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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화상입은 농작물... '농산물최저가격보상제' 서둘러야

# 40도 가까이 치솟은 기온 탓에 대한민국 농촌은 그야말로 재난지역(?)이 되었다. 기록적인 폭염 앞에 농작물은 말라비틀어지고 농민들의 마음은 얼어붙었다. 폭염은 농민들에게 이제 일시적인 기후변화가 아닌 매년 대비해야할 고질병(?)이 된 형국이다. 도시민들과 정부는 다가올 추석을 염두에 두고 물가상승을 걱정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최근 집계한 ‘주요 농산물 일일 도매가격’ 현황에서도 농산물 가격 폭등의 낌새가 읽힌다. 23개 농산물에서 양파, 청상추, 애호박 등 7개 품목 외에 16개 농산물 값이 평년보다 급상승했기 때문. 어떤 이들은 벌써부터 겨울 김장까지 들먹이며 농산물 가격에 한숨을 내쉰다.

폭염엔 고랭지 배추도 말라붙는다.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배추밭 풍경 [사진=농촌진흥청]

◇ 장기적인 기후 온난화 피해 대책은 마련되어 있는가?

이제 폭염 피해는 대한민국 전체의 일이 되었다. 상상을 넘어섰다. 강원도 원주에서는 689㏊ 면적에서 농작물 피해가 발생, 그 중 43㏊는 이미 말라죽었다. 고추, 들깨, 옥수수, 고구마, 콩, 팥 등 더위 먹지 않은 작물이 거의 없을 정도. 특히 들깨의 피해가 가장 심각하다고.

경북은 수박이 폭염의 직격탄을 맞았다. 피해면적이 150㏊가 넘었다. 전라북도 역시 인삼 107ha, 벼 85ha 등등 농경지 315ha에서 잎이 말라 죽는 피해가 연일 접수되고 있다. 전남은 가축 피해가 급증해 축산농가 4백여 곳에서 돼지,닭,오리 70만 마리가 폐사했다. 피해액수가 무려 3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자료를 보면 가격의 폭등과 폭락에도 작물별로 차이가 도드라진다. 호박, 배, 상추 가격은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오히려 값이 떨어졌다. 즉, 폭염 피해를 입은 배추와 무 등 일부 농산물은 가격이 치솟았지만, 일조량이 풍부할수록 작황이 좋은 품목들은 가격이 폭락했다는 뜻이다. 고랭지 배추 주산지인 강릉, 태백, 정선에도 폭염 비상등이 켜졌다. 한여름에도 27~28도를 유지했던 고랭지의 선선함이 사라지고 올해는 7월 중하순 평균 기온이 32도를 넘어섰기 때문. 고랭지 배추와 무는 고온.가뭄에 취약해서 출하가 지연되고 작황도 악화일로에 있다. 값도 예년보다 50% 이상 올랐다.

이에 정부도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는 모양새다. ▲채소와 가축의 생육관리 지원을 위해 현장기술지원단을 운영하고, ▲축산농가에 냉방장치. 환풍기 설치 지원을 지속하고, ▲재해보험금 지급 소요기간을 기존 30일에서 10일로 단축하며, ▲관정개발에 쓸 긴급지원비 30억 원을 기존지원금 40억 원에 더하고, ▲농림부에 수급안정 TF를 구성해 농작물 출하조절에 힘을 쏟기로 했다. 수산분야에서는 ▲수온 상승으로 인한 양식장 피해 최소화를 위해 어업인들의 양식수산물 조기출하를 유도한다. ▲액화산소공급기 등 장비 구입 등에 쓸 긴급예산 10억원을 기존예산 28억원에 더해서 지원하기로 했다.

# 하지만 농민들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주길 희망하고 있다. 폭염피해를 국가 재난 차원에서 지원.보상하도록 법제화를 서둘러주길 바라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폭염피해대책에 대한 목소리가 등장했다. 송석준 의원(자유한국당, 경기도 이천)은 “시장가격에 속수무책인 농민들을 위해 원가수준의 ‘농산물 최저가격보상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송의원은 또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수급조절을 할 것인지 정부차원에서도 재난의 일환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찾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폭염의 일상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폭염을 재난의 범주에 넣어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고 보상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옳다. 가뭄에 단비 같은 말이다.

폭염 속 해바라기. 농산물최저가격보상제가 농촌부활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사진=농촌진흥청]

◇ 농산물 최저가격 보상제 도입, 농산물 유통시스템 혁신의 2마리 토끼를 잡아야

농산물 최저가격보상제는 실제로 몇몇 지자체에서 시범적으로 실행중인 바람직한 안전망이다. 전라북도는 농산물의 가격 폭락 방지 및 농민소득 증대 방안으로 2016년부터 ‘전북 농산물 최저가격 보상제’를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짧았지만 농민들의 호응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참여율이 지난해 723 농가에서 올해 1,216 농가로 70% 가까이 증가했다. 전라북도는 2019년부터는 이를 정식 사업화한다는 방침이다.

농산물 최저가격 보상제는 계절과 작황에 따라 요동치는 농산물 가격을 시장(보이지 않는 손) 외의 다른 시스템으로 안정시켜보자는 취지다. 특히 가격 변동성이 높은 노지작물(양파, 마늘 등 7개 품목)을 경작하는 농업인의 경영안전망을 확대할 수 있다. 농산물 최저가격 보상제는 대상품목의 시장가격이 최소한의 생산. 유통비용을 감안한 기준가격보다 하락하면 차액의 90%를 보전해 주는 제도. 전라북도에 7월말까지 신청·접수된 품목은 노지수박, 건고추, 생강 등이며 김제, 정읍, 익산 등 11개 시·군도 포함돼 있다.

이와 같은 사례는 더 있다. 안성지역 농민단체들이 농산물 최저가격을 보장하는 조례를 재정해달라고 안성시와 의회에 요구하고 나섰다. 또한 지난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한 농촌지역 또는 도농통합지역 후보들도 거의 한 목소리로 ‘농산물 최저가격 보상제 실행’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후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열거하기에도 벅찰 만큼 그 숫자는 차고 넘친다. 그렇다면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농산물 최저가격 보상제를 전국적으로 확대시킬 때가 무르익었다는 뜻이 아닐까?

# 농산물 유통 시스템을 혁신하자는 구호가 몇 십년 째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공회전 중인 현실에서 이를 보완하고 대체할 수도 있는 제도의 도입.시행은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다. 유통시스템도 혁신하고 농산물 최저가격 보상제도까지 동시에 시행하는 투-트랙(Two track) 정책이면 더욱 좋을 듯 싶다. 만약 이를 두고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라는 말을 한다면 그건 핑계를 넘어 직무유기이자 배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농민들은 그만큼 절박하다는 말이다.

넉달 째 공석이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로 이개호 의원이 내정됐다. 농입인이 잘사는 나라,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농업이 되도록 주어진 모든 역량을 다 바치겠다.” 라는 포부를 밝힌 이개호 장관 후보자. 이 후보자의 임명 절차가 진행돼 장관에 오르게 되면 그는 당장 폭염대책 및 피해 지원 문제와 마주서게 될 것이다. ▲농산물 최저가격 보상제를 도입.확대하고 ▲농산물 유통시스템을 혁신하는 신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되길 기원한다. 그의 포부처럼 진심으로 농민과 국가를 위한다면 아무쪼록 그래야만 할 것이다.

백종호 기자 / 논설실장  bjh@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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