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에 대하여                                                             

알을 낳고 그 새끼가 또 알을 낳고

새끼의 새끼가 알은 낳지만

알은
닭의 것이 아니었다
언젠가부터 팔뚝만한 구렁이가 머리를 디밀더니
붉은 혀로 알을 핥아갔다
늘 헛알을 낳는다고 생각한 닭은
슬픈 닭이 되었다
죽어도 알을 낳지 않겠다고 맹세하자
그때부터 마당이 삶의 전부였다
밤이면 부리가 뭉툭해 때 까지
하늘에 열린 별을 쪼아 닭장 안에 쌓았다
닭의 별은
구슬보다 더 영롱한 빛깔이었다
시계태엽을 감아
새벽을 깨우는 닭은 원래
은빛 날개를 저어 하늘을 나는 투명한 새였다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닭장에 갇혀
비만의 세월이 되었다
아침이 열리면
닭은 닭장 밖으로 길을 냈다
행여 그 길 끊어질까봐 징검돌을 연이어 놓았다
늙은 발톱과 헤진 모자 같은 볏은
닭의 자존심이자 목숨이었다

<시인 정성수>

저서 : 시집/공든 탑, 동시집/첫꽃, 동화/폐암 걸린 호랑이 외 다수
수상 : 세종문화상. 소월시문학대상. 아르코문학창작기금수혜
현) 향촌문학회장. 사단법인 미래다문화발전협회회장
 

<화백 최정광>

원광대학교교육대학원 미술교육전공
전북교원연수원 미술전임강사
초중고미술대회심사 및 심사위원장
저서 : 해설이있는지구촌그림여행 외
현) 프리렌서 일러스트레이터

 

한국영농신문  webmaste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