올 칠석에 나의 견우, 나의 직녀가 그리워 마음 떨어본 적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양규창 기자  agrie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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