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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해녀’,‘가짜 조합원’ 안고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치르나?오는 3월 13일 전국 1,348개 지역·산별 농협·수협·산림조합장 선거

진짜와 가짜를 가려야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가짜뉴스라는 말도 빈번하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현실에서 명절을 앞두고 가짜한우가 유통된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가짜 이베리코 흑돼지 고기마저 등장했다. 뿐만 아니다. 얼마 전엔 한 어촌 마을에서 가짜해녀가 무더기로 적발돼 ‘가짜 전성시대’가 온 게 아니냐는 탄식이 터져나온다.

'가짜 해녀' 사건을 계기로 해양경찰은 전국에서 국고 보조금 횡령 행위를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이 뿐만 아니라 해·수산 공공기관 채용·선거 비리도 엄중하게 들여다보기로 했단다. 해경이 이 같은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가짜 해녀로 등록해서 조업 실적을 거짓으로 작성해서 제출함으로써 무려 21억원 넘는 어업 피해 보상금을 챙긴 마을사람들이 무더기로 검거됐기 때문. 적폐도 이런 적폐가 없다 싶다.

농업계도 해양수산 분야와 그리 다르지 않다. 가짜해녀 이야기를 서두에 꺼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는 3월에 농협,수협,산림조합의 조합장을 뽑는 전국 동시조합장 선거가 예정되어 있는데, 선거 분위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올해 치러지는 동시조합장선거가 2회째인데, 지난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가장 크게 돌출된 게 바로 무자격조합원 문제였다. 쉽게 말해 가짜 조합원이 투표권을 행사해 조합장 선거의 정당성과 존립 근거를 심각하게 훼손시켰다는 뜻이다.

◇ 가짜 해녀도 있고, 가짜 조합원도 있다. 이렇게 선거를 치르면 유효할까?

실제로 지난 2018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농사를 짓지 않는 '무자격 조합원'이 연간 수 만명인데도 농협중앙회가 이를 방치하고 묵인하고 있다는 지적이 바로 그것.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현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농협중앙회 조합원 194만 8천 여명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결과 무자격 조합원이 무려 7만 4천 여명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농협 조합원 중에 가짜가 3% 정도라면 심각한 수치 아닌가? 상식을 넘어서는 사태에 어안이 벙벙해질 따름이다. 농협 조합원이 되려면 당연히 농업에 종사해야 한다는 것은 초등학생들도 알만한 사실이다. 하지만 어른들의 세계는 좀 더 복잡하고 교묘하다. 천재지변, 가축의 살처분 등의 이유로 농삿일을 하기 힘든 경우에 1년 정도 영농계획서를 제출해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는 제도를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게끔 묵과하거나 조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왜 그럴까?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조합장 선거 때문이라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개별 조합별로는 2014년 세종중앙농협 조합원 2천명 중에 영농계획서를 제출하고 1년 이상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 무자격 조합원은 50%에 가까운 9백 명에 달했다. 2015년에 순정축협 조합원 4천 명 가운데 무자격 조합원은 1천 5백 명에 가까웠다. 36%가 가짜 조합원이었다는 뜻이다. 장흥축협, 용인축협, 의령축협 등도 사정은 거의 마찬가지였다.

2018년 국감에서 무자격조합원 문제를 집중 성토한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영농계획서 남용이 무자격 조합원을 방치하게 만드는 주원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농협중앙회는 이를 방기하고 있다"고 꼬집은 바 있다. 김현권 의원의 지적대로라면 오는 3월 13일 치러지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적법하며 정당한 선거가 될 수 있을까? 만약 당선되고도 무자격조합원의 존재가 당락을 결정짓는 원인이었음이 밝혀지면 그 선거는 무효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걱정이 쌓여만 간다.

수협도 사정은 마찬가지. 김현권 의원이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의 무자격조합원 실태조사 결과 2만 5천 명 조합원 중에 약 5천명 정도가 무자격조합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20%가 가짜 조합원이었다는 말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조합원에게 현금과 상품권 등을 제공한 혐의로 현직 조합장을 포함한 입후보 예정자 등 5명을 고발 조치하였다고 밝혔다.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 농협,축협,수협 가릴 것 없이 조합장 선거 앞두고 가짜 조합원 넘쳐나는 현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선거 분위기 역시 혼탁할 수밖에 없다. 진짜 조합원이든 가짜 조합원이든 마구 섞여있는 상황에서 당선을 위해서라면 ‘할 일 못할 일’을 가릴 필요가 없어 보인다 것이다. 2월초 설날을 기점으로 한 달여를 앞둔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겨냥한 각종 불법행위가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조합장 선거는 정부 공직 선거는 아니다. 그렇지만 전체 조합원, 즉 유권자 숫자가 무려 219만 명에 달하는 대형 선거라서 선거 열기는 총선이나 대선 못지않게 뜨겁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적발한 사례를 살펴보면 기상천외한 불법.탈법이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금 2백만 원을 조합원 집에서 전달하다 적발되고, ▲ 5만원권을 10장씩 둘둘 말아서 고무줄로 묶은 다음에 조합원과 악수하며 슬쩍 건네다 CCTV에 찍히고, ▲ 농협상품권을 구입해 조합원에게 10만원씩 제공하다 고발되고, ▲ 선관위의 자수 독려 안내문을 받은 뒤 혐의가 확인되고, ▲출자금을 대납해주고 지지를 호소하다 고발되는 등 종류도 가지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1월말 현재 고발 26건, 수사의뢰 1건, 경고 68건 등 총 95건을 조치했음을 밝혔다. 또한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첫 포상금으로 신고자 3명에게 총 3,60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는 선거범죄 신고자 80 여명에게 총 5억원의 신고 포상금이 지급됐다. 최고 지급액은 1억원이었는데, 중앙선관위는 이번 제2회 선거 때부터는 신고 포상금을 최고 3억원으로 확대했다. 누구라도 눈에 불을 켜고 불법.탈법 선거운동을 지켜보면 최고 포상금 3억원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일 것이다.

선거 분위기가 혼탁해지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나섰다.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공명선거를 호소하며 ‘조합원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발표문까지 배포했다. 선관위는 특히 “이번 조합장선거에서는 금품이 절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자”라며 금품이 오가는 선거를 막자는 점을 강조했다. 선관위는 또 불법행위를 신고·제보하면 최고 3억 원까지 포상금을 받지만, 금품을 제공받은 사람은 최대 50배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점을 숙지할 것을 당부했다. 만약 금품을 받았을 경우, 곧바로 선관위나 경찰에 알리면 감면 또는 면제된다.

◇ 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때 847명 재판 회부, 81명 구속기소

무자격 조합원 문제는 선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큰 암초가 될 확률이 높다. 깔끔하게 정리되지 못하고 선거가 치러질 때 당선무효 사태는 속출할 것이다. 선거만 놓고 볼 때, 고령의 무자격조합원의 현직 조합장 지지성향이 높다는 점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사정이 이러한대 무자격조합원을 방치한다면 선거결과에 불복하는 사람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싶다.

또한 공직선거법과 다르게 선거인명부작성 등 선거 관리주체가 선거 입후보예정자인 조합장이라는 점도 큰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제1회 조합장선거에서는 무자격 조합원 13명을 선거인명부에 등재하도록 주도한 현직 조합장이 구속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현직 조합장이며 선거입후보자인 조합장이 조합원의 탈퇴 사유 발생을 확인하고도 이 무자격조합원이 선거인명부에 등재되도록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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