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기획
'남북 농업 협력', 꿈★은 이루어지나?인적-물적 교류가 최우선... '열정과 냉정' 사이 균형도 찾아야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을 전후해서 남북한의 농업협력은 통일을 향한 가속 페달로 대접받고 있다. 농사로만 벌어들이는 돈인 '농업소득'이 20년 넘게 1천만원 수준으로 답보중인 대한민국 농촌. 만성적인 식량부족 상태로 알려진 북녘의 농촌. 이 둘이 손을 맞잡고 내일의 도약을 꿈꾸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남쪽은 남아도는 쌀을, 북쪽은 잘 가꾼 푸성귀를 도맡아 사이좋게 그리고 부족함 없이 나눠먹자는 꿈. ▲그러기위해서 북쪽에 종자와 농기구부터 보내줘야 한다는 꿈. ▲인구 2,500만 중에 900만 명 이상이 농촌에 거주하는 북한의 풍부한 농업노동력으로 무슨 일인들 하지 못하겠느냐는 꿈. ▲남쪽이 보낸 종자로 북쪽이 채소를 가꿔 아시아 전역에 수출할 수 있다는 꿈. 이러한 꿈들이 점점 꿈이 아닌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또한 남북 농업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는 추세이기도 하다.

실제로 세계적 투자 전문가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농업을 유망 투자 분야로 꼽고 있을 뿐 아니라 미래의 직업으로 젊은이들에게 추천하고 있다. 짐 로저스가 지난달 국내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 같이 말하자 국내 굴지의 종묘회사인 아시아종묘는 한 때 상한가를 기록했다. 경농과 한일사료 역시 상승무드. 이 뿐 아니라 대동공업과 동양물산 등 농기계 회사들도 덩달아 상승세다. 비단 짐 로저스의 말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남북농업협력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해 2018년부터 조성된 이와 같은 남북 농업협력 분위기는 실제로 어떻게 결실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아직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지만, 미래를 위한 준비라는 차원에서 대한민국 각 지자체, 농업관련 기업들 그리고 유관단체들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바빠 보인다.

◇ 남북회담-북미회담으로 남북농업협력에 거는 기대감 상승

한국투자증권 자료를 보면,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이 농림. 어업에서 나온다. 전체 인구의 3분의 1은 농가 인구다. 좋은 비료로 토지를 개간하고 우수한 종자를 뿌리면 북한의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높아질 것이고 여기서부터 북한의 경제가 도약할 것이라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은 일치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의 대표적 종자기업인 아시아종묘는 대북 종자 지원의 선두주자다. 아시아종묘는 그동안 북한에 채소 종자 약 32톤을 제공했다. 무, 양배추, 쌈채소 등 22개 작물, 100가지 품종. 약 10년 전부터 국제농업개발원을 통해 다양한 채소 종자를 북한에 지원해오고 있다. 아시아종묘 류경오 대표는 우리나라 종자 채종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만큼, 유전자원 유출방지를 위해서라도 북한에 채종단지를 조성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남과 북이 종자를 지키고 발전시켜나간다면 남북한은 종자강국으로 거듭날 수도 있다.

충청남도는 인삼과 개성인삼을 합한 신품종 공동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광어양식기술 북한 무상 제공을 추진중이다. 제주도어류양식수협은 북한에 광어 치어 20만 마리와 사료, 양식기술을 제공해 북한의 식량난 해결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강원도는 2월 25일에 강원도 남북농업교류협의회가 출범했다.

전남 보성군은 최근 ‘보성군 남북교류협력위원회’를 구성했다. 보성군은 북한의 식량난 극복을 위해 보성 씨감자 재배기술을 전파하고 북한에 농기계를 지원하는 사업을 주요사업으로 논의중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축질병을 막기 위해 남북 협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일본에까지 전파된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비롯해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AI) 등 치명적인 가축질병이 북한을 통해 전파될 확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농업협력은 이같은 지자체와 기업을 비롯해 전 국가적인 관심사가 되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이런저런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보다 효과적인 결과를 유도하기 위한 방법들도 연구가 진행중이다. 농업전문가들은 식량교역, 경제교역, 노동교역 등 다양한 각도에서 농업협력을 진행해야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간추려보자.

단기적으로는 민간에서 추진하는 비료, 비닐 등의 필수농자재를 지원한다. 장기적으로는 농업생산기반, 즉 인프라 구축을 도와야 한다. 처음에는 남쪽에서는 쌀, 북쪽에서는 옥수수. 콩 등 식량작물을 교역한다. 식량교역이다. 이때 식량교역은 일회성이 아니라 정례화되어야 한다. 북쪽의 토지와 노동력, 남쪽의 자본과 기술의 결합이 중요하다. 북한에서 산업화에 필요한 인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튼튼한 기지는 농촌지역이다. 인구의 3분의 1이 농촌거주민이기 때문이다.

아시아종묘 류경오 대표는 10년째 북한에 우리 종자를 보내고 있다. 류 대표는 우리나라 종자 채종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만큼, 유전자원 유출방지를 위해서라도 북한에 채종단지를 조성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 “10년간 북한에 콤바인 2만대, 이앙기 3만대, 경운기 5만대 지원”

남북 농업계 인사들이 지난 13일 금강산호텔에서 모여 올해 안에 남북농민공동행사를 열기로 했다. 남북농민공동행사는 4월 27일부터 9월 19일 사이에 북한에서 열릴 예정이다. 주목할 점은 남북한 농업계 인사들이 전농이 추진중인 ‘통일트랙터사업’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나눴다는 것. (트랙터는 현재 대북제재 품목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이 우리 국민들의 성금으로 마련한 농기계를 북한으로 보내 민간에서부터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겠다고 제안한 데서 비롯됐다. 우선 트랙터 100대를 북으로 보내는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각 지역에서는 모금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전농은 북측의 농민단체인 조선농업근로자연맹(농근맹)과 협의해 북한 농지에 적합한 로터리장착 62마력급 트랙터 100대를 보내기로 했다. 대당 가격이 4천만원 정도여서 전농은 총 40억원을 모을 계획이다.

광주전남 지역의 모금활동이 제일 활발하다. 통일트랙터품앗이 및 우리농업살리기 광주전남운동본부는 최근 강진·장흥·보성·화순·순천 등 9개 운동본부에서 총 9대의 트랙터를 구매할 성금을 모금했다고 밝혔다. 운동본부측은 1차 사업에서 목표했던 15대를 넘어 많게는 20대의 트랙터를 구입해서 북한에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은 10대, 부산 품앗이단은 1대를 목표로 모금을 진행 중이다. 충북은 3대를 목표로, 제주도 역시 트랙터 보내기 운동을 추진중이다.

더 큰 틀에서 보자면, 2018년 11월 남측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북측 민족화해협의회가 ‘농기계분야의 과학기술협력사업을 시범적으로 추진한다’ 는 조항이 담긴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10년간 북한에 콤바인 2만대, 이앙기 3만대, 경운기 5만대를 공급한다는 목표가 세워졌다.

◇ 남한의 논-북한의 밭작물로 통일농업교류, 영농형태양광으로도 경협할 수 있어

통일농업교류 전북운동본부가 출범했다. “사람·물자·정보가 오가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남녘에서 생산한 쌀이 북으로 올라가고, 북녘에서 생산한 밭작물이 남으로 내려오는 통일시대를 전북도민과 맞이하고자 한다. 전북의 윤기있는 쌀로 지은 밥과 북녘의 시원한 여름채소로 통일밥상을 차려서 온겨레가 나눠먹는 그날을 향해 손잡고 나가자”고 제안했다. 통일농업교류 전북운동본부는 통일농업교류를 위한 기금조성 목표를 5억원으로 정했다.

농업만을 위한 기금은 아니지만, 파주시는 통일, 문화, 학술, 농업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파주시 남북교류협력위원회’를 운영 중이며 남북교류기금 약 27억원을 조성했다. 강원도 평화지역발전본부는 남북교류협력을 위해 남북협력기금 50억원을 편성했다. 체육교류를 비롯해 농업·수산·산림 협력과 사회·문화교류를 추진한다. 충청북도는 남북협력기금 24억원을 조성했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분야 역점사업인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사업 분야에서도 남북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평화통일시대의 에너지·농업분야 남북교류 및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농촌경제 활성화를 위한다는 큰 슬로건으로 파주시는 '통일 영농형 태양광' 시범사업을 추진중이다. 한국동서발전이 파주시와 함께 '통일 영농형 태양광' 시범사업 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영농형 태양광이란 쉽게 말해 농지 위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것이다. 그 발전설비 아래에는 물론 벼농사를 짓는다. 약 10년 전부터 일본,독일,중국 등에서 활발하게 실행하고 있다. 농가입장에서는 벼농사도 짓고 추가소득도 기대할 수 있는 꿩 먹고 알 먹는 사업인 셈이다. 이번 협약으로 동서발전은 100kW급 영농형 태양광 발전설비 3개소를 파주에 설치하고, 준공 후에는 설비를 파주시에 기부채납할 계획이다.

파주시 ‘통일 영농형태양광’ 시범사업은 태양광 수익을 지역 농촌발전과 더불어 농업 관련 남북교류활동에 활용할 예정이다. 에너지분야 남북교류가 활성화되면 남북한의 접경지역인 파주시의 특성으로 영농형태양광 설치사업이 남북 에너지 교류의 선도 사례가 될 수 있으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우리의 영농태양광 프로젝트를 북한쪽에도 보급하고 활용하기 위한 전진기지가 마련된 셈이다.

남북간 농기계 교류 협력도 대북제재 수위 변화에 따라 급물살을 타게될 가능성이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14일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이 개최한 '남북 농업기계 교류협력위원회' 위원 위촉 및 kick-off회의 모습. [사진=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 접경 지역 부동산 투기 조짐 등 과열 막고 '열정과 냉정' 사이 균형 찾아야

이런 가운데 부작용이랄 수 있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임진강 북쪽 민간인 출입 통제(민통선) 구역인 경기 파주시 4개 면 사유지 약 71%를 타 지역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파주시와 한국농어촌공사 파주지사 등의 자료에 따른 것이다. 이들 외지인 들이 소유한 땅의 면적은 서울 여의도의 19배에 이른다. 혹시라도 이런 사태가 남북화해무드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어서는 안 된다. 남북한 인접지역의 투기열풍은 보다 특별하게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

꿈이 현실이 되려면 조건이 필요하다. 2002년 월드컵 4강을 이루기 전까지 월드컵 무대는 우리에겐 꿈의 무대였을 뿐이다. 당시 히딩크로 대표되는 새로운 리더십에 우리는 열광했었다. 그가 우리에게 남긴 몇가지 교훈을 보면, 편견없이 실력으로만 선발하는 선수기용과 우리에게 맞는 전술의 개발, 그리고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을 통한 자신감 회복 등이었다. 

이제 남북 농업협력이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기존의 패러다임을 깨고 과감하고 원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물론 그 계획을 뒷받침할 치밀하고 기민한 준비와 실력있는 선입견을 버리고 두루 우수한 인재를 기용해야 함은 당연지사다. 아울러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했던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가지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열정과 냉정'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의 지혜와 결단을 기대한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병로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icon최신기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