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참아야만 하는 걸까? 오리농가 입장에선 억울한 일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를 AI 특별방역대책기간으로 정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농식품부가 이 기간을 3월까지 한 달 더 연장할 것이라는 분위기에 오리업계가 발끈했다. 한마디로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험악해지자 사육제한 기간이 예정대로 이달 말 종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지난 19일로 예정됐던 오리농가의 대규모 집회도 전격 취소됐다. 한국오리협회는 농림부 측과의 면담에서 가금생산자단체가 요구했던 사항들이 수용됨에 따라 당초 지난 19일로 예정했던 가금생산자단체 1차 궐기대회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에 매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측은 출하 후 휴지기간 미적용, 도축장 AI 검사 강화 미적용 등으로 오리농가에 대한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자체에서 휴지기제 연장을 신청한 전국 46개 오리농가에 대해선 지자체 예산을 들여 휴지기제 연장을 실시하도록 했다. 휴지기 농가 중 다음달 10일까지 입식이 어려운 농가는 오리 1마리당 776원까지 보상키로 했고, 종란폐기에 대해서도 1회 추가 보상키로 했다.

김만섭 한국오리협회장은 “단편적인 방역대책이 아닌 AI와 국내 가금산업에 걸맞는 장기적인 방역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리농가와 계열사 등은 지난해 9월 총궐기대회를 열고 11일간 단식투쟁을 벌인 바 있다.

◇ 왜 농업관련 지표들은 자화자찬으로만 흐르는가?

늘 그랬다. 농업관련 행사에 참석해보면 항상 넘쳐 흐르는 게 문제였다. 장밋빛 농업전망도 그렇고 , 농가소득 5천만원 시대가 도래했다는 등의 자화자찬도 그렇다. 그런데 어디 농촌현실이 정말로 그러한가?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과 농촌경제연구원 등등의 기관이 말한대로라면 대한민국 농촌은 이미 천국이나 낙원이 되어있어야 할 텐데, 사정은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이따끔씩 언론에 등장하는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의 충고는 신선하다 하겠다. 쾌도난마식 화법도 그렇지만, 쉬운 걸 너무 어렵게만 풀어가는 농정을 풍자하는 대목에선 통쾌한 웃음마저 터져나온다.

답답하기만 한 농촌현실에 대해 김장관은 각종 미디어와 집필한 저서에서 이렇게 꼬집고 있다. ▲농업·농민을 팔아서 먹고 사는 기관들이 너무 많다. ▲ 농림부.농촌진흥청 등 온갖 농업관련 기관들 줄여서 그 예산으로 농민들에게 기본소득 지원하는 게 차라리 낫다. ▲농촌과 농민은 죽어가는데 농협만 살찌는 게 웬말인가? ▲농업 이름 팔아서 장사하며 농민을 소외시키는 모든 조직은 반성하라.

어떤가? 김성훈 전 장관의 말이 틀린 게 하나라도 있는가? 한국영농신문은 대한민국 농업정책에 대한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의 충고와 지적을 겸허하게 대한민국 전체가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2019년 대한민국 농촌의 현실은 자화자찬만으로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는 고개가 아니라는 것이다. 

농정 당국의 장미빛 청사진만 바라보고 가기엔 오리 농가의 한숨이 너무 깊다. 미래를 보면 암담하기가 그지 없는 게 농업계에서 오직 오리 농가만이길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대다수의 농민들이 환경오염 유발자, 농약-항생제 과다 사용자라는 욕을 먹어가면서 꾸역꾸역 국민들의 먹거리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농사만으로는 최저 임금만큼 벌기가 남의 나라 이야기임을 그들은 어떻게 설명할지 자못 궁금하다. 김성훈 전 장관같이 쾌도난마식 해법을 외치는 참다운 목민이 그리운 이유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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