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농촌문학
가을의 농촌(農村)에서[기고] 소설가 양승본
소설가 양승본

농촌을 생각하면 태양을 향하여 웃는 하회탈 모습의 농부가 떠오른다. 그 웃음에는 가을 결실의 기쁨이 보인다. 이 세상의 모든 시작은 대부분 그 과정을 거쳐 나타나는 결실에 있는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인간이 활동하는 모든 일에서 그 결실은 가장 가치가 있는 보람이 될 것이다.

하물며 농부에게서야 일 년간 농사를 지어온 결과물이 결실이기 때문에 그 가치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농부의 하회탈 같은 웃음을 보면 가을을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일 년간 피땀으로 일궈온 논밭에서 나오는 결실은 농부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운 일이다.

인간에게 가장 원초적인 문제는 의식주(衣食住)이다. 입고 먹고 집에서 살아가는 모든 근본은 농업에서 나온다. 특히 그중에서 인간은 먹지 않으면 살아 갈 수가 없기 때문에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하는 것이다.

아무리 사람들이 공산품을 만들고 발달된 과학의 힘으로 세상의 문화문명을 바꾼다고 해도 먹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는 것인데 그 먹을 것을 생산하는 핵심적인 사람들이 농부들이기에 그 농부들이야 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대접 받도록 존경받아야 할 위치인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모두 그 농부들의 생산 활동을 위하여 공(公)사(私)를 막론하고 범정부적으로 지원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필자는 어렸을 때 농촌에서 생활을 했는데 그 시절 농촌은 참으로 인심(人心)이 좋았다. 이웃의 아픔이 내 아픔으로 생각되고 가난 속에서도 콩 한쪽이라도 나누어 먹었던 그 시절의 인정은 농촌이나 도시가 모두 같았지만 도시의 협업(協業)에 비하여 농촌에서 품앗이 등 더 끈끈한 협업(協業) 때문에 인정이 더 따뜻하게 오고 같다는 생각이다.

모를 심을 때는 멀리 지나가는 나그네까지 불러서 함께 식사를 했던 아름다운 인정들이 아직도 농촌에서는 많이 살아있다.

승강기를 타면 인사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좁은 칸 안에서 모른척하면서 승강기가 오르고 내릴 때까지 서있는 도시의 일부 상황과는 농촌은 조금 다른 것이다. 밀폐된 아파트보다는 열려진 집의 구조는 물론 논밭 자체가 공개되어 있는 장소이고 그 장소에서 일하는 이웃을 늘 보기 때문에 마을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자연적으로 인사를 나누게 되는 생활구조도 농촌을 더 인간적으로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현대화가 되어 논둑길이 직선이 되고 집마저 직선적인 것으로 변화되어 있지만 역시 농촌은 곡선의 문화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외형이 직선화되어도 농부의 마음들은 들판에서 이웃과 어울리면서 자연적으로 곡선화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직선의 문화는 딱 자로 재듯이 인정이 약하다. 딱딱하고 더 이해타산적인 것이 많다. 그러나 곡선의 문화는 부드러움이 내재(內在)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더 부드럽고 여유가 있으며 그 여유로움 속에서 피어나는 것이 시골의 인심(人心)인 것이다.

또 아무리 농기구가 발달되어 있어도 가뭄이 들면 농부들은 애를 태우기 마련이다. 또 폭풍우가 몰아쳐오면 발을 동동 구르기 마련이다. 그래도 농부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피땀 흘려 농사를 위하여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가을은 농부들에게 그 보람이 더 클 것이다.

우리가 흔히 가을에 낙엽을 노래하고 갈대나 억새의 아름다움을 낭만적으로 바라보는 마음도 모두 농부의 손길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가을바람에 잔잔하게 물결치는 황금들판을 바라보노라면 농부들의 피땀 어린 노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과, 배, 감, 밤을 먹을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모든 농산물들은 농부의 마음이다. 농부의 마음은 농작물에 대한 사랑에서 이루어진다. 오직 했으면 농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자란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가을에는 농부들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하지만 몇 사람이나 농부들의 마음에 감사하면서 농산물을 먹을 수 있을까?

인정이 메말라 가고 점점 상업적으로 모든 것을 생각하는 사상이 팽배한 세상이다, 그러나 이 가을에 한번쯤은 농부들의 마음을 생각해 보는 것도 생활에서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보는 것이다.

소설가 양승본

한국영농신문  agrienews@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영농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icon최신기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