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에 농촌에서 재배하는 채소값이 치솟았다. 그러다보니 생산자 물가가 4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란다. 따라서 소비자 물가 상승도 불을 보듯 뻔해졌다. 맞다. 생산자 물가를 끌어올린 건 농산물이다. 그 원인은 폭염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와 거의 모든 언론은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도시민의 피해만을 걱정하며 대책을 쏟아낸다. 거기에 농민을 위한 대책은 없다. 이러니 ‘농민도 국민이다’라는 말과 ‘농민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닐까 싶다.

무더위와 가뭄으로 농산물 가격이 지난달 보다 7.9%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금치 가격은 130.4%, 배추는 90.2%, 무는 60.6%, 풋고추는 37.3% 지난달에 비해 가격이 급상승했다. 수박도 빼놓을 수 없다. 13.2% 올랐다. 폭염으로 가축이 폐사했다. 따라서 축산물 가격도 전달보다 3.5% 높아졌다. 달걀이 22%, 닭고기는 14% 인상됐다.

하지만 농림부 차원의 특별한 대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신임 이개호 장관은 폭염으로 밭작물과 과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정부와 지자체, 농협이 적극 협조하여 폭염으로 인한 농업분야 피해를 최소화하고 가능한 모든 지원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되풀이하고 있다.

재해보험에 가입한 농가에 대해 신속한 손해평가를 거쳐서 보험금을 조기에 지급하라는 장관의 언급 정도가 귀에 꽂힌다. 하지만 원론 외에 각론이 없다. 말 뿐인 것이다. 그래서 늘 농민들은 보다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희망한다. 폭염피해를 국가 재난 차원에서 지원.보상하도록 법제화를 서둘러주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나온 폭염피해대책 방안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게 바로 그런 이유다. 송석준 의원은 농민들을 위해 원가수준의 ‘농산물 최저가격보상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한국영농신문도 이같은 내용을 1면 머릿기사로 게재한 바 있다. 아무쪼록 실질적이면서 광범위한 폭염 피해 보전 대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추석 전에 말이다. 

이광조 기자 / 편집국장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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