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도직입해서 스마트팜은 우리 농촌과 농민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빅데이타, 블록체인, AI 등등의 휘황찬란한 단어들이 농업계 전반에도 확산되는 시기에 이런 시대역행적(?) 질문이 나오게 된 이유는 뭔가? 바로 ‘스마트팜 혁신밸리’라는 프로젝트 때문. 국가 주도의 스마트 팜 프로젝트 시행을 앞두고 찬반 양론이 거세게 맞서고 있어서다.

이 프로젝트가 일반인들에게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 건 강원도와 춘천시, 제주도 등 몇몇 농민단체들의 반대 성명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대기업 농업진출의 발판이 될 거라며,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대규모 자본의 뒷받침으로 생산된 농산물과 소농들이 생산한 농산물이 경쟁이나 되겠느냐며 정부와 일전도 불사할 분위기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 역시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사업을 즉각 포기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나섰다. 전농은 혁신밸리 조성사업은 총 4개소에 1조 안팎의 국가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농업계의 4대강 사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청년농 유입이라는 실익보다는 농업관련 시설사업자와 기업농만 재미를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이라면, 큰 일 아닌가?

차근차근 따져보자.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문재인 정부의 청년농업인 유인정책 중 하나다. 2022년까지 전국에 스마트팜 혁신밸리(이하 혁신밸리) 4개소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혁신밸리에는 창업농 보육센터, 청년임대농장, 농기자재 연구·개발에 필요한 실증단지, 배후농공단지, 스마트APC 등이 갖춰질 예정이다.

강원, 제주 농민단체 및 전농의 입장과 달리 사업 필요성을 외치는 목소리도 물론 존재한다. 시설농업 경영자의 대다수(70%)가 65세 이상 고령층인 우리 농촌 현실에서 농업의 미래를 위해서 청년들이 스마트팜 혁신밸리 같은 시설농업에 참가하도록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야 된다는 논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농업과 전후방산업의 동반성장을 이루는 모델이라는 입장. 찬성하는 측의 입장 또한 일리는 있다. 이쯤 되면 섣불리 어느 한쪽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

7월 13일 마감된 이번 스마트팜 혁신밸리 공모사업에는 총 10여 곳 넘는 시·도 지자체가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라북도를 포함해 경기(화성), 강원(춘천), 충북(제천), 충남(태안), 전남(해남), 경북(상주), 제주도 등이 그 주인공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공모사업의 주인공이 되면 정부와 지자체 예산을 합쳐 2022년까지 1,8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올해 7월 말까지 2개를 선정하고 내년에 2개를 더해 도합 4개소 약 20㏊(약 6만평 )규모의 스마트팜 단지가 새로 조성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전체 예산은 배후단지 조성까지 포함해 약 1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추산한다.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감도(예시) [자료=농림축산식품부]

그런데 사실 스마트팜을 둘러싼 대기업 진출 시도과 저지의 역사는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동부팜한농이 지으려던 화성 화옹간척지 유리온실과 2016년 LG CNS가 새만금에 시도했던 스마트팜이 어쩌면 원조일 수 있다. 그때와 이번 스마트팜 혁신밸리 추진이 유사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바로 ‘규모의 농업’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의도가 읽히기 때문. 하지만 차이도 존재하는 것 같다. 지난 프로젝트들이 대기업과 외국자본이 투입되는 성격이었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국가와 지자체 자금을 투여하겠다는 것이라서 그렇다. 하지만 농민들 입장에서는 ‘도긴개긴’일 수 있다. 자본과 규모와 힘으로 밀어붙인다는 느낌이 강한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어떤 게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될지 현재로선 판단하기가 난망하다. 스마트팜 혁신밸리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표된 정보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리 농업의 미래를 섣불리 예측하기가 조심스럽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농업.농민.농촌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현안이 산적해있는 현실에서 스마트팜 혁신밸리라는 갑자기 툭 튀어나온 프로젝트가 얼마나 농민들과 국민들을 감동시키고 설득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애초 대선공약에서는 대통령이 농업을 직접 챙기고 농어업특별위원회도 설치한다고 했다. 훈풍이 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을 지낸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4달째 공석이다. 다른 부처 장관이라도 이렇게 공석으로 남겨놓았을까를 농민들은 궁금해한다. 왜 그런지 대답할 수 있는 정부 관계자가 있다면 대답해주길 바란다.

또한 수 십년 동안 계속 농민들의 눈에서 피눈물을 나게 했던 농산물 유통시스템은 가락시장의 시장도매인제 답보상태 하나만으로도 실태를 파악할 수 있다. 농민의 손을 떠난 농산물이 소비자에게 도착할 때까지 60% 이상의 마진이 발생하는 이런 구조를 그대로 두고 농민에게 스마트한 생산만을 독려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지 않은가?

지금 농촌은 일손부족으로 단기 외국인노동자를 매년 5만명 이상 필요로 하는 처지. 시골에서 농사짓고 살아가겠다는 귀농인구는 주춤하고, 대개 도시와 농촌 2곳을 아우르는 귀촌인구만 늘고 있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농업아르바이트 인력인 '보라바이트' 제도를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확장해주길 제안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한국으로의 농업이민도 적극 고려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농업관련 병역대체복무제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들어주는 곳이 없다. 누가 이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장관도 없는 현실에서 말이다.

농촌과 먹을거리의 미래를 스마트팜으로 개척해보자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구태의 답습은 아닌지 곰곰 생각해볼 일이다. 아울러 농업계에도 산적한 ‘적폐’들을 전광석화(電光石火)는 아니어도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우직함으로라도 청산할 의지가 있긴 있는지를 문재인 정부에 묻고 싶다. 있긴 있다고 믿고 싶다.

백종호 기자  bjh@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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