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피리

한 남자가 보리피리를 불며 보리밭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보리들이
필리리～ 필리리～
피리소리를 냅니다

이런 날이면 소록도에도 봄은 오겠지요

〈 보리밥에는 눈물이 반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시절. 양식이 달랑달랑하거나 그나마 양식이 떨어져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하던 시기를 ‘보릿고개‘ 라고 했다. 요즘이야 보리밥을 웰빙Wellbeing음식이라고 대접을 받지만 당시는 웰빙은 고사하고 허기 채우기에 급급했다. 배고픈 아이들은 풋보리 모가지를 잘라다가 보릿짚에 태워 보리탄지를 해 먹었다. 노릇노릇 익은 풋보리 낟알은 입이 시커멓도록 정신없이 먹어 양구리를 채우기도 했다. 냉장고가 없던 그 시절에는 보리밥은 쉬기도 잘했다. 조금만 방심하면 쉰 보리밥에서 시큼한 냄새가 났다. 그렇다고 어머니들은 쉰 보리밥을 그냥 구정물통에 버리지 않았다. 깨끗하게 씻어 누룩과 섞어 보리술을 빚었다. 보리술은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올 때가 코끝을 자극하여 새콤달콤하게 입에 척척 달라붙었다. 거기에 사카린이나 당원 넣고 먹으면 대낮에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해롱거리기도 했다. 보리술에 취해 얼굴이 벌건 것을 보고 낮거리 한 탕했냐며 놀려대기도 했다. 요즘은 쌀밥도 질려 못 먹겠며 보리밥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격세지감이다. -시인 정성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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