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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전쟁, 우리 종자산업의 미래는?제2회 국제종자박람회와 골든 시드 프로젝트(GSP)

# 식량은 언제든 무기가 될 수 있다. 현재 미국과 중국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무역전쟁에서 콩(대두)이 양국의 승패를 가를 것이란 분석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식량자원이 무기로 작동하고 있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돼지고기. 그걸 얻기 위해 돼지에게 먹이는 사료가 미국산 수입콩으로 만들어지던 것이었다고. 중국은 미국산 수입콩에 대해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수입선을 다른 국가로 돌려야할 상황이지만 그 어마어마한 콩 물량을 어디서 들여와야할 지 난감한 상황. 실제로 중국은 전 세계 대두 수입량의 약 60 퍼센트, 전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약 50퍼센트를 차지하는 나라다.

콩 뿐만이 아니다. 아는 이가 많지 않지만 청양고추에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자존심 상하는 사연이 숨어있다. 우리가 삼시세끼 늘 입에 달고 사는 청양고추는 한국이 개발한 게 맞다. 하지만 현재는 우리나라 종자가 아니다. 미국의 몬산토라는 기업이 청양고추 종자를 보유하고 있다. 청양고추는 1980년대 국내 한 종묘사가 태국 고추와 제주도 고추를 활용해 개발했지만,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때 미국 몬산토에 매각됐다. 지금은 독일 바이엘에 인수된 미국기업 몬산토가 갖고 있는 청양고추 종자. 결국 우리는 독일 바이엘의 청양고추 종자를 수입해서 그걸 키워 된장찌개도 끓이고 제육볶음에도 넣고 추어탕에도 곁들여먹는다. 한식의 세계화를 부르짖어온 마당에 이래저래 각국의 식재료들이 뒤섞여 역설적으로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를 구가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종자산업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골든씨드프로젝트(GSP)를 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 청양고추는 한국 것이 아니다. 독일 기업 바이엘의 종자로 재배된다.

# 전 세계 농작물 종자 시장 규모는 대략 40조원~50조원 사이로 알려져 있다. 독일의 화학·제약 기업 바이엘이 2018년 5월 미국 종자기업 몬산토를 우리돈 약 70조원에 인수했다.했다. 이에 앞서 중국 화학회사 중국화공(켐차이나)는 2017년말 스위스 종자회사 신젠타를 인수했다. 2015년에는 미국의 다우케미컬과 듀폰이 합병했다. 이로써 세계 종자 시장은 독일 바이엘, 중국 켐차이나, 미국 다우케미컬 등 3대 종자강국의 경쟁체제로 굳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같은 종자 약소국은 앞으로 독일, 중국, 미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실제로 한국은 종자 수출로 벌어들이는 로열티 수입보다 종자 수입으로 내주는 로열티 지급이 압도적으로 많다. 농촌진흥청은 내후년인 2020년에 우리나라가 외국에 종자 로열티로 지급해야 될 액수가 거의 8천억원 대에 육박하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액수는 점차 증가해 매년 1조원을 넘는 로열티가 외국으로 나가는 일이 곧 발생할 거라는 뜻이다.

안타깝게도 파프리카, 토마토, 장미 등 황금보다 비싼 것으로 알려진 고부가가치 작물 씨앗 뿐만 아니라 양파, 사과, 배 같은 채소. 과일 종자의 상당수가 외국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언급하면 파프리카 씨앗은 1그램(g)당 가격이 9만원 대로 황금 1그램 값인 4만원대의 2배가 넘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세계최대 종자기업이었던 몬산토의 2014년 매출액은 우리돈으로 12조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씨앗을 농업의 반도체라고 부르는 이유를 이제 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 향후 우리나라가 외국종자기업에 지불할 로열티는 매년 1조원 넘을 것

# 하지만 우리 종자산업에 어두운 그림자만 드리워져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도 2013년부터 종자산업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골든씨드프로젝트(GSP)를 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21년 종자수출 2억 달러 달성' 및 '수입대체를 통한 종자자급률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2017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는 세계 시장에 약 6천만 달러( 약 660억원 ) 상당의 씨앗을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40조원~50조원에 이르는 전 세계 종자시장 규모로 볼 때 미미하기 짝이 없는 수치이지만 점점 증가한다는 면에서는 고무적이다.

종자보존을 위한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세계 유일의 야생식물종자 영구보전시설이라는 ‘시드볼트(Seed Vault)’를 보유하고 있다. 기후변화, 지구온난화로 인한 생물다양성 감소 상황에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시드볼트는 야생 씨앗을 안전하게 저장하고 보관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한마디로 씨앗들이 타고 있는 노아의 방주라고 할 수 있다.

곡물종자는 아니지만 우리 토종닭의 씨알(종란)이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 수출되고 있기도 하다. 토종닭 종란 수출 역시 골든시드프로젝트(Golden Seed Project; GSP) 종축사업단의 업무영역이다. 

한식진흥원은 최근 ‘토박이 씨앗전’을 개최했다. 특별전 형식으로 진행된 이 행사는 위기에 처한 우리 종자의 현주소와 우리 종자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우리 씨앗 종자들을 살펴보고 토박이 씨앗으로 요리도 만들며 쥐눈이 콩나물을 키우는 체험도 있어 높은 호응을 이끌어낸 행사였다고.

 

◇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주관 제2회 국제종자박람회에 거는 기대

우리 종자산업의 위상을 재확인해보는 자리도 마련됐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주관한 국제종자박람회가 10월 23일에서 26일까지 나흘간 전북 김제 민간육종단지에서 열렸다. ‘씨앗, 미래를 바꾸다 ( Seed, change the future )’라는 야심찬 슬로건이 말해주듯 씨앗이 우리농업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절박감이 묻어나는 행사였는데, 농림축산식품부와 전라북도 그리고 김제시가 힘을 모았다.

이 국제종자박람회는 국내 종자기업이 개발한 다양한 채소 품종과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보급해 온 식량작물, 국내외 특이 유전자원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리라는 평가. 국내외 기업들의 비즈니스 교류와 체험의 장을 만들어 종자산업의 중요성과 인지도를 제고한다는 취지에 다들 공감했다. 종자산업 발전을 위한 각종 학술행사, 박람회참가기업 설명회 등이 내실있게 진행됐다.

종자분야에서는 국내 유일의 행사라는 자부심 또한 높았는데, 올해는 전시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기업과 해외바이어 유치에 주력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이번 박람회엔 16개국 37개 업체, 60여명의 바이어가 참석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종자원 등 종자산업 관련 13개 기관도 참여해서 종자산업계에서 해당기관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홍보도 진행됐다. 박람회 참여 기업들이 보유한 신품종과 신기술을 소개하는 자리도 높은 관심을 끌었다.

제2회 국제종자박람회가 23일 전라북도 김제시 백산면 민간육종연구단지에서 열린 가운데 라승용 농촌진흥청장(왼쪽 여덟번째)과 송하진 전라북도 도지사(왼쪽 일곱번째), 김종훈 농식품부 차관보(왼쪽여섯번째) 및 내빈들이 테이프 컷팅을 하고 있다. [사진=농촌진흥청]

◇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국내 종자기업 1,400여개의 노력이 시너지 내야

현재 우리나라 종자기업은 약 1,400개. 대부분이 영세한 실정이다. 연매출이 40억원 넘는 기업이 19개라는 게 우리 종자기업의 현주소다. 앞서 언급했듯이 채소종자 수출액은 700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세계 순위로 볼 때 우리나라는 종자산업계에서 약 30위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의 지원과 배려가 절대적일 수 밖에 없다. 골든 시드 프로젝트가 꼭 성공해야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국제종자박람회를 주관한 류갑희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이사장은 종자를 우리가 개발하는데 3가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첫째, 세계종자시장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우리 품종을 육성해서 좋은 작물을 만들어내서 수출해야 한다. 둘째, 파프리카 같은 품종을 국내에서 육종해서 우리품종으로 대체해야 한다. 셋째, 일본과 중국 위주의 종자수출에서 벗어나 유럽과 미국 시장도 겨냥해야 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여기에 하나 더 살을 붙인다면, 기능성 채소와 종자를 개발해서 부가가치를 높이고 수출도 해야 된다는 것이다. 당뇨에 좋은 풋고추나 전립선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는 무싹, 여성 생리장애에 도움되는 보리싹, 혈당조절에 활용되는 여주, 베타카로틴 함량이 높은 단호박 등이 이미 재배되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종자약소국' 대한민국이 '종자강국'으로 거듭나는 길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더불어 앞서 언급한 기능성채소를 비롯한 신품종개발과 육성일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나라 종자와 채소가 세계인의 입맛과 건강을 책임지는 ‘종자한류’를 꿈꿔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네덜란드만 농업강국이 되란 법은 없지 않은가.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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