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개봉된 영화 <송어>에는 강수연, 설경구, 故이은주, 김인권 등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송어>는 탄탄한 시나리오에 배우들의 찰진 연기 그리고 인간본성의 어두운 겹겹이 양파처럼 드러나며 깊게 생각할 ‘뭔가’를 던져주는 영화다.

영화 제목이 왜 <송어>인지 말들이 많았다. 주인공 중 하나가 강원도 산골에서 송어 양식을 하고 있다는 점, 송어라는 어종의 예민함이 영화 대사 중에 등장한다는 점, 도시인, 시골사람 모두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모습은 ‘양식장의 송어’와 마찬가지 아니겠느냐는 다소 철학적인 질문 등등 때문이라고 영화 마니아들은 추측했더랬다. 아무튼 그랬다.

송어가 토종물고기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자료를 찾아보니, 송어는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함경도, 강원도, 경상도 토산물로 소개될 만큼 유명한 어종이었다. 그런데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송어는 토종이 아니고 흔히 무지개송어라고 부르는 수입어종.

약 50여 년 전인 1965년, 미국에서 최초로 송어 종란이 도입되어 송어 양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하지만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던 중에 적정한 수온의 1급수를 가진 평창에 강원도립양어장이 만들어져 오늘에 이르렀다는 게 평창군의 설명. 그래서 평창을 비롯한 강원도에서는 전국 송어 생산량의 약 70% 가까이를 생산해내고 있다.

재밌는 점은 송어는 연어과(Salmonoid)에 해당돼 연어처럼 민물에서 부화해 바다로 나가 성어가 되어 되돌아오는 회귀어종이라고. 외국에서는 민물이 아닌 바다에서 양식을 하고 있다는데, 우리나라도 최근 바다송어 양식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평창 송어축제에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얼음낚시를 즐긴다. [사진=평창군]

해발 700M의 하늘 아래 첫 동네, 평창에서 송어축제가 열린다. 전국에서 가장 춥고 가장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라는 평창군 진부면에서 2018년 12월 22일부터 2019년 1월 27일까지 <평창송어축제>가 열리는데, 매년 50만 명 넘게 찾아온다고.

얼음판 위에서 벌이는 송어낚시, 맨손으로 송어잡기, 스노우봅슬레이, 스케이팅, 겨울놀이체험, 썰매체험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함께 진정한 겨울 축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게 축제위원회의 설명이다.

송어는 평균 수온 7℃~13℃의 깨끗하게 흐르는 물에서만 사는 까다로운 냉수어종. 특히 평창군은 국내 최대의 송어 양식지이며, 평창의 맑은 물에서 자란 송어는 유난히 부드럽고 쫄깃쫄깃해 씹히는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전 세계 연어·송어 시장은 20조원 정도. 가공품까지 합하면 약 60조원대로 규모는 커진다. 한마디로 시장성이 무척이나 큰 어종이 바로 송어다. 그래서 최근 열린 `2018 월드푸드콘테스트`현장에서는 한국송어양식협회가 후원하는 송어 무료 시식 행사도 진행됐다.

최근엔 (사)송어양식협회 12대 신임 회장도 뽑았다. 임의 자조금인 송어양식협회를 의무자조금으로 전환해 회원사들 간 경쟁이 아닌 공동체로서의 상생을 도모하겠다는 게 송어양식협회의 목표라고 한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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