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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난민 논란에 생각해보는 농업이민 정책

- 농촌 일손부족 vs. 예멘 난민 5백 여명 vs. 일본의 50만 외국인노동자 허용책
- 농촌살리기 위해 난민 포함한 농업이민정책 수용은 불가능한가?

 

<애니깽>이란 영화가 있다. 1997년 말 개봉했고 장미희, 임성민 주연에 김호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며칠 전 우리와 월드컵에서 겨뤘던 멕시코에 끌려가 노동착취를 당했던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라서 사람들의 관심이 무척이나 높았던 영화. 일제 강점기였던 1905년 동양척식 주식회사의 노예매매로 조선인들이 멕시코 애니깽 농장주에게 팔려가 겪었던 온갖 고초가 실화를 바탕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시간이 110년쯤 흐른 대한민국에선 거꾸로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 숫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심지어는 예멘 난민 문제로 청와대 게시판마저 후끈 달아올랐다.

청와대 청원에 35만명이 넘게 참여한 예멘 난민 문제는 통일분위기가 무르익어가는 외국인노동자 100만명 시대를 사는 대한민국에서 이제 더 이상 예삿일이 아니다. 예멘 난민을 수용하느냐 추방하느냐로 팽팽하게 맞선 여론에선 양보나 화합 보다는 분열로 인한 파열음이 들려온다. 하지만 찬성과 반대를 외치기 전에 꼭 한 번 생각해봐야할 문제가 있다. 인종이나 피부색이나 종교나 치안의 문제를 넘어선 더 큰 현안이 우리 농촌에는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예멘 난민 수용 반대” vs. 일본 “50만 외국인노동자 받겠다”

예멘 난민 신청자들은 작년 쿠알라룸푸르와 제주를 잇는 항로가 열리며 제주로 대거 입국했다. 현재까지 약 549명. 정부와 제주도는 이들 난민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및 사회적 비용 문제를 동시에 고려해야할 상황에 직면해있다. 하지만 사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럽국가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난민 문제는 그 나라의 현안이다. 소말리아, 시리아, 터키, 레바논, 케냐 등의 수백 만 난민들은 오늘도 국경 부근과 바다 위를 떠돌고 있다. 와중에 제주도에 체류중인 예멘 난민들은 7월에 있을 난민심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이들에 대해 일시적으로 제한적 업종에 대해 취업이 가능하게끔 조치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바로 이들의 취업이다. 법무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농·축·수산업 및 요식업 등 국민 일자리 잠식 가능성이 적은 업종 위주로 취업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어선‧양식업, 요식업 등의 분야에 총 402명이 취업했다.

이번에 이웃나라 일본(日本)의 이야기. 일본 정부는 내년 4월부터 건설·간병·농업·조선·숙박 등 5개 분야에 최장 5년 간 외국인노동자에게 취업을 인정하는 체류자격을 부여하겠다고 발표했다. 일손 부족 앞에서 택한 최후의 카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절대로 이민확대정책을 취하지 않겠다던 아베 정권의 입장이 이렇게 180도 뒤바뀐 이유는 뭘까? 주된 원인은 바로 간병인 부족. 2025년 말에 55만 명의 간병인이 부족할 것이라는 후생노동성의 조사결과에 갑작스레 아베 정권의 입장이 바뀌게 된 것.

간병 뿐 아니라 건설과 농업 분야에서도 일손부족 사태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예측에 일본사회도 이 같은 변화를 찬성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현재 일본은 지방과 도시를 가리지 않고 외국인노동자 대거 도입을 70% 이상이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7~80%가 반대였던 상황이 역전된 것. 결국 일본사회 전반의 일손부족의 구원투수는 수십 만명의 외국인노동자들이라는 사실이 증명됐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다를까?

농촌 일손부족현상은 기계화로 해결할 수준이 결코 아니다. [사진=국제종합기계]

여기서 우리는 우리 농촌의 일손부족 현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당연한 일이다. 일손이 부족한 우리 농촌이 어떻게 버텨내고 있는지 몇 개 사례를 살펴보자. ▲강원도 홍천군은 작년부터 필리핀 산후안시 계절근로자들로 농번기 단기간 농업인력 부족 문제를 일부 해결중이다. 금년에도 지난 5월부터 250명이 입국해 일손을 돕고 있다.

▲ 농협은 지난 25일 대학생 농촌봉사단 출정식을 열었다. 대학생 농촌봉사단 650 명이 농촌에서 힘을 보탤 예정이다. ▲ 육군 35사단이 농촌 일손부족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고 있다. 35사단 장병 410 여명이 사전 신청농가 19곳에서 농촌일손돕기 활동을 하고 있다.

어떤가? 외국인 노동자, 대학생, 군인들이 그나마 급한 불을 끄고는 있지만 이런 시스템이 오래 유지될 수는 없다. 단기처방일 따름이다. 더구나 외국인 근로자의 농업현장 근무기간은 3개월로 제한되어 있는 현실. 가을철 수확기에는 다시 한 번 일손부족으로 난리법석을 떨어야할 판국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취업 비자를 받아 농어촌에서 일한 외국인 노동자는 약 5만 명이었다.

 

외국인노동자 100만명 시대, 그들이 창출하는 경제효과. 농업이민정책 고려해야

이쯤에서 탈북인들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좋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남북하나재단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탈북인) 중 영농정착 주민은 2015년 약 120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와 농촌진흥청·귀농귀촌지원센터 등에서 이들에게 ‘영농정착성공 패키지’ 시범사업을 추진중이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고 해도 될 듯 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뭘까? 단도직입해서 그건 바로 대한민국으로의 농업이민이다.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외국인노동자 고용 실태 조사결과를 보면, 농축산업분야 농민들은 외국인 노동자 배정 인원에 대해 50% 이상이 ‘부족하다’고 답변했다. 또한 농업 분야 인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농축산업 분야 배정 인원을 확대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응답이 38%였다. 농가의 70.1%가 외국인 노동자 고용이 매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한마디로 농촌은 외국인노동자를 갈구하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현재 농촌에서는 이민여성농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농업교육도 한창이다. 이민여성농업인들이란 우리나라 남성들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들을 말한다.

▲농협중앙회 강원지역본부는 이민여성농업인을 대상으로 농업교육을 개최, 다문화 가정 이해와 멘토·멘티의 관계 형성, SNS를 활용한 농산물 판매기법 등을 교육했다. ▲ 농협전남지역본부는 농촌 다문화여성과 멘토 여성농업인 등 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농업종사를 희망하는 농촌 이주여성에게 맞춤형 영농교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교육을 실시했다.

농촌 다문화여성과 멘토 여성농업인들의 ‘다문화 여성대학’ [사진=전남농협지역본부]

우리보다 훨씬 외국인들에게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일본이 50만명의 외국인노동자를 받겠다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만성적인 농촌일손부족에 시달리는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될까? 이제 좀 더 적극적이고 공개적으로 우리 농촌의 일손부족과 농촌붕괴를 논의의 장에 올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더구나 3년 뒤에 우리나라에 예상되는 난민 신청자가 12만 명 정도인 현실에서 논의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아울러 외국인노동자들이 창출해내는 경제효과도 고려해야만 한다. 요즘은 방방곡곡 어딜 가나 흔히 만날 수 있는 중국동포(흔히 말하는 조선족)들이 한국에서 창출하는 경제 규모는 약 1조 6천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이 벌어서 쓰고 순환시키는 액수를 말함이다. 한 달에 약 2백만원을 버는 중국동포 50만 명을 단순계산하면 그렇다는 뜻이다.

이제 청년 농업아르바이트(보라바이토)를 비롯해 농촌병역특례제를 포함해 난민 문제까지도 농촌을 살리는 방법으로 활용할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명확하면서도 유연성 있는 기준을 세우면 된다. 그 때가 바로 지금이다. 그 실마리가 바로 농업이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폭넓게 토론하고 냉정하게 판단해보자. 농촌이 소멸하면 도시도 온전할 수는 없다.

백종호 기자 / 논설실장  bjh@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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