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생산량이 수요량을 초과하면 정부가 격리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법안이 나왔다. 농업계 쌀값안정 주요현안 중 하나인 쌀 ‘자동시장격리제’ 도입 현실화에 힘이 실리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쌀 ‘자동시장격리제’를 도입하면 시중에 풀릴 쌀이 사전에 결정되기 때문에 예년처럼 풍년이라고 해서 쌀값이 급락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미곡종합처리장(RPC)·정미소 같은 산지 유통업체들은 매입량과 유통량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사업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지난달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취임식에서 “올해 신곡 수요를 초과하는 수준 이상의 물량을 시장에서 조기에 격리하고, 이에 대한 정부 내 의사결정과 발표 시기도 앞당겨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며 쌀 ‘자동시장격리제’ 추진을 시사한 바 있다. ‘쌀값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면서 천명한 쌀 ‘자동시장격리제’ 정책의지로 당시 회자됐다.

이어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는 농산물 수급 안정을 위해 쌀 시장격리 등을 시행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 같이 제기된 쌀 ‘자동시장격리제’ 정책 구상에 법적 근거를 마련한 법안 발의까지 더해졌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쌀 ‘자동시장 격리제’ 도입을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오는 11일까지 입법예고하고 의견을 받는다.

이 법안은 국내 미곡 생산량이 양곡수급계획의 미곡 수요량을 초과하는 경우 수급의 안정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초과 물량의 전량 또는 일부를 긴급히 시장에서 격리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또한 시장격리를 하는 경우 방법은 ▲공공비축양곡의 비축 ▲농업협동조합 등에 대한 매입 요구 ▲해외 식량지원 등 역외방출 ▲기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의한 격리 등을 제안했다.

이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국회 농해수위 위원인 이만희 의원(자유한국당·경북영천시청도군)에 따르면 공공비축제도가 도입된 2005년 이후 정부는 쌀 수급 과잉의 경우 일정량을 정부에서 매입하는 등으로 상황을 정리해왔지만, 이는 시장 예측이 되지 않고 실시 여부 결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됨으로써 그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쌀 수확기에 앞서 적정 생산량이나 소비량을 산정한 후, 그 이상의 쌀이 생산되면 초과물량을 시장에서 자동으로 격리(정부 매입)하는 제도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처럼 농업계 요구에 따라 쌀 ‘자동시장격리제’를 통해 수확기 신곡수요 초과물량을 정부에서 자동으로 격리함으로써 쌀 시장 수급 및 쌀 가격 안정을 도모한다는 입법 취지다.

이만희 의원은 “쌀 ‘자동시장격리제’ 도입은 주요 농민단체를 비롯해 농민들의 바람이기도 하다”며 “2010년 이후 정부가 취한 임기응변식의 추가격리보다는 시장 참여자가 예측 가능하도록 자동시장격리 원칙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환 기자  kjh@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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