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일의 임금, 아니 왕은 단연 사과라고 해야 옳다. 지금껏 100년 가까이 그래왔다. 사과의 할아버지뻘 되는 우리 자생과일 ‘능금’의 어원이 ‘임금’이었던 걸 봐도 그렇다고 할 수 있겠다. 열대 수입과일들이 득세하는 요즘에도 예전만은 못해도 여전히 사과는 가을을 빨갛게 물들이는 과일의 왕이다. 그래서 사과 주산지랄 수 있는 경북 여러 곳과 청송에서는 매년 사과축제가 열린다.

최근 강원도와 호남지역의 사과재배 면적이 놀랍게 늘고 있지만 누가 뭐래도 사과 주산지는 아직 경북. 경북 중에서도 청송을 사과의 고장으로 꼽지 않으면 청송 사람들은 섭섭하다. 청송 사과가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을 6년 연속 수상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인터넷 검색과 우편 주문 상품이 가장 많은 사과이기에 그렇다. 심지어는 짝퉁 청송사과도 유통되고 있어서 청송 사과의 지명도는 여전히 높다 하겠다. 축제를 열어 자축하고 맛있는 사과를 온 국민과 나눠먹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청송은 기후와 지리가 사과재배의 최적지로 꼽힌다. 해발고도 250m, 연평균 기온 12.6℃, 일교차 13.4℃로 사과가 좋아할만한 조건을 모두 갖췄다. 사과의 육질이 치밀하고 색깔도 곱다. 단맛도 강하고 새콤한 맛도 일품인 게 바로 청송사과다. 2017년 기준으로 청송군 전역에서 총 3천 6백 여 농가가 사과농사를 짓는다. 생산량도 무려 6만 5천 톤에 가깝고 돈으로 치면 1천 3백 20억원 어치나 된다.

청송사람들에게 사과만 자랑거리는 아니다. 청송사람들은 청송이 동쪽에 있는 불로장생의 신선 세계,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에 가장 적합한 이상 세계를 뜻한다고 자부심이 대단하다. 주왕산을 비롯한 수많은 비경과 하천, 너른 들, 평화로운 산촌의 풍경은 청송을 신선계라 부를만한 이유가 된다. 달리 말하면 무릉도원인 것이다.

청송은 2011년에 국제슬로시티로 지정됐다. 국제슬로시티는 5년마다 성과를 평가해 재인증 여부를 결정하는데, 청송군 부동면과 파천면은 이번에 재인증을 받으면서 청송군 전역으로 슬로시티 범위가 확대되었다. 이에 청송군은 산촌형 슬로시티라는 이미지에 맞도록 산림조합중앙회 임업인 종합연수원 개원, 산약초타운 건립, 장난끼 유아숲 체험장 운영, 외씨버선길, 솔누리느림보길 조성 등으로 생태체험, 산림교육, 녹색체험관광에 앞장서 왔다.

청송사과축제는 우리 사과의 참맛을 알게 해준다. [사진=청송군]

전 세계 34개국 127개소가 있는 세계지질공원 명단에 청송도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 50개소에서 중국 35개소, 일본 8개소, 한국 2개소인데 그중 하나가 청송이고 또 하나가 제주도다. 선캄브리아기, 쥐라기, 백악기, 신생대 제3기의 지질학적 연구가치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

청송에는 볼거리도 참 많다. 청송사람들이 가꾸고 애지중지하며 사람들 앞에 소개하는 곳들이라서 모두 다 들러보면 큰 보람으로 남을 것 같다.

▲청송민속박물관은 농경지역 청송의 옛 모습을 한눈에 살필 수 있도록 다양한 종류의 농기구와 생활도구들, 청송특유의 백자 등을 전시하여 옛 생활 모습과 지역고유의 전통을 살필 수 있다.

▲청송수석꽃돌박물관은 자연의 미가 살아있는 수석과 세계적으로 희귀한 청송꽃돌을 전시한 지역문화공간이다. 수석계의 선구자 청강 남정락 선생이 평생을 모아 기증한 수석과 청송꽃돌을 선별하여 전시하고 있다.

▲청송백자전시관은 다른 지역과 달리 ‘도석(陶石)을 빻아 만들어 눈처럼 아주 흰 빛깔로 기물의 두께가 매우 얇고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은 대한민국 어느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귀중한 청송의 문화유산이다.

▲청송연꽃단지는 주왕산 입구인 부동면 하의리 일원에 연꽃 재배단지(약 3.8ha)를 조성한 곳이다. 7월 말이면 백련, 홍련 등 다양한 연꽃이 활짝 피어 청송의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

▲주방천 페퍼라이트 : 페퍼라이트(Peperite)란 용암 혹은 마그마가 바다(호수)의 퇴적물, 혹은 아직 단단히 굳지 않은 퇴적물과 만날 때 급격하게 식으면서 깨어진 퇴적물과 뒤섞이면서 생긴 암석이다. 후추를 뿌린 것과 같은 모양이라 해서 페퍼라이트란 이름이 붙었다.중요한 학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단다. 용암과 마그마의 차이는 용암은 화산이 분출할 때 땅 위로 흘러나와 기체가 빠져나간 것이고, 마그마는 땅속에서 기체를 품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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