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의정서의 국내 이행법인 ‘유전자원의 접근·이용 및 이익공유에 관한 법률(유전자원법)’이 지난 17일 발효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유전자원법 시행일인 이날부터 전 세계 98번째 나고야의정서 당사국이 됐다. 나고야의정서란 생물자원(유전자원)을 이용할 경우 이용자는 제공국의 승인을 받고 이익 공유를 해야 하며, 이용국은 자국 이용자가 절차를 준수했는지 확인할 의무를 지는 국제협약이다.

정부는 나고야의정서가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해외 유전자원을 이용해 제품제조 시, 원료제공국과 이익을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 5096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환경부 연구용역(서울여대 2011)에 따르면 2014년 예상치 기준으로 산업계 부담이 3892억∼5096억원으로 나타났다. 개도국의 유전자원 접근절차 증가와 불투명성에 따른 접근 곤란, 시간 증가도 산업계의 경쟁력에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됐다.

◇ 유전자원법, 어떤 내용 담았나

유전자원법은 국내 유전자원과 이에 관련된 전통지식에 접근해 이용하려는 외국인 등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해양수산부 등 국가책임기관에 신고하고 발생하는 이익을 공유하도록 제공자와 합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고유종인 구상나무, 털개회나무(미스킴라일락) 사례처럼 과거에 해외로 반출‧개량된 후에 해당 국가에 사용료를 지불하고 우리나라로 역수입되는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차원에서 유전자원의 접근과 이용현황을 파악하고 이익 공유를 요구할 수 있도록 마련된 기반이다.

또, 해외 유전자원 등에 접근해 국내에서 이용하려는 기업 등은 접근과 이익공유 등에 관한 제공국의 절차를 준수했다는 것을 농식품부·환경부 등 국가점검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아울러, 유전자원 접근과 이익 공유에 관한 국내외 정보를 취합‧조사‧제공하는 유전자원정보관리센터의 설치 등 기업‧연구자를 지원하기 위한 시책을 정부가 마련하도록 했다.

유전자원정보관리센터는 국가책임기관과 국가점검기관이 보유하는 정보와 해외 각국의 법령 및 정책동향, 이익 공유 사례 등에 대한 정보를 취합‧조사해 제공한다.

이와 함께 생물다양성의 보전 및 지속적인 이용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국내 유전자원 등에 대한 접근 및 이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유전자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법적 근거다.

이 같은 유전자원법은 지난 1월 17일 제정·공포됐다. 이 법을 근거로 우리나라는 UN에 가입 비준서를 기탁했으며, 의정서 국내 발효는 기탁 후 90일이 경과한 이달 17일부터 시작됐다.

◇ 기업 등 이행 의무사항 1년간 시행 유예

다만, 국내 유전자원에 대한 접근 신고 및 이익공유, 해외 유전자원의 이용에 관한 사전신고 등 기업 등이 이행해야 할 관련 의무사항들은 1년간 시행이 유예돼 2018년 8월 17일부터 시행된다.

농식품부는 국내 농업생명자원의 접근 및 이익공유 절차를 처리하는 국가책임기관의 역할과 해외 유전자원을 국내에서 이용하는 자의 절차 준수 여부를 점검하는 국가점검기관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게 된다.

아울러 농업생명자원의 총괄 주관부서로서 ‘농업생명자원의 보존·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농업생명자원법)’ 운용, 생명자원정보서비스 시스템(BRIS)을 통해 농업분야 유전자원 D/B의 통합운영을 담당한다.

1년의 의무이행 유예기간 중 별도의 대응팀을 구성해 국내 농업생명자원의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법률개정과 해외자원을 이용하는 국내 기업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인식 제고활동, 관련 연구개발을 강화할 계획이다.

우선, 나고야의정서에 따라 국내자원 이용을 위한 사전신고, 이용에 따른 이익공유 절차 및 비율, 벌칙조항 등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하여 농업생명자원법의 개정을 추진한다.

또한, 해외에서 국내 야생종 또는 재래종 등을 이용할 경우에 대비해 원산지 판별기술 개발 등 자원주권 주장근거를 마련하고, 국내 업계 등에서 해외자원 사용에 따른 추가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국산 소재 연구개발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국내 이해 관계자 및 민간업계 등을 대상으로 자원이용 시 의무사항을 담고 있는 나고야의정서의 내용에 대한 워크숍, 세미나 등 인식제고 활동을 추진한다.

대외적으로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FAO 등 국제사회에서 논의되는 쟁점에도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농식품부 종자생명산업과 관계자는 “이러한 업무의 종합적인 추진을 위해 관련기관 및 업계 전문가들로 대응팀을 구성해 철저한 준비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안 검토보고서(환경노동위원회 2016년 11월)에서 발췌.

김진환 기자  kjh@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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