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와 관련해 친환경 인증과 같은 먹거리 안전 인증 제도의 신뢰를 저해시키는 민관 유착관계 ‘농피아’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49개 부적합 농장 중 31개가 친환경인증 농장인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인증업체의 감독기관인 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의 퇴직 공무원 상당수가 업체들에 재직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19일 국내산 계란 살충제 검사결과에 대한 후속조치 상황 점검차 농림축산식품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 총리는 “친환경 인증을 농관원 퇴직자들이 맡게 돼 모종의 유착관계가 형성돼 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걸 끊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에서 친환경 농산물 인증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이 퇴직 후 민간업체에 재취업해 전직 농식품부 산하 공무원과 농관원의 유착관계가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을 수긍한 셈이다.

농식품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로부터 친환경 농산물 인증기관으로 지정된 64개 민간업체 중 5개 업체가 농관원 출신이 대표를 맡고 있으며 임직원으로 재직 중인 인원은 수십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농관원 출신이 운영하는 업체들이 인증한 친환경 농장 다수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에서 드러나듯 정부의 허술한 관리하에 부실 인증 검사가 진행됐다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도 전수조사 브리핑 당시 전직 농관원 직원 가운데 일부가 친환경 인증업체에서 재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한 바 있다.

감독기관의 퇴직 공무원들이 인증업체에 이처럼 대거 자리잡은 가운데 허술한 업체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자 이 총리는 “전문성이라는 미명하에 유착까지 용납해서는 안될 것”이라면서 “그것은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한 매우 위험한 범죄라고 생각한다”고 ‘농피아’ 근절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산 계란 살충제 검사에 따른 후속조치 추진을 위해 공동으로 시‧도 부지사 회의를 긴급 개최했다.

회의에서는 부적합 농장(49개소)에 보관 중인 계란의 전량 폐기조치와 관련해 시‧도지사는 관할 지역 해당 농장에 대한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고, 적합 시까지 일일 단위로 생산되는 계란에 대해 검사를 실시해 안전성이 확인된 후에 유통을 허용키로 했다.

또, 지자체의 일반농장 일제 전수 검사에서 식약처가 규정한 살충제(27종) 중 일부 항목이 누락된 것과 관련, 유럽에서 문제가 됐던 피프로닐과 가장 검출빈도가 높았던 비펜트린의 경우 검사대상에 포함돼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국민들의 불안감을 감안해 보완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당국은 밝혔다.

전체 검출건수 49건 중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45건이다.

전체 농약에 대한 검사가 이뤄지고 검사가 된 경북 등을 제외한 시·도의 420개 농장에 대해서는 보완 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지자체별로 부족한 표준시약은 농산물품질관리원과 표준시약을 구비한 지자체로부터 보급받아 조사 사용 방침이다.

부적합 농장(49개소)의 산란 노계를 도축장으로 출하할 경우에는 출하 전에 해당 농장 단위로 정밀검사를 실시해 합격한 경우에 한해 유통을 허용함으로써 국민들의 부적합 산란노계의 시장유통 우려를 불식하기로 했다.

이번 살충제 계란과 무관한 닭고기용 육계는 농약 등 잔류물질을 검사하고 있으며 적합한 것만 시중에 유통되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당국은 밝혔다.

또한 현재 식약처에서 유통 계란에 대한 추적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므로 식약처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적극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하고, 식약처가 압류한 계란이 유통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해당 시·도에서도 자체적으로 음식점, 소규모 판매점, 집단급식소 등에서 부적합 계란을 판매·사용하지 않도록 관리해 줄 것을 당부했다.

당국 관계자는 “정부는 국민 식생활에의 영항을 최소화하고 불안감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 짧은 기간에 전체 산란계 농장의 검사를 일단락했다”면서 “다만, 처음으로 긴급하게 시행한 전수조사 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계란의 안전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적극 보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진환 기자  kjh@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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