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규창 본지 전북지사장

찌는 듯 한 무더위 속에서도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절기가 ‘입추’이다.

어느 시인은 입추를 “깨진 낮달은 따라오는 태양에 밀려나고 이글거리던 여름도 가을 소식에 짐을 꾸린다. 잠시 머무르다  떠나야 할 때는 말없이 배역을 마친 후 무대 뒤로 사라지는 계절”이라고 했다. 입추는 대서와 처서 사이에 들어 있으며, 음력 7월, 양력 8월 8일경이 된다.

입추라 해도 더위는 여전하여 늦더위가 계속되며 김장용 무·배추를 심기 시작한다. 벼논에서는  이 시기에는 태풍과 장마가 오면 자주 발생하는 목도열병과 고온이 지속되면 주로 발생하는 목도열병과 벼멸구를 막기 위해 농약을 친다.

입추가 지나면 가끔  태풍이 찾아오는 때이니 비바람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입추가 되면 서서히 선선한 바람이 밤으로 불어오고 아침엔 서늘한 기운을 확연히 느끼게 된다. 논밭으로 나가는 발길에 새벽이슬이 부서지고 귀뚜라미소리가 고즈넉하게 들려온다.

가을은 우리 인생의 중년에 해당되는 계절이다. 젊고 화려했던 날들은 지나가고 앞으로 남은 기간이 지내왔던 기간보다 짧다는 것이다.

아쉬움은 있지만 지나온 날들 속에서 꿈, 사랑, 고독, 추억의 의미를 알 수 있기에 내일을 준비하는 여유를 가져야 될 것이다.

입추 관련 속담으로 ​​‘입추 때는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는 말이 있다. 입추에 햇볕을 받으며 자라는 소리가 들릴 만큼 벼가 쑥쑥 커서 귀 밝은 개가 알 수 있을 정도라는 뜻으로 풍년을 기원하는 뜻이 담겨있다고 생각된다.

또 '입추에 하늘이 청명하면 만곡이 풍년'이고 ‘비가 내리면 흉년이 든다.’는 이야기와 입추에 비가 내리지 않도록 '기청제'를 지내기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입추 음식으로는 더위에 지친 체력보충과  환절기에 면역력 강화를 위해 미꾸라지를 추어탕이나 구이, 튀김으로 즐겼다.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 철이기도 하며 힘이 쎄고 생명력이 강한 장어는 단백질 등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해 예나 지금이나 그 이름값을 하고 있다.

텃밭에 탱글탱글 여문 옥수수는 베타 시토스테롤 성분 풍부하여 염증을 완화하고 이뇨 작용에 도움, 변비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양규창 기자  agrie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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