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지는 경기도 고양시 대화-주엽의 경계지역을 말하는데, 이곳에서 발견된 볍씨의 의미가 무척이나 묵직하다. 한반도에서 벼농사를 짓기 시작한 시기를 청동기시대로 알고 있던 우리에게 그게 아니라는 직접적인 증거를 들이밀었기 때문. 12톨의 한반도 최초의 재배볍씨가 이곳 가와지에서 발견됨으로써 5천년전 신석기시대 한강유역에서 벼농사를 지었다고 역사책 내용은 바뀌게 된다. 그야말로 쌀 한 톨이 바꾼 역사다.

우리쌀의 원조 가와지볍씨를 아는가? [자료=고양시 농업기술센터]

지금이야 쌀이 넘쳐나서 쌀 재고 관리비용으로만 매년 수천억 원이 든다. 또한 쌀값을 맞추기 위해 쌀생산조정제(쌀 이외의 타작물 재배 농가 지원책)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되고 현실이다. 쌀 가공식품을 다양하게 개발해서 쌀 소비를 늘리려는 눈물겨운 노력도 진행중이다.

하지만 쌀이란 게 그 이름이 지어졌던 이래로 오늘날처럼 천대(?)받은 적이 있었던 작물인가? 그건 결코 아니었다. 쌀은 돈이었고 밥이었고 생명이었다. 5천년 전의 고양 가와지 볍씨는 쌀은 밥이요 밥은 목숨이었다며 쌀의 가치와 지위를 새삼 웅변하고 있다. 가와지 볍씨는 고양시 농업기술센터 내의 가와지볍씨박물관에 다양한 자료와 함께 전시중이다.

가와지볍씨로 한반도 최초의 재배볍씨와 벼농사의 유래를 알린 고양시. 이곳은 행주산성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가양대교를 지나 서울에서 고양으로 들어서자마자 한강을 가로막듯 솟아있는 야트막한 산봉우리, 거기가 바로 임진왜란 때 권율 장군과 행주치마 두른 백성들이 왜군을 대파한 전승지다.

그게 바로 행주대첩.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고양에는 권율대로라는 도로이름과 함께 곳곳에 행주대첩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알려진 것처럼 행주치마라는 이름은 행주대첩 여인들이 치마를 짧게 잘라 거기에 돌을 실어 나르며 왜군을 물리쳤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행주치마를 두른 여인들의 행주대첩 승전의식 [사진=고양시]

올해로 31회째를 맞이하는 고양행주문화제는 행주대첩 승전을 기념하고 권율 장군과 순국선열들의 정신을 기억하기 위해 시작됐다. 시민과 함께 하는 역사문화축제라는 게 고양시의 설명. 9월 7일 전야제 콘서트를 시작으로 9월 9일까지 사흘간 펼쳐지는 고양행주문화제는 ‘행주대첩역사기행’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인데 행주산성 곳곳을 함께 걸으며 4백여년 전 임진왜란 당시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다.

어린이 권율 선발대회, 국궁(활쏘기) 체험, 승전굿(위령굿) 등의 프로그램과 함께 뮤지컬 행주대첩도 문화관에서 펼쳐진다. 화정문화공원에서는 안성 바우덕이 남사당패 초청 줄타기 거리공연도 준비되어 있다. 화정문화거리 일원에서는 가와지 볍씨 무게 맞추기로 쌀과 농사의 의미를 되새겨볼 기회도 갖췄다. 인구 100만 도시 고양의 대표축제로 손색이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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