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좋아하거나 배맛을 잘 아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배는 먹골배가 최고!”라는 말이다. 배는 다 똑같은 거지 뭐 다를 게 있냐고 묻는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바다에서 잡히는 명태가 건조상태와 색깔에 따라 북어,황태,코다리, 먹태로 불리며 각양각색의 맛을 내듯이 배 또한 마찬가지다. 배도 다 같은 배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 유명한 먹골배의 고장이 바로 남양주인 것이다.

먹골배는 우리가 잘 아는 이몽룡과 성춘향의 러브스토리인 춘향전에도 언급되었을 정도다. 바로 그 춘향전에 청실배라는 이름 석자가 등장하는데, 이 배는 맛이 뛰어나 구한말까지 조선왕실에 진상되었다. 바로 그 청실배가 지금의 먹골배다. 당도가 높고 색깔이 고와서 겉모습만으로도 먹골배인 것을 알아볼 수 있다. 남양주시가 앞세우는 브랜드로 당당하게 국내외시장을 누비는 ‘남양주먹골배’는 전국 우리배 품평회와 경기도 과수품평회에서 각각 '으뜸상'과 '최우수상'을 연이어 수상했다.

먹골배가 우리나라에서만 유명한 건 아니다. 남양주 먹골배는 1990년대 후반부터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수출을 시작했다. 그러던 게 이제는 괌, 홍콩, 일본에도 수출하는 세계적인 과일로 등극했다.

◇ ‘먹골황실배’를 찾아내 ‘맛의 방주’에 등재한 남양주농업기술센터의 열정

슬로시티 남양주시 답게 슬로푸드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맛의방주’에도 남양주의 배가 이름을 올렸다. 남양주에 있는 ‘사릉(思陵)’은 단종의 부인 정순왕후의 묘인데, 이곳엔 세상에 딱 한그루밖에 없다는 토종 황실배나무가 있다. 골프공과 탁구공만한 크기의 배가 요즘도 열리는 5미터 정도 되는 배나무인데 수령이 족히 300년은 됐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맛의 방주에 등재된 정순왕후 묘의 배나무를 찾아낸 주인공이 바로 남양주시농업기술센터다. 뿐만 아니라 이를 ‘먹골황실배’라는 이름으로 온 세상에 알리기 위해 노력해온 것도 남양주농업기술센터다. 먹골배의 고장의 명성을 더욱 드날리기 위해 남양주시농업기술센터는 특별하고 의미있는 일도 진행중이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배의 80% 안팎이 일본 품종인 ‘신고’인 현실에서 신고를 능가하는 맛과 품질을 지닌 배를 찾아내고 지켜내는 노력을 진행중인 것이다.

남양주는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슬로시티로 지정된 도농복합형 도시. 친환경농산물로 유명하다. 인구 유입도 많아서 전국에서 10위 안에 드는 농업인구를 보유한 도시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농촌에는 고령인구가 대부분이지만, 남양주시는 고령농의 자녀들이 귀농해서 자리를 잡는 경우가 많은 매우 특색있는 곳이다.

그래서 남양주시농업기술센터의 귀농귀촌 교육은 남다른 데가 많다. 남양주시는 ‘농업의 선진화’에 포커스를 맞춰 사업을 진행하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를 위해 ‘농업특산품육성기금 융자사업’도 시행중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시설원예, 스마트팜 축산 확대 등등 미래의 선진농업이 남양주시농업기술센터의 노력으로 확산일로에 있다. 선진 농업을 표방하는 곳 답게 생소하지만 부가가치가 큰 농법도 적극 보급중이다. 클로렐라 신농법 기술보급, 친환경 선도농가 크린팜 조성시범 등이 대표적이다.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 위치한 다산 유적지에는 선생의 생가인 '여유당'이 있다. 남양주시는 명 자족도시를 지향하는 도농복합형 친환경도시다. 남양주 농업의 도우미, 남양주농업기술센터는 다산이 말하는 '목민'의 마음으로 농민들을 위해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남양주시청]

◇ 선진농업 표방하며 농촌체험공간 마련, 자연속 농업놀이터로 가꿔내

남양주시농업기술센터는 자연 속 농업놀이터로도 불린다. 도시민들에게 볼거리. 놀거리. 쉴거리를 제공하고 생생한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 농업기술센터 내에 마련된 여러 공간들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센터 내에는 자연공간, 미로정원, 붕붕이와 씽씽이, 계절별초화류원, 생태농원. 교재식물원, 남새텃밭 등 이름에 걸맞는 다양한 테마의 체험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심신의 안정을 되찾아줄 허브를 가꾸는 치유농업실도 따로 있는 걸 보면 남양주시농업기술센터는 분명 특별한 곳이다.

남양주시농업기술센터는 하는 일도 참 많다. 2019년 새해부터 새로운 프로젝트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친환경작물 품질고급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모두 200명 넘게 참가하는 이 과정은 교육내용도 튼실하기로 유명하다. 농촌현장의 핫이슈로 떠오른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 대응방안에서 시작해 농업기계안전교육, 밭작물 재배기술교육, 친환경 벼농사 등의 핵심 기술을 농민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남양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는 농업인 학습단체 임원 120명을 상대로 '농업핵심리더반 교육'을 실시했다. 급속하게 변하는 농업환경에 적응하기 위함일 것이다. 먹골배, 시설채소, 딸기 등 지역 특화 전문농업인들이 최고 기술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센터의 목표이기도 한 것이다.

지난 10월에는 남양주시농업기술센터 내에서 ‘백만송이 가을꽃으로 초대’라는 주제로 제22회 남양주시 농업기술대전도 열었다. 농업인학습단체,그린농업대학, 시·군 농업인 단체 등 3천 여명이 참여한 이 행사는 남양주시농업기술센터의 농업정책을 널리 알리는 자리이다. 행사장에는 분재, 전통차, 전통주, 곤충생태체험, 아로마테라피, 배과일에 그림그리기, 가죽 안경집 만들기 등 다채로운 전시 및 체험행사로 시민들로부터 큰 홍응을 이끌어냈다.

지난 12월에는 농업기술센터 3층 강당에서 창의적 농업경영 인재양성 교육도 진행했다. 대상은 체험농장 및 강소농 농가 40명. 이들에게 센터는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카빙(과일. 채소를 이용한 조각 예술 작품) 이론 및 실습교육’을 진행했다. 생일과 결혼식 등 각종 기념일과 행사에 우리 농산물인 사과, 배, 수박, 당근 등을 활용한 조각물을 소비.유통시킴으로서 농산물 소비촉진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대한민국이 남양주를 농업의 핵심도시로 주목하기 시작한 데는 이처럼 남다른 남양주농업기술센터의 숨은 노력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덕분에 남양주는 농업핵심 도시, 유기농업의 메카로 점점 변모해가고 있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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