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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밥상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트럼프‧ 김정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오찬에 햄버거 대신 등장한 한식

- 한국 라면박람회에 등장한 북한 대동강 라면. 북한 라면은 어느 나라 밀가루?
- 냉면, 라면, 수제비, 김치, 만두 등 남북음식 교류‧왕래가 통일의 물꼬 될 것

 

냉면도 아니었고 햄버거도 아니었다.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오찬 메뉴를 말함이다. 한국영농신문은 지난 5월 8일자 신문에서 ‘냉면을 세계평화 상징메뉴로 만들어가자’ 라는 내용의 기사를 1면에 게재하면서 싱가포르 북미회담에서도 냉면이 정상들의 만찬 메뉴이기를 희망한 바 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북미정상회담 오찬장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진=CNN 캡처]

그래도 좋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북미정상회담 실무 오찬에서 함께 한 음식은 한식 소갈비와 대구조림. 백악관이 공개한 이날 메뉴는 전채로 한국식 오이선, 아보카도 샐러드를 곁들인 새우 칵테일, 메인 메뉴로는 소갈비 요리, 칠리소스를 곁들인 새콤한 돼지고기, 볶음밥, 대구조림 등이었다.

오찬을 마치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 결과물을 담은 공동합의문에 나란히 서명했다. 함께 밥을 먹은 후라서 더욱 기분이 좋아졌을까? 두 정상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았다. 이것은 아마 밥의 힘, 즉 밥심일 지도 모른다.

 

“통일은 밥상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하지만 밀가루 수입 10배 늘린 북한

대한민국과 북한은 먹는 음식이 거의 같다. 아니 분단 이전이었던 과거에는 같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분단 70년이 다 되어가는 2018년 현재 북한의 음식은 대한민국과 얼마나 같고 얼마만큼 달라졌을까? 북한에서 먹는 평양냉면 메밀 함량과 맛 하나도 남한에서 제대로 추측해내지 못하는 불확실한 북한정보지만, 어렴풋하게나마 북한 주민들의 식생활을 가늠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국제사회가 수집해온 각종 통계자료를 통해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 [사진=백악관 페이스북]

최근 의미심장한 뉴스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북한의 밀가루 수입 관련 뉴스였는데, 내용인 즉 북한이 최근 2~3년 동안 밀가루 수입을 대폭 늘린 이유는 쌀 대신 밀가루로 주식을 바꿨기 때문이라는 기사였다. 

올해 2월의 해당기사는 북한 농업 전문가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 동북아연구원장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올해 1월 수입한 곡물 대부분이 밀가루다. 이전에 쌀을 많이 수입하던 것과 비교해 특이하다. 북한이 지난해 가뭄으로 밀 작황이 좋지 않아 밀가루 수입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정은 정권 들어 밀가루 소비가 상당히 늘었다.”라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또 “실제로 북한의 식생활 자체가 밀가루 없이 살 수 없도록 굳어진 것 같다.”라고 분석하며 북한의 쌀 수급 문제가 심각함을 암시하고 있다. 통계를 살펴보면 북한의 밀가루 수입은 지난해보다 최소 10배에서 17배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주수입국은 중국과 러시아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것은 밀가루를 제외한 옥수수, 쌀, 전분, 두류 등 다른 곡물 수입은 전혀 없었다는 점. 이는 곧 북한 주민들은 비싼 쌀이나 다른 곡물 대신에 제일 값이 싼 중국산‧러시아산 밀가루를 주로 먹으며 생활하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쌀이 남아돌아 1년에 쌀 재고 보관비용으로만 5천억원 이상을 지출하는 남한과 너무도 확연한 차이가 드러나고 있는 게 2018년 남북한 밥상의 현실인 것이다.

라면박람회에 등장한 북한 대동강 라면 [사진=라면박람회 사무국]

 

라면도 뇌물이 되는 북한... 한국 라면 박람회에 등장한 북한 대동강 라면

“통일은 밥상에서부터 시작돼야 합니다.”라고 늘 강조해 온 탈북 여성 1호 박사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은 남북이 서로의 음식을 너무 모르고 있다며 안타까워한다. 서울에 있는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아래층에서 <능라밥상>을 운영 중인 이원장은 <북한식객>이란 책도 펴냈는데, 그 책에는 라면이 뇌물로 상납되는 북한의 생활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일부를 인용한다.

“나는 배고픈 북한 사람들에게 남쪽의 라면을 많이 보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중략)..북쪽에서는 라면을 꼬부랑국수라 부르는데, 정말 인기가 많다. 남쪽에서 라면을 뇌물로 주는 사람은 없겠지만 북쪽에서는 꼬부랑 국수가 평양 사람들만 구경할 수 있는 특별음식인지라 뇌물이 되기도 한다. 양념스프가 들어있는 남한의 라면은 상당히 고급뇌물로 취급된다....(중략)...취직, 직장이동, 대학입학 그리고 증명서 발급이나 빼앗긴 장사물건을 찾을 때 아주 요긴하게 (라면을 뇌물로)사용했다.” <라면도 뇌물이 되는 세상, 꼬부랑국수와 라면 / ‘북한식객’ P94~95>

북미회담을 며칠 앞둔 지난 주말, 라면 시장 규모 연간 2조원에 국수 시장 규모 7천억 원인 대한민국 라면박람회에 북한의 대동강 라면이 등장했다. 사람들은 신기한 듯 북한 라면이 전시된 부스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라면 한 봉지에도 남한과는 차원이 다른 생존 스토리가 얽혀있다는 걸 사람들은 잘 모른다.

북한에서는 수제비를 ‘뜨더국’이라고 한다. [사진=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이애란 원장은 또 북한에선 수제비를 ‘뜨더국’이라고 한다며 밀가루로 끼니를 때우는 북한 주민들의 실생활을 들려주고 있다. “북한에서 수제비를 ‘뜨더국’이라고 부르는데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서 뚝뚝 뜯어 넣는다는 말에서 유래된 것 같다...(중략)..중국에서 밀가루를 많이 수입해 온 덕에 밀가루로 뜨더국을 많이 끓여 먹었다. 앞서 말했듯이 사실 식량이 부족할 때 밥은 양이 많지 않아서 식량이 부족한 집들은 가루를 선호한다. 일단 가루는 국물을 많이 부어 양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평양냉면을 넘어 김치, 쌀, 라면, 밀가루로 만들어가는 남북통일 기대

“요리 교류를 통해 70년 넘게 분단된 남북 간 가교역할을 하는 게 꿈입니다.”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의 포부다. 맞다. 같은 입맛에 같은 요리를 해먹는 사람들끼리 서로 힘을 합쳐 못할 게 어디 있을까 싶다.

대한민국은 현재 쌀이 남아돌아서 정부에서는 쌀생산조정제를 실시하고 있다. 재고미 관리비만도 한 해 몇 천억원씩 들어간다. 논에 타 작물을 심으면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주기도 한다. 그야말로 넘쳐나는 쌀을 감당하지 못해 농촌과 관계기관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대신에 기타작물 자급률은 턱없이 모자란다. 남한도 밀은 99% 미국, 호주 등에서 수입해서 먹는다. 수입량은 돈으로 환산해 1년에 1조원이 훌쩍 넘어간다.

통일은 같은 밥상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말은 전적으로 옳다.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통일은 같은 밥상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말은 전적으로 옳다. 그런 차원에서 남과 북이 밀과 밀가루 음식으로 서로 하나 되는 연습을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평양냉면에서 시작된 평화와 통일의 분위기를 우리밀과 밀가루 음식으로 확산시켜 나간다면 나중에는 쌀, 보리, 김치, 만두 등에 이르기까지 남북의 밥상이 비슷해지지 않을까? 그리하여 양(量) 뿐만 아니라 질(質)도 비슷한 밥상을 마주하고 만난 남북한 사람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지 않을까? 결국 통일도 밥상과 밥심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우리 농업은 할 일이 참 많고 갈 길이 무척 멀다. 문재인 정부의 농업살리기가 좀 더 속도를 내고 힘도 실려야하는 이유는 결국 남북 화합과 통일을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서둘러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임명해서 석 달 넘도록 공백인 농정 컨트롤타워부터 바로 세우길 바란다. 아울러 갈팡질팡하는 농수산물 유통 질서의 현주소인 가락시장에도 수술용 메스를 대주길 바란다. 통일과 번영의 밑바탕을 떠받치는 아틀라스는 바로 농업이다. 아틀라스는 지금 너무 힘에 겨워 쓰러지기 일보직전이다.

백종호 기자 / 논설실장  bjh@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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