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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계 최저임금제도 보완 시급하다

- 농가 연간 농업소득 1천만원인 현실, 농업계 의견 반영한 정책 마련돼야
- 농업인력 보강할 보라바이토. 농촌 병역대체복무제 활성화 시급

 

다른 산업분야도 비슷하지만 농업계는 사람의 일손이 특히 많이 들어가는 노동집약형이란 특징이 있다. 가족농이던 시절에는 가족과 일가친척, 이웃들의 도움으로 농사를 지었지만, 요즘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누군가는 스마트팜이 활성화되면 사람의 일손이 덜 들어갈 거라며 ‘스마트’와 ‘혁신’을 외치지만 그건 머나먼 미래의 일일 확률이 높다. 현실은 영 딴 판이기 때문이다.

2018년의 농촌현실은 농번기에 외국인 단기노동자들 10만명 또는 20만명의 도움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실정이란 뜻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7월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5차 전원회의에서 2019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8,350원으로 확정했다.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해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농사를 짓는 농촌에는 그야말로 직격탄이 아닐 수 없다. 그 임금을 어떻게 다 감당하겠냐는 농민들의 울분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올해 최저임금(7,530원)보다 10.9%(820원)나 뛴 금액이 시간당 8,350원이다. 월급(주 40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174만 5,150원, 연봉은 2,094만원이 되는 셈. 그런데 우리 농가의 연간 농업소득은 1,000만원선(2017년 1,004만 7,000원)에 불과하다. 1년에 1천만원 버는 농민이 자신의 농사를 돕는 다른 한 사람 연봉을 2천만원씩 책임져야 되는 것이다. 이거 뭔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농민들은 흔히 이럴 때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말하는데, 정말로 와 닿는 말이다.

◇ 외국인노동자 없이 농사 불가능한 농촌 현실도 감안해야

농민들이 화가 나는 이유는 더 있다. 그간 농민과 농업계는 농업 특수성을 감안해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도시사람과 농촌사람들이 사는 생활격차라는 게 있는데 일괄적으로 최저임금을 정하면 안 된다는 것. 더구나 외국인 노동자들에 의해 겨우 유지되는 농삿일이므로 그들에 대한 처우, 특히 숙식 부분도 최저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공염불.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촌지역 일손부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촌 외국인 근로자의 46%가 식사나 숙소 가운데 하나를 현물로 제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숙소와 식사 모두 제공받는 경우도 40%. 즉 농촌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의 86%가 식사나 숙소를 농촌 현지에서 제공받고 있다. 하지만 현물 형식으로 제공되는 숙식 등 복리후생은 최저임금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농촌의 목소리가 정책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농민들은 당연히 농촌실정을 무시한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역지사지 한다면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 일이다.

그래서 오늘도 농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농사를 짓는다. 농업관련 무슨무슨 토론회를 가보면 거의 성토장이나 다름없는 건 바로 이런 이유다. 사례는 차고 넘친다. 경북에서 돼지를 제법 많이 키운다는 한 농민은 돼지 2만 마리를 돌보는데 전체인원 22명 중 14명이 외국인근로자라고 말한다. 숙식을 제공하지 않으면 외국인노동자를 아예 구하기가 불가능하다고도 말한다. 따라서 숙식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포함하면 외국인노동자 1인당 거의 2백만원이나 된다는 게 이 양돈농민의 하소연이다. 채소나 원예농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수확시기에 외국인노동자가 부족해서 군이나 지자체에 긴급하게 SOS를 보내지만, 그나마 지원되는 인력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현실. 결국 후하게 대접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외국인노동자들을 고용해 한 철 농사를 마치고 나서 그가 손에 쥐는 돈은 정말이지 말하기도 부끄럽다는 볼멘소리가 방방곡곡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 정부와 관계기관의 농촌 현실 감안한 최저임금대책 시급히 마련돼야

그렇다면 우리 정치권과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기관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노력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타이밍이 문제일텐데, 그리 시급하거나 발 빠른 대처를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요즘 유행하는 ‘골든타임’이라는 게 있을텐데 그걸 알고는 있는지 답답한 것이다. 현재 국회에도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긴 하다. 하지만 계류 중이다. 아직 확정되어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2개월 동안 국회에서 발의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무려 20건에 가깝다. 거의 다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화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종회 민주평화당 의원(전북 김제·부안)은 지난 9월 최저임금위원회에 농업계 인사를 포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의원은 “최저임금의 범위에 현물성 숙박·식사가 빠져있다. 이는 농업계 의견이 전혀 최저임금위원회에 전달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농업계 대표가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나마 반가운 일이다. 이밖에 다른 법안들도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김학용 한국당 의원(경기 안성)은 최저임금의 업종별 적용 의무화가 포함된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기에는 최저임금의 결정주기를 현행 ‘매년’에서 ‘격년’으로 바꾼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더불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 차등을 두는데, 단순노무나 수습을 시작한 지 2년 이내면 대통령령으로 최저임금 비율을 다르게 정하자는 내용이다. 다른 4~5명의 국회의원들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화를 담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 농촌현실을 콕 집어서 내놓은 개정안도 있다.

▲엄용수 한국당 의원(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은 농림축산업 종사 외국인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법 적용을 제외하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엄의원은 “농가현실을 감안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선 최저임금법 적용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 최저임금 지원 대책은 충분한가?

각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최저임금 개선에 대한 목소리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농림부는 지난 2일 출입기자들을 모아놓고 서둘러 대책을 발표했다.

내용의 골자는 ▲60세 이상 고령자, 고용위기지역ㆍ산업위기대응지역 소재 기업은 300인 미만까지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이 확대되고, ▲사회적 기업 취약계층 종사자, 장애인 직업 재활시설ㆍ자활기업 종사자는 기업규모에 관계없이 일자리 안정자금이 지원되고, ▲외국인 계절근로자도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대상에 포함된다는 것.

이주명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국장은 이 자리에서 “농업분야 최저임금 지원대책에 추가 반영된 내용은 농업분야를 고려해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대상을 확대하고, 계절근로자를 안정자금 지원대상에 포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눈에 띄는 것은 외국인 계절근로자도 4대 보험 가입여부와 상관없이 타 대상과 동일한 지급기준을 적용해 안정자금 지원대상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농업계가 꾸준히 요구해 온 ‘외국인 근로자 수습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이 제도는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에 처음으로 들어오면 적응기인 1~2년 동안 최저임금의 85~90%만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농촌이 요구하는 것 인만큼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와 더불어 농촌인력을 꾸준히 보강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어야만 한다. 일본에서는 농업예비군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농촌에 큰 도움이 되는 ‘보라바이토(볼룬티어+아르바이트)’라는 국내 청년층의 농촌 단기아르바이트(3개월~6개월)를 활성화하는 안목도 필요해 보인다. 또한 농업관련 종사자들의 농촌병역대체복무제 확대시행도 농촌에 인력을 수혈할 바람직한 제도일 수 있다. 또 하나, 최근 늘고 있는 귀농귀촌인구 중에 95%이상을 차지하는 귀촌인구가 농촌 현장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도 농림부 차원에서는 적극적으로 마련되어야만 할 것이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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