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이 갑자기 왕갈비와 통닭과 연결돼 대한민국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천만 관객을 훌쩍 뛰어넘은 코믹 영화 '극한직업' 덕분일 것이다. 그런데 수원과 왕갈비와 통닭은 각자 달라보이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사실 농업 연관단어들이다. 안 그런가? 사실 수원왕갈비통닭이란 말이 유행하기 전부터 수원은 한반도 농업의 메카이자 콘트롤 타워였다. 농촌진흥청도 수원에 있었고 국립대학 농과대학도 수원에 있었다.

조선왕조 정조가 혁신적인 농업정책을 펼친 곳도 바로 이곳 수원. 정조는 물 걱정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만석거,만년제를 수원 주변에 축조했다. 만년둔,대유둔이라는 국영농장을 만들어 협동영농방식을 실험한 곳이 바로 수원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농업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수원농업기술역사관도 수원에 있다. 옛 농촌진흥청 본관을 활용해 2016년 문을 열었다.

◇ 귀농귀촌과 GAP농산물로 인기 높은 수원

최근 귀농귀촌과 관련한 의미있는 조사결과가 발표되었다. 귀농귀촌 교육을 받은 3명 중 1명은 실제로 농촌에 정착하고 있다는 내용인데, 경기도농업기술원의 이 자료를 보면 귀농귀촌 정착자의 61.8%가 경기도를 정착지로 선택했다는 것. 2위인 전남이 9.2%인 걸 보면 1위 경기도와 현격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다시 말해 귀농귀촌 1번지가 경기도인 것으로 대한민국이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도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귀농귀촌이 가능한 곳 중에 수원만한 곳도 없다는 게 수원농업기술센터와 수원 사람들의 이구동성이다. 그래서인지 안전한 농산물로 인정받는 GAP(농산물우수관리) 인증을 받은 수원시의 농가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수원시에서 GAP(Good Agricultural Practices) 인증을 받은 농가는 2016년 48농가에서 2018년 70 여농가로 2년 만에 35% 가량 늘어났다. 수원시 농가는 2016년부터 GAP 인증을 시작했는데. 수원시는 교육부터 남다르게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농가를 대상으로 연 1회 GAP 기본 교육을 실시하고, GAP 인증에 필요한 수질검사 토양검사 등에 소요되는 비용까지 100% 지원하고 있다. 안전한 농산물 생산을 지원하겠다는 수원시의 결의가 읽히는 대목이다.

정조는 화성을 건축하면서 정문의 이름을 장안문으로 지었다. 백성들의 안녕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수원시는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GAP 인증 비용을 100% 지원하고 있다. 사진은 수원의 명물 장안문 [사진제공=수원시청]

◇ 도시농업, 스쿨 팜, 치유농장 등 생활 속 농업을 발굴해가는 수원농업기술센터

수원농업기술센터는 농업과 관련된 일을 도시민과 연계해서 하는 일이 참 많고 다양하다. 시민농장 운영이 대표적인데 도시생태농업 활성화와 시민들의 건전한 여가문화 활용을 위해 수원시농업기술센터가 앞장서서 시민농장을 운영중이다. 매년 4월에서 11월까지 시민농장 2개소(탑동, 천천동)와 공원 내 텃밭 3개소(두레뜰공원, 물향기공원, 청소년문화공원)를 시민들이 직접 가꿔나가고 있다.

도시농업아카데미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수원시농업기술센터의 자랑이다. 도시농업의 체계적인 교육운영으로 농업·농촌에 대한 이해 증진을 돕기 위한 과정이다. 농업의 다원적 가치 실현을 위해서 또한 도시농업아카데미는 운영되고 있다. 교육과정은 도시농부학교 2개반을 60명 정도 인원으로 운영하고, 도시농업 전문가과정도 1개반(30명)을 운영한다. 도시생태농업의 체계적인 이론과 실습 교육과정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전문가 과정을 통한 생태농업안내자와 텃밭코디네이터도 양성한다.

학교에서 스쿨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자연을 통한 학습활동으로 농업에 대한 긍정적 이해와 정서함양을 위해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15곳에 학교텃밭을 가꾸면서 대상자 특성에 맞는 텃밭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한 학습프로그램 운영 및 텃밭 실습을 통해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인기가 높다.

수원시농업기술센터에서는 아파트 치유농업도 주관심사다. 3월에서 11월까지 아파트 10개소 정도에서 아파트 텃밭 교육과정을 실시한다. 아파트에서 농업이 시행되는 치유농업과정이랄 수 있겠다. 아파트 생활원에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텃밭 재배 이론 및 실습 교육, 팜파티 등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도 추진하고 있다.

과수를 활용한 도시민의 농업교육․체험․편의 공간도 제공한다.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시험연구용 과수를 10종 854주 심었다. 사과 474, 배 20,복숭아 50, 자두77,포도52,체리56, 매화64, 다래18, 으름9, 머루 34 그루 등이다.

◇ 강소농과 도시생태농업 육성에도 힘쓴다

수원시농업기술센터는 강소농 100여 농가를 대상으로 농산물 가공 심화교육을 실시했다. 강소농은 경영 규모는 작지만 능력을 갖춘 농가를 말한다. 농업기술센터는 농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유능한 농업 경영체를 육성하기 위해 이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수원시 농산물과 수공예 작가들의 작품이 어우러진 '다래기 장터'도 지난해 가을(9월 15일) 열렸다. 지역 농가에서 재배한 채소, 과일 등과 싱싱한 농산물, 먹거리와 다양한 공예품을 즐길 수 있는 자리였다.중고 물품을 나누는 벼룩시장도 마련돼 호응이 높았다.

수원시농업기술센터는 지난달 31일 2019 도시생태농업위원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올해 도시생태농업 활성화 지원사업을 수행할 사업자를 뽑았다. 도시농업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도심 속 유휴공간을 생태공간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것. ‘도시농업 아카데미’과 ‘스쿨팜 프로그램’은 ㈜팝그린이, ‘아파트 치유농업 교육’에는 자연눌이, ‘빌딩숲 텃밭정원’은 초록지기들이 뽑혔다. 전체 사업 지원금은 1억2500만원이다. 선정된 4개 단체가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수원시 농업기술센터는 2월 11일까지 화훼소비 활성화를 위해 공모사업을 진행했다. 공모 분야는 ▲꽃 생활 활성화 ▲화훼소비 활성화 체험·교육사업 ▲화훼정원 조성. ‘화훼정원 조성’은 초등학교와 어린이집, 유치원에 화훼정원을 조성하는 사업인데 화훼정원 조성비와 화훼체험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송영국 기자  syk@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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