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기획
꿀산업과 벌 생태계가 위험하다꿀과 벌이 없는 세상? "인류도 생존 불가"

기억할 것이다. 과자 하나가 국내 꿀산업을 덩실덩실 춤추게 했던 적이 있다. 불과 3~4년 전의 일이다. ‘꿀(허니)+버터+칩’ 3가지를 합성한 과자 이름은 해당 과자의 품귀현상과 더불어 국내 꿀의 폭발적인 판매 성장을 이끌었다. 그런 호시절이 또 없었다. 꼭 과자 하나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그 당시 2015년 즈음 국내 벌꿀 생산량은 약 2만 5천 톤, 1인당 꿀 소비량은 650g이었다. 또한 꿀벌.로열젤리.프로폴리스.화분.봉독 등 양봉산업 규모는 4천 억원을 훌쩍 뛰어넘은 바 있다.

당시의 이 같은 흐름은 건강을 걱정하는 소비자들의 심리와 꿀의 탁월한 기능성과 효능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아카시아꿀에는 우리나라 사람들 대다수가 감염된 헬리코박터균에 대항하는 강력한 물질이 함유돼 있다”고 했고, 제과업 전문가들도 “하루 꿀 한 숟갈이면 크고 작은 질병에 대해 안심할 수 있다”는 건강 트렌드가 먹혀든 것 같다고도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벌꿀흉작, 재해 등으로 꿀 생산량도 급감하고 꿀 소비량도 답보중이다. 2018년 여름엔 양봉협회가 나서서 최근 수년간 기후 이상변화로 벌꿀 흉작이 지속된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협회는 국내 벌꿀 생산량이 2만 5천톤 안팎에서 을 유지했으나t 안팎을 오갔으나 2017년엔 1만 4천톤으로 급감했다고 했다. 양봉협회 회원농가들은 “▲벌꿀 흉작 시 자연재해로 인정해줄 것,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꿀의 안정적 생산을 위한 중장기 대책 마련해줄 것, ▲화분을 매개하는 양봉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해줄 것, ▲벌꿀 생산이 가능한 다양한 나무를 보급해줄 것” 등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 꿀벌은 생태계 최대 공헌자로 대접 받아야

양봉협회의 이 같은 호소가 나올 즈음에 국회에서도 의미심장한 행사가 열렸다. 2018년 4월 양봉산업 발전을 위한 ‘꿀벌의 죽음 풍요의 종말 전시회’가 열린 것. 이 전시회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정인화 의원 주최했는데 정의원은 “전세계 식량의 80%가 꿀벌의 꽃가루받이에 열매를 맺는다. 그만큼 꿀벌에 의한 농업환경의 공익적 가치는 크다”고 역설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양봉협회와 정인화 의원의 강조점 가운데 ‘양봉업과 꿀벌의 공익적 가치’가 공통으로 제시되어 있기에 하는 말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꿀과 양봉업의 전문연구로 유명한 영국 스털링대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꿀벌은 인류존망의 지표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한다. 전 세계 농작물의 75~80%가 벌의 수분 활동(受粉=수술의 꽃가루를 암술의 꽃가루로 옮기는 활동)으로 생산되고 있기에 그렇다고 한다. 꿀벌에 의해 생산되는 전 세계 꿀과 채소, 과일 등의 생산규모는 연간 4백조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꿀벌이 지구에서 사라진다면 감자와 양파 등 주요농산물 100 여개의 생산량이 현재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급격히 하락하고 농산물 가격대란이 일어난다는 것. 결국 꿀벌이 인류의 식생활을 책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맞는 말이다. 농부들이 하나하나 꽃가루를 옮겨서 수분활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벌이 없으면 꿀도 없다. 또한 벌이 없으면 많은 농산물은 재배가 불가능하다. [사진=농촌진흥청]

◇ 벌이 푸대접받는 분위기 속에 벌 개체수도 줄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꿀벌 농가는 2010년 1만 4천 가구에서 2015년 7천 2백 가구 정도로 반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전국 꿀벌사육 마릿수도 2010년 7만 여통에서 2015년 2만 8천 통 정도로 급감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양봉농가를 위한 정부차원의 장려나 지원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 벌들에게 치명적인 낭충봉아부패병 같은 전염병이 발생해 꿀벌이 집단 폐사해도 가축재해보험에 가입한 농민들만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한국토종벌협회 관계자는 “지난 2011년 낭충봉아부패병으로 99%의 꿀벌이 죽었다. 한마디로 전멸했다. 그런데도 국가차원의 보상은 없었다”고 성토했다. 그나마 정부는 올해부터 가축재해보험을 들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보험에 대한 보상일 뿐이지 가축의 구제역처럼 정부가 농가에 보상해주는 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토종벌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가가 아직 양봉 선진국인 미국이나 캐나다 처럼 꿀벌의 공익적 가치에 눈을 뜨지 못해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꿀벌의 개체수는 전세계적으로 감소 추세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10여년 전부터 꿀벌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군집붕괴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 CCD)이 발생했다. 이 현상으로 해마다 30~50%의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 전염병, 농약, 전자파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살충제 성분 농약을 주범으로 꼽는 분위기. 꿀벌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라면 약 15년 뒤에는 꿀벌이 지구상에서 전멸해서 어마어마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까지 하고 나섰다.

◇꿀벌과 꿀산업을 위한 대책과 기술 마련은 추진중인가?

이런 분위기 속에 민주평화당 정인화 의원과 황주홍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이 각각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양봉법)’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약 6조원에 이르는 꿀벌의 공익적 가치가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현재는 꿀벌과 양봉산업에 대한 독자적인 법이 없는 실정이어서 양봉은 축산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발의된 「양봉산업법」은 ▲꿀벌의 공익적 기능과 가치를 높이고 양봉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양봉농가의 안정적인 정착을 도모하고, ▲5년마다 양봉산업의 현황과 전망 등이 포함된 종합계획을 수립하며, ▲국가가 양봉산업 관련 기술의 동향 및 수요조사 및 꿀벌 육종 관련 연구 사항을 수행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정인화 의원은 “프로폴리스나 봉침을 활용한 고급 화장품과 비누 등이 개발되는 등 양봉산업법은 산업적 측면에서도 지원가능한 근거도 있어서 관련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무척이나 좋은 일일 것이다. 기대가 크다.

한편 농촌진흥청도 꿀벌의 최대 전염병 낭충봉아부패병에 대한 저항성을 높인 새 품종을 개발해 보급하기로 했다. 농촌진흥청은 새 벌꿀 품종은 낭충봉아부패병에 노출되었을 때 생존율이 80%에 가까워서 기존품종의 7% 생존율보다 월등한 게 특징이라고 밝혔다.

양봉산업에도 ‘스마트’ 바람이 불어오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양봉농가에서 벌통 내 여왕벌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여왕벌 위치추적기’를 개발해 보급한다고 밝혔다. 양봉농가의 최대 애로사항 중 하나인 여왕벌 위치 확인을 센서와 태그를 활용해 가능하게 만든 이 위치추적기는 여왕벌의 위치를 30초 이내에 확인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한편에선 한정된 밀원수(꿀 생산 토대)에 비해 양봉농가 신규진입이 무분별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봉업 진입에 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해마다 증가하는 귀농 귀촌 인력이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은 양봉업으로 쏠리는 현상도 바로잡아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꿀 산업의 경쟁력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광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icon최신기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