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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농민 희생과 헌신이 보상받는 것이 농정개혁 목표”농업인 초청 간담회 '밥상이 힘이다'에서 나온 약속은 필히 지켜져야

1970년대 트로트 가요 ‘흙에 살리라’ 노랫가락이 청와대 영빈관에 울려퍼진 건 2018년 12월 27일이다. 이른바 ‘농촌예능방송(농방)’ <풀 뜯어먹는 소리>의 주인공이었던 16살 청년 농부 한태웅의 노랫가락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청와대가 농업인을 초청한 간담회 자리에서였다.

덕분에 참석과 불참 논란으로 조마조마했던 농민단체와 청와대 양측의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행사장에 등장한 청년농부, 아니 청소년농부의 노랫가락은 벼랑 끝에 서있다는 우리 농업과 농촌에 색다른 희망이 나타난 것처럼 보였다. 그의 노래에서 대통령도 공직자들도 우리 농업의 미래와 희망을 보았노라며 들떴다.

문재인 대통령은 “농업은 우리 생명이며 안보라고 할 수 있다. 더 이상 농촌과 농업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대통령은 이어 “새 정부 들어서 농업 부문의 현실은 좋아지고 있다. 부족한 부분은 지적하더라도 잘한 부분은 인정해달라”고도 말했다.

◇ ‘흙에 살리라’ 노랫가락과 ‘농업은 우리 생명’이란 천명은 여전히 공허하다

‘대농(大農)’이 꿈이라는 16세 농부가 대통령에게 자신이 생산한 쌀을 전달할 때와 대통령이 ‘농업은 우리 생명’이라고 천명할 때는 우리농업의 모든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고 농업현안이 모조리 사라져버린 것 같은 착시현상도 일어났다. 그런데 과연 현실에서도 그럴 수 있을까?

사실 농업인과 대통령의 면담은 가까스로 성사됐다. 그것도 해(年) 넘어가기 며칠 전에 ‘참석하네 못하네’ 하는 농민단체들의 입장이 정리되는 듯 마는 듯 하는 시점에야 겨우 이루어졌다. 이날 농업인 초청 간담회에는 농민들과 국회농해수위 소속 의원들, 농민의 길 상임대표,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농협 관계자 등 140여명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 개최된 간담회라는 점과 참석자 몇몇의 희소성이라는 형식면에서는 매우 시의적절하며 탁월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했다. 하지만 문제는 실질과 내용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의 이날 발언들과 지난 2018년 농업현장. 정치권의 목소리를 대조.비교.답변 형식으로 재구성해본다. 대통령의 인식과 농업현장의 목소리가 얼마나 같고 또한 얼마만큼 다른지를 생생하게 살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행사장에서만 듣기 좋은 매끈한 말(言)과 농업현장에서 쏟아져 나왔던 지난 2018년의 거칠고 투박한 말(言)들이 대조해보자.

◇ 문재인 대통령의 말과 농업현장의 목소리는 얼마나 일치할까?

▲ 문재인 대통령 (간담회 발언) : “농가 소득은 2017년 3,824만원으로 지난 7년 동안 612만원밖에 오르지 않아 농업의 지속 가능성마저 위협받는 실정이다. 이제 농민의 희생과 헌신은 마땅히 보상 받아야 한다. 농촌이 살기 좋은 곳으로 발전하고 농민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나라, 그것이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혁신적 포용국가의 가치이자 농정 개혁의 목표다”

☞ 민주평화당 정동영, 박지원, 김종회, 유성엽, 윤영일, 정인화, 조배숙, 황주홍, 박주현 의원(바른미래) /지난 11월 5일 국회에서) : “수확기에 재고미를 푸는 것은 한국 농정사상 전례가 없는 일. 정부가 농업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인가? 수확기 쌀값 안정을 이유로 비축미를 방출하는 일은 역대 어느 정권도 안 하던 ‘살농정책’이다. 문재인 정부의 농림축산식품부는 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 문재인 대통령 (간담회 발언) : “쌀 목표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인상됐지만 농민 입장에선 여전히 아쉬울 것이다. 도시소비자들의 부담을 함께 생각하며 꾸준히 쌀값이 올라야할 것으로 믿는다”

☞ 김종회 민주평화당 의원 (2018년 8월 농업소득의 보존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며) : “공무원 급여(9급 공무원 1호봉 본봉 기준)가 지난 20년 동안 3.8배(1997년 36만9100원→ 2018년 139만5800원) 인상된 것을 고려하면, 쌀값은 53만 5032원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2018년 7월 산지 쌀값은 17만7052원에 불과했다. ”

지난 12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농업인 초청 간담회에서 소년 농부 한태웅군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손수 재배한 쌀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공무원 월급 인상률에 대입해보면 쌀값은 2018년에 53만원이 적정

▲ 문재인 대통령 (간담회 발언) : "농가 소득을 높이기 위해 직불제 개편 추진에 중점을 두고 있다. 농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

☞ 이만희 자유한국당 의원(지난 2018년 10월 국정감사에서) :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하석상대/下石上臺)식의 예산편성은 특정 농가의 상대적 희생을 불러올 수 있다. 직불제 개편은 농업예산 총액을 늘리는 전제 아래 추진되어야 한다.”

▲ 문재인 대통령(간담회 발언) : "아무리 힘이 센 소라도 경운기를 대신할 수 없는 것처럼 시대 흐름대로 스마트농업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스마트 농업의 시작과 끝은 철저하게 농민이 중심이 돼야 한다"

☞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지난 2018년 7월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 “유통구조 개선 없이 생산시설만 늘리면 기존 농가들은 다 죽게 된다.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사업은 농업계의 4대강 사업으로 기록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간담회 발언) : “전체 예산에서 농업예산 비율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절대적인 수치로는 1,600억원 늘어났다.”

☞ 이만희 자유한국당 의원(지난 2018년 11월 한농연 선정 국감 최우수의원 소감에서 ) : “내년 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9.7% 늘어난 470조 원에 달하는 등 큰 폭의 증가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농업예산은 고작 1% 늘어난 14조6000억 원이다. 이런 농업홀대로 인해 고통받는 농민들의 현실을 생각하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 농업과 농민을 무시하는 한, 수확기 재고미 방출 같은 일은 반복된다

어떤가? 문재인 대통령의 농업에 대한 인식과 농업현장의 목소리는 얼마나 일치한다고 생각하는가? 농업전문가들이 볼 때 문재인 대통령은 아직 농업과 농촌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저 ‘농민이 그동안 희생해왔다. 보답하겠다’ 라는 식의 애매모호하고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놓고 있다.

농정의 주체는 농민이어야만 한다. 이 사실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알아야만 한다. 정치권과 농업관료들의 적당한(?) 합의로 이루어질 성격이 아닌 게 바로 농정이라는 뜻이다. ‘생산성과 이윤과 정치논리’라는 잣대로만 농업과 농촌을 바라보는 한 우리 농촌과 농업은 소멸할 확률이 매우 높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어떤 국회의원이 했던 말을 인용하며 맺는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으로 하지 말라.” 거기에다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제발!”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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