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타 들어간 농작물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축산농가에 갑작스레 비상이 걸렸다. 비상사이렌의 주인공은 바로 아프리카 돼지 열병. 농림축산식품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예방 비상 행동수칙을 발령했다. 8월초부터 중국에서 이 돼지열병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 <농업용어사전>에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아프리카 돼지 콜레라’로 명시되어 있다. 아프리카 돼지콜레라 바이러스에 의한 돼지의 전염병으로 고열, 피부 충혈, 푸른 반점,유산, 림프절과 내장의 출혈을 유발한다. 급성형으로 발생시에 치사율은 100%에 이른다. 더욱 무서운 것은 치료제나 백신이 아직 개발되어 있지 않아서 국내에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하면 어마어마한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 사람은 감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프리카 돼지 열병은 그동안 유럽 지역에서 발병해왔던 양상을 벗어나 중국까지 확대되어 8월 3일 랴오닝성 심양에서 최초 발생, 8월 16일 허난성 정주시, 8월 19일에는 장쑤성 운강시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과 가까운 대한민국, 북한, 일본으로의 확산이 걱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일본 농림수산성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아프리카 돼지 열병 발생국가는 아프리카 29개국, 아시아 1개국(중국), 유럽 15개국(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그루지아, 이탈리아,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리투아니아, 폴란드,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몰도바, 체코, 루마니아) 등 인 것으로 나타나있다. 알라스카, 아메리카 대륙, 호주, 뉴질랜드를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들이 아프리카 돼지열병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이 발표한 아프리카 돼지콜레라 발생상황 [자료=일본 농림수산성]

#우리나라 농림축산검역본부도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조기신고(1588-9060)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축산농가들이 예의 주시할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검역본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냉동상태에서 1,000일, 실온에서 18개월, 햄 같은 식육제품 상태에서 6개월 이상 생존한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열병 발생국을 여행할 때 가축 접촉을 금하고 해당국가의 육류와 햄 등을 반입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주변국과의 공조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차량·옷·음식물 등을 통해서도 전파되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휴전선 부근 멧돼지들의 질병 발생상황도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즉 중국에서 북한을 거쳐 대한민국으로 멧돼지를 통해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전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일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8월 22일 발령한 아프리카 돼지열병 예방 비상행동수칙은 다음과 같다.

▲양돈농가는 축사내외 소독실시, 농장 출입차량과 출입자에 대한 통제, 야생멧돼지와 접촉금지 등 차단방역을 철저히 이행할 것. ▲남은음식물 급여 양돈농가는 남은음식물 사료를 급여할 경우에는 열처리(80℃ 30분) 등 적정하게 처리 후에 급여할 것. ▲중국 등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국에 대한 여행을 자제하여 주시고 부득이 방문 시에는 축산농가와 발생지역 방문을 금지하여 줄 것.

▲양돈농가·양돈산업 종사 외국인근로자는 자국의 축산물 휴대와 우편 등으로 반입 하는 것을 금지할 것. ▲ 양돈농가는 매일 임상관찰을 실시하고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축 발견시 즉시 방역기관에 신고할 것. ▲ 해외여행을 할 때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발생국 여행자제와 여행국에서 축산물을 휴대하여 국내에 반입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

#아프리카 돼지 열병은 구제역보다도 무섭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치사율이 거의 100%일 뿐 아니라 아직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상황이라서 일단 발병하면 돼지들은 매몰처분된다. 지난 2010년 11월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살처분 347만 마리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최악의 참사였다. 이 시기에 구제역으로 인한 재정소요액은 2조 7,383억 원.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살처분 보상금 1조 8,337억 원이었다.

우리 축산농가가 그때의 참사를 다시 경험하게 할 순 없다. 아무쪼록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우리나라에 전파되지 않기를 바란다. 예방조치가 성공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만일에 대비한 질병발생 이후의 피해최소화 대책과 백신 개발 등의 적극적 조치도 농림부는 검토.추진해주길 바란다. 매몰과 살처분만이 전염질병에 대처하는 방법일 순 없는 것이다.

백종호 기자 / 논설실장  bjh@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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